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된 로버트 김씨(왼쪽)가 부인 장명희씨와 함께 수감생활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 지사>
“한국민에 진 빚 갚을터”
미 해군정보국(ONI)에 근무할 당시 기밀을 한국대사관에 넘겨준 혐의로 FBI에 체포돼 복역중이던 로버트 김씨(64. 한국명 김채곤)가 1일 가석방됐다.
오는 7월27일 형기 만료를 앞두고 가택수감을 위해 이날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환하게 웃으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한국 국민들게 감사드리며 이제부터는 그간 한국민들에 진 빚을 갚는 게 급선무”라는 게 그의 밝힌 첫 소감이었다.
7년여만의 수감생활 끝에 제한적 자유의 몸이 된 김씨는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 버지니아주 윈체스터의 교도소에서 애쉬번의 자택으로 돌아온 그에게는 이동상황을 일일이 체크하는 감시용 발목 시계가 채워졌다.
남편을 반갑게 맞은 부인 장명희씨는 “아직 완전히 석방된 상태가 아니기에 조심스럽다”며 인터뷰를 만류했으나 로버트 김씨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가장 하고싶은 일은.
▶가족에게 사랑을 베풀어야겠다. 특히 손주들에게 할아버지란 존재를 심어주고 친해지고 싶다. 이 녀석들이 아직은 내가 서먹서먹한가보다.
-세상에 나온 기분과 감옥생활은.
▶알렌우드에서 윈체스터로 이감되면서 7년여만에 처음으로 세상 구경을 했다. 많이 달라졌다. 셀룰러폰도 처음 봤다. 알렌우드에서는 괜찮았다. 2명이 한방을 썼다. 아시안 재소자들에게 영어도 가르치고 도서관에서 아시안에 관련된 책과 항소를 위한 법률책도 많이 읽으며 판례를 연구했다. 그러나 윈체스터 교도소는 한방에 38명이 수용돼 시끄럽고 시설도 나빴다.
-한국 소식은 접했나.
▶한국일보를 통해 한국 소식을 알았다. 7년간 한국일보가 신문을 넣어 줘 너무 감사하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집안 걱정과 교도소 안에서의 정신적인 압박이 견디기 힘들었다. 아들 같은 간수들이 죄인취급하고 별것도 아닌데 야단치고 할 때는 참기 힘들었다.
-김치나 밥 등 한식을 맛볼 수 없는 고통은 없었나.
▶처음엔 그랬다. 여기서 적응해야한다고 생각을 바꾸니 김치나 음식에 대한 관심이 멀어졌다. 지난 3월부터 주말에 처음 집으로 와 7년만에 김치를 먹었다. ‘아, 이게 김치 맛이구나’ 하니 가족들이 모두 웃었다.
-수감생활을 이겨내게 한 힘은 무엇이었나.
▶신앙이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많은 분들이 돈도 보내주시고 아내 한테 김치를 담가 보내고 쌀도 보내주셨다. 한국에서 수많은 격려편지가 왔다.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100여통을 한꺼번에 보내올 정도였다. 일일이 답장했고 그 편지를 보관중이다.
-체포전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비밀취급에 대한 보안교육을 받았을 텐테 정보를 건네준 과정이 너무 허술했다.
▶스파이가 아니기에 비밀리에 안했다. FBI가 나를 감시하는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백동일 주미대사관 해군무관에 정보를 건네주며 어떤 대가를 요청한 적은 없었나.
▶처음 듣는 이야기다. 그런 적 없다.
-한국정부에 섭섭한 점은 없나.
▶말을 안하겠다. 앞으로 살 일이 까마득한데 지난 일을 생각하기 보다 다시 첫 출발하는데 신경쓰고 싶다.
-생계는 어떻게 꾸릴 계획인가. 연금은 받을 수 있나.
▶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늙은 사람에 일을 줄지 모르겠다. 1977년부터 96년까지 18년을 해군성에서 일했다. 연금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다.
-회고록을 쓸 의향은.
▶언젠가는 할 것이다.
-한국으로 영구 귀국할 생각은.
▶아직은 없다.
<워싱턴 지사-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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