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티리언
좀처럼 보기 드문 해외 클래식과 독특한 미 인디영화 등을 새로 깨끗이 복원해 출시하는 크라이티리언(Criterion)이 일본과 프랑스 및 이탈리아의 고전 명작과 캐나다 태생으로 공포스릴러의 장인 데이빗 크로넌버그의 영화 등 모두 4편을 내놓았다.
‘이른 여름’
(Early Summer)
일본 서민가정의 평범한 일상을 조용히 관조하듯 카메라로 옮겨 담는 일본의 명장 야수지로 오주(‘도쿄 이야기’ ‘늦봄’)의 1951년산 흑백 명화로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부모를 모시고 사는 28세의 노처녀 직업 여성 노리코(오주 영화의 단골 여배우 세추코 하라)는 부모들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라는 무언의 압력에 조용히 저항한다. 이야기는 간단하나 서로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 가족에 관한 감정적으로 착잡한 작품으로 오주는 상실과 관용과 체념을 매우 민감하면서도 통렬하게 다루고 있다. 매우 좋은 영화다. 40달러.
‘비디오드롬’
(Videodrome)
‘파리’와 ‘거미’ 및 ‘충돌사고’ 같은 공포와 변태적 섹스 및 신경을 절단하는 것 같은 스릴 등이 가득한 영화를 만드는 데이빗 크로넌버그의 초현실적 공포영화. 1983년작.
저속한 프로를 방영하는 케이블-TV 프로그래머(제임스 우즈)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전파를 타고 방영되는 야하고 가학적인 포르노 영화에 심취하면서 이 방송의 출처를 찾는다.
프로그래머는 그 과정에서 극우파의 음모와 사도마조키스틱한 섹스 게임을 경험하다가 자기 몸마저 괴이하게 변형되는 환상적 경험을 하게 된다. 데보라 해리 공연. R. 40달러.
‘건달들’
(I Vitelloni)
이탈리아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길’ ‘달콤한 인생’)의 건달 청춘찬가로 사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이다. 1953년산 흑백으로 촬영이 아름답다. 작은 해변도시에 사는 다섯 청년들의 얘기. 각기 성격과 모습이 다른 이 백수 건달들이 영원히 청춘으로 머무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삶에 책임을 져야 하는 어른이 되기도 싫어 갈팡질팡하는 얘기가 정답게 그려졌다. 방황하는 청춘의 성장기로 이탈리안들 특유의 끈질긴 가족애가 엿보이는 재미있는 영화. 후에 펠리니의 작품의 한 특징이 되는 환상적 터치도 볼 수 있다. 30달러.
‘게임의 법칙’
(The Rules of the Game)
프랑스의 명장 장 르느와르의 1939년산 흑백 걸작으로 영화사상 가장 훌륭한 작품 중의 하나로 꼽힌다.
시골 별장에서 주말을 사냥을 하면서 즐기려고 모인 귀족계급의 사람들과 그들의 시중을 드는 하인들의 대조되는 연애행위를 고상하면서도 신랄하게 묘사한 코미디 드라마. 달콤 쌉쌀하고 우스운 인간과 사회의 관습에 관한 코미디로 부패한 프랑스 사회를 통렬하고 가차없이 풍자했다.
귀족과 하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사랑들을 하느라 난리법석을 떠는데 사냥에 초대받은 손님 중 한 명이 자기 계급의 규칙에 따라 행동하기를 거부하면서 온갖 사건과 함께 비극이 발생한다.
르느와르의 시간을 초월한 천재성이 드러난 귀한 작품이다. 40달러.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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