느닷없이 빚 갚아라 돈 보내면 나 몰라라
영어 서툰 한인 등 주의 요망
샌프란시스코 남쪽 마운틴뷰에 사는 30대 한인 이모씨는 최근 난데없는 전화를 받았다. 일리노이주 락포드의 캠코(Camco)라는 채무관리 전문회사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로부터였다.
문제의 직원은 이씨가 마스터카드를 이용해 쓴 돈 4,245달러11센트가 남아있다며 즉각 변제할 것을 종용했다. 이씨는 체불 기억이 전혀 없지만 8년 전에 살았던 LA의 집주소는 물론 부모님 성함 등 자신의 신상정보를 상세하게 꿰고 있는 그 직원의 말에 행여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어 알아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삼일 뒤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같은 회사의 매니저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은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더니 즉각 변제할 경우 2,730달러로 깎아주겠다고 제의했다. 이씨는 뭔가 수상쩍은 기미를 감지했지만 서툰 영어 때문에 제대로 의사표시를 하지 못했다.
이씨가 난데없는 빚독촉에서 가까스로 헤어난 것은 이웃 김모씨 덕분이었다. 영어와 컴퓨터 사용에 능통한 김씨는 인터넷을 검색해 캠코사가 일종의 ‘유령 채무변제 해결사’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씨처럼 유령 해결사의 덫에 걸려 엉뚱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나 주의가 요망되고 있다. 특히 영어에 서툰 한인 등 소수계는 피해를 당하고도 구제방법을 모르거나 아예 사기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엉뚱하게 바가지를 쓰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씨의 제보로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건처럼 캠코사의 빚독촉 때문에 피해를 본 사례만 해도 미 전역에서 수백건을 넘었다. 악덕상혼 고발을 전문으로 하는 웹싸이트인 ‘바가지 리포트(ripoffreport.com)’에 나타난 피해사례들은 대부분 이씨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있지도 않은 빚(주로 미결제 카드대금)’을 들먹인 뒤 깎아주겠다는 수법을 동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캘리포니아주 하버시티에 사는 F씨는 지난달 28일 ‘바가지 리포트’에 쓴 글에서 그들(캠코사 직원들)은 정말 바쁘지도 않나보다고 80년대의 (가짜) 빚 문제로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거는 그들을 비꼰 뒤 (빚을 졌다는) 증거를 우편으로 보내달라고 했으며…우편이 오면 정부의 관계기관에 신고하겠다고 덧붙였다. 메릴랜드주 세비체이스의 여성피해자 S씨는 이 회사는 있지도 않은 빚 문제로 귀찮은 전화를 걸어오고 있다며 남편에게 보낸 빚 독촉장에 적힌 남편의 소셜시큐리티번호조차 틀려놓고는 나더러 (남편 SS번호에 대해) 거짓말한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폭로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영어 때문에 꼼짝없이 사기당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캠코사는 사기성 해결사 역할로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30만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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