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4회 US오픈 “17번홀이 챔피언 골랐다”
최경주 31위
생애 2번째 US오픈 우승을 확정지은 뒤 팬들의 박수갈채에 답하는 구슨.

우즈는 첫 17홀까지 단 1개의 버디도 잡지 못한 고전이 이어졌다.

미켈슨이 17번홀에서 더블보기를 범한 뒤 실망한 가슴을 추스리고 있다.
험난한 시네콕힐스의 17번홀이 제104회 US오픈 챔피언십의 챔피언을 결정지었다. 매스터스 챔피언 필 미켈슨으로서는 메이저대회 2연승은 물론 그랜드슬램 대망마저 단숨에 삼켜버린 통한의 홀이었고 반면 어떤 상황에서도 시종 침착 냉정함을 잃지 않은 라티프 구슨에게는 4년만에 2번째 우승컵을 안겨준 행운의 홀이었다.
전날 3라운드에서 1언더파 69타를 치며 2라운드 리더 미켈슨을 2타차로 추월,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들어간 구슨이었지만 다른 모든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드라이브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이 36%, 어프로치샷의 33%에 불과, 보통 때라면 우승은 꿈꾸기도 어려운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퍼터’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우승트로피가 밸런스에 걸려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 계속됐으나 구슨은 마치 혈관에 뜨거운 피 대신 차가운 얼음물이 흐르는 듯 조금의 동요나 긴장의 기색도 없이 외줄타기식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구슨의 퍼터를 떠난 볼을 마치 자석을 찾아가는 쇠구슬처럼 여지없이 홀컵 속으로 빨려 들어갔고 12개홀을 원퍼팅으로 마무리하는 등 18홀을 단 24개의 퍼트로 막아낸 신들린 퍼팅은 구슨에 우승을 안겨준 1등 공신이 됐다.
경쟁선수들이 하나 둘씩 떨어져나간 가운데 미켈슨에 1타 앞서 반환점을 돈 구슨은 파3 11번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미켈슨이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리드가 3타차로 벌어지자 우승길이 활짝 열린 듯 했다. 하지만 미켈슨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13, 15번홀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았고 구슨이 14번홀에서 보기를 범하자 3타의 리드는 눈 녹듯 사라졌다. 기세가 오른 미켈슨이 16번홀에서 또 다시 버디를 추가하며 마침내 구슨을 추월, 단독선두로 올라섰고 시네콕힐스는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화했다.
하지만 잠시 후 얼음장보다도 더 ‘쿨(Cool)’한 구슨은 16번홀에서 미켈슨의 버디를 매치, 다시 공동선두로 올라섰고 미켈슨은 운명의 17번홀(파3)에서 예기치 못했던 재앙을 만나며 우승 꿈에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티샷을 벙커에 빠뜨린 뒤 벙커샷으로 볼을 핀 5피트 지점에 붙였을 때만 해도 파 세이브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시네콕힐스의 빙판 그린에서 내리막퍼팅은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과제였다. 조심조심 댄 듯 만 듯 퍼터를 갖다댔지만 홀컵을 미스한 볼은 4피트 이상 흘러 내려갔고 컴백 보기펏마자 홀컵을 외면하면서 US오픈 우승컵은 미켈슨의 품을 영영 떠나갔다. 한편 챔피언조로 구슨과 함께 라운딩한 세계 2위 어니 엘스는 악명높은 시네콕힐스의 날카로운 이빨에 물려 만신창이가 됐다.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 4개에 더블보기 4개를 쏟아내며 10오버파 80타로 무너진 것. 타이거 우즈도 17번홀까지 보기 5, 더블보기 1개에 그치다 마지막홀에서 ‘노버디 라운드’의 수모를 면하는 체면치레용 버디를 잡아 6오버파 76타를 쳤다.
<김동우 기자>dann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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