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숙자들이 개 한 두 마리와 함께 마켓 카트를 끌고 다니는 ‘풍광’은 LA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이 아니면 아주 눈에 익다. 처음에 이민 와서는 다소 신기하기도 해서 흥미로운 눈초리로 쳐다보기도 했지만 이민생활이 오래될수록 무숙자들에 대한 반감은 증폭된다. 시사주간지 ‘US뉴스&월드리포트’가 무숙자 문제를 다뤘다.
다운타운 50개 블록 순차적 환경정화 방침
인권문제 야기하는‘홈리스 무작위 단속’지양
마약거래·윤락행위·갱·범죄 등 집중 타킷
경찰·시민단체·지역 비즈니스 공조 구축
다운타운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있는 무숙자들은 자선단체 등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고, 셸터에서 잠을 잔다. 그러나 상당수는 그저 거리를 배회한다. 심심하면 다운타운에서 한인타운 쪽으로 ‘원정’을 나온다.
이들은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공중도덕은 안중에도 없다. 파란 불에 달리는 차 앞을 가로막는 사람도 무숙자밖에 없다. 간혹 조심하라고 경적이라도 울리면 마치 무슨 죄인 쳐다보듯 삐딱한 표정으로 응시해 법규를 지키는 운전자를 무안하게 하기도 한다.
식당 근처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자는 무숙자는 식당을 찾는 고객들의 밥맛을 떨어뜨린다. 위생도 문제지만 시각적인 거부감이 더 즉각적이다. 어디서 구했는지 라디오를 틀어 놓고 인생을 즐기기도(?) 한다. 유유자적의 멋을 느끼게도 하지만 대부분은 ‘가깝게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교회 주변에서 신도들에게 손을 벌려 ‘이웃사랑’에 대한 크리스천의 의무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자녀와 함께 성전을 찾아 경건하게 마음가짐을 갖고 있을 때, 무숙자의 출현은 당혹감 그 자체다. 프리웨이 출구에서 구걸하는 무숙자는 웬만한 봉급쟁이 뺨치는 수입을 올린다는 웃지 못 할 얘기도 있다. 이들에게 돈을 주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를 놓고 신문과 방송에서 치열한 공방이 오고가기도 한다.
목욕을 하지 않아 악취를 풍기며 공원에서 어슬렁거리는 무숙자는 모처럼 주말에 소풍을 나온 가족들에겐 여간 기분 잡치게 하는 일이 아니다. 주차장 한 켠에 큰 박스와 온갖 잡동사니를 모아놓고 기거하는 모습은 동네의 미관과 안전을 해친다. 무숙자가 활동하는 곳에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이로 인해 점차 우범지대화 된다는 게 치안당국의 우려다.
무숙자와 연결된 지역의 우범지대화는 오랜 세월 해결책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이 인상을 찌푸리고 배타적인 태도를 보일 뿐 뾰족한 묘책을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데는 소홀했었다. 그러나 이제 LA의 우범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사람들이 서서히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범죄로 인해 사람들의 발길을 돌리게 할 뿐 아니라, 무숙자들의 근거지로 전락하면서 도시 미관 전체를 해치는 이들 우범지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LA다운타운 50개 블록 지역에는 약 8,000에서 1만 명의 무숙자들이 산다. 산다기보다 배회한다. 질서도 없고 룰도 없다. 어찌 보면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같이 변모했다. 과거엔 경찰이 무숙자들을 무작위로 단속했다. 그러다보니 인권문제가 거론되고 공권력 남용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거센 비난이 끊이질 않았다.
소송이 잦자 공권력을 행사하는 경찰입장에서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다. 문제해결은 요원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가지 방안이 제기됐다. 범죄학자 조지 켈링이 아이디어를 냈다.
무숙자들을 무작위로 단속하는 대신 마약 딜러, 윤락여성, 다른 범죄자들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무숙자들의 물건과 그들의 노상 주거를 묵인하는 것이다. 이 아이디어대로 라면 더 이상 인권유린 문제가 부상하지 않을 것이다.
경찰은 물론, 시민단체와 지역 비즈니스가 이 방안에 공조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무숙자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하기 전에 우선 범죄를 해결하자는 구상이다. 우범지대의 근본적 원인을 척결한 뒤 무숙자 문제를 차근차근 대응하자는 복안이다.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도 이 방안을 지지하고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무숙자는 사실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그저 보통사람이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환경과 개인적인 삶의 태도 등 때문에 그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마약이든 알콜이든,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이다. 사회의 발전에 대제로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누가 되고 있으나 정상인들이 외면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사람들이다. 무숙자들에 대한 보다 전향적인 정책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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