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지는 공급망 위기
▶ 에쓰오일 등 설비가동률 낮춘데다
▶ 중 대형 플랜트도 잇단 시설보수
▶ 소비재 가격 인상 트리거 될수도
▶ 수익성 악화에 생산 중단 ‘이중고’
▶ LG화학·롯데케미칼도 적자 지속
한화토탈의 파라자일렌(PX) 공급 불가항력 선언은 중동 분쟁이 촉발한 호르무즈해협 봉쇄 및 원유·나프타 수급난의 연장선에 있다.
PX는 나프타로 변환해 얻은 혼합자일렌에서 분리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다른 석유화학사들이 정유사에서 나프타를 공급받거나 수입해 쓰는 것과 달리 한화토탈은 콘덴세이트를 직접 들여와 자체 분해 설비(CFU)에서 나프타를 생산한다. 한화토탈의 PX 생산에 핵심인 콘덴세이트 역시 중동발 원료 수급난이 장기화하면서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어려워졌다. 한화토탈은 콘덴세이트에 일부 호주산을 섞어 쓰지만 대부분은 중동산이다.
사측은 생산 물량 대부분이 중국 등 해외 수출용인 만큼 당장 국내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불가항력 선언이 아시아의 역내 공급 불안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PX 생산 업체인 에쓰오일(185만 톤)이 정기 보수를 위해 설비 가동률을 낮춘 데다 SK지오센트릭과 일본 에네오스의 합작사 울산아로마틱스(100만 톤)는 원료를 대는 에네오스가 3월 불가항력을 선언한 여파로 공장을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칭다오리동케미칼(100만 톤), 시노펙진링(60만 톤), 포르모사케미칼(91만 톤) 등이 잇따라 정기 보수에 들어가 아시아 역내 공급 공백이 중첩된 형국이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PX는 737만 7000톤으로 이 중 493만 9000톤이 수출됐다. 업체들은 수출 후 남은 물량을 다른 제품 생산을 위해 자체 소비하거나 내수용으로 판매하는 만큼 생산 및 공급 공백은 국내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PX는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의 핵심 원료다. PTA는 폴리에스터 섬유와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로 전환되는데 이들은 의류에서 음료 페트병, 식품 포장재, 자동차 내장재용 필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PX 공급이 막히면 이들 소비재 전반의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
나프타 수급난에 따른 NCC 공장 가동 감소로 이미 비닐 원료인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부족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추가로 소비재 가격 인상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PE·PP 부족으로 포장재 단가는 이달 들어 20~30% 인상됐고 일부 원부자재는 전년 대비 최대 50%까지 올랐다. 한국식품산업협회 등 13개 단체는 최근 “비닐·필름·페트(PET) 용기 등 주요 포장재 확보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재고가 약 2주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나프타 부족 사태는 이미 국내 다른 석화 기업들에도 타격을 줬다.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이어진 나프타 수급난으로 여천NCC가 지난달 4일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케미칼·LG화학·한화솔루션이 잇따라 고객사에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공지했다. LG화학은 지난달 말 여수산단 내 NCC 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예정보다 앞당겨 정기보수에 들어갔다.
공급망 불안으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도와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화토탈의 지난해 기준 개별 매출 총이익이 2174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며 “LG화학과 대산공장 감산·통합 협의가 진행 중이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의 가시성은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다른 석유화학사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의 1분기 영업손실 컨센서스는 189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1659%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케미칼도 1956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며 2022년 이후 이어진 적자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신용평가는 “업황 부진으로 이미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가동 중단이 발생할 경우 고정비 부담 가중과 수익성 하방 압력은 물론 운전자본 및 유동성 부담까지 동반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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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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