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4대 상항지역 한인회장 선거관리 위원회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장 이취임식에서 제 22대 오재봉 전 회장이 유근배 현 회장에게 한인회기를 인계하는 모습.
후보간 정책 토론 불가능한 선거 일정 등 제시
상항지역한인회(회장 유근배)는 지난 18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제24대 한인회장 선거일정을 확정하고 선거관리위원장을 선출했다.
그러나 ‘공정선거’와 ‘한인동포들의 참여 유발’이라는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 사항들이 통과됨으로써 향후 말썽의 여지를 남겨놓았다는 비판을 얻고 있다.
▲선관위원장의 선출절차: 이날 이사회는 현승재 인선위원이 제출한 ‘제24대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을 위한 제안’ 문건을 토대로 정해천 전 북가주한국학교협의회 회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동시에 현승재 이사를 사무총장으로, 그리고 윤병진 이사를 선거관리위원에 임명했다.
그러나 현 한인회 회칙상 이사회는 선관위원장만 선출할 수 있고, 그 외 선관위원은 선관위원장이 필요에 따라 임명 또는 위촉할 수 있다(제20조 3항)고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회칙대로라면 18일 이사회에서는 선관위원장만 임명하고, 선출된 위원장이 추후 위원을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러나 위원장이 임명하지 않고 사전에 내정한 사무총장이 실질적인 선거관리 업무를 총괄하도록 규정해 한인사회 메커니즘을 잘 모르는 위원장 대신에 사무총장이 선거관리업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이밖에 선관위원장의 고유권한인 위원 임명권을 침해, 이사회가 위원장 선출 이전에 현승재 이사와 윤병진 이사를 각각 사무총장과 위원에 임명했다. 이는 현 김홍익 이사장이 출마를 선언한 상태에서 자칫 상대측의 불공정 시비에 휘말릴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극히 짧은 선거운동기간: 이사회는 신임 한인회장 투표를 위한 후보등록을 11월15-20일로, 그리고 투표일을 11월 27일로 결정했다. 이같은 결정대로라면 후보등록 마감 후 불과 일주일만에 투표가 실시되는 셈이다.
출마예정자들은 상대후보에 전략이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2명의 부회장 러닝메이트와 10명의 등록이사 후보 등을 담은 등록서류를 마감일에 제출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은 후보들의 정책토론을 지켜볼 기회도 없이 투표장으로 가야만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1월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의 선거운동기간에 2회의 후보토론회를 실시하는 것도 물리적·시간적으로 유권자에게 충분히 보도될 수 없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인회측의 답변: 이같은 지적에 대해 유근배 한인회장은 선관위원장 선출 이전에 사무총장과 위원 1명을 선출한 것은 선관위원 내정자와 사전에 합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후보등록 후 공식 선거운동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선거운동비용이 적게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관위원장 선출 이전에 사무총장 등을 내정한 것은 엄연히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지적에 설득력있는 답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선거운동비용 절감효과도 현재 출마를 선언한 두 후보가 이미 후원모임 등을 통해 실질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정선거를 위한 ‘잣대’ 미비: 정해천 선관위원장과 현승재 사무총장은 공식 후보등록 이후 투표일 이전까지만 불공정 선거운동을 감시하고 그 이전은 정식 후보가 아니기 때문에 규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후보들이 유권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향응과 매표행위에 대해서는 건전한 상식에 따라 판단할 뿐 실질적으로 규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종합해볼 때 이번 선관위의 출범과정과 선거일정은 인맥 위주의 잘못된 선거관행을 과감히 탈피한다는 목적만 강조했지 후보들의 정책대결을 유도하고 한인들의 참여를 높여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든다는 또 다른 선거원칙은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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