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전력 가다피 리비아 대통령
리비아의 무아마르 가다피 대통령은 9.11 테러 사건 이후 부시 행정부의 강공 압박에 굴복해 고분고분해졌다. 미국으로부터의 보복에 겁을 먹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겁을 먹은 게 아니라 ‘히스테리컬’ 할 정도의 반응이었다는 게 최근 공개된 자료에서 드러났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뉴욕의 테러사건 이후 잔해를 바라보는 미 국민들은 이러한 비극이 또 미국 땅에서 일어날 것인가를 자문했다. 월드트레이드센터와 국방성의 테러피해 현장을 밟은 사람들은 충격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비단 미 국민에게만 국한된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저 멀리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도 비슷한 고민에 휩싸였다.
최근 비밀 해제된 ‘2001년 9월 20일 전신’에서 드러나
뉴욕 테러 터지자, “과거 문제 삼아 보복공격 타겟” 걱정
친미 아랍국들에 “도와 달라” 히스테리컬 한 메시지
“이라크 공격으로 겁먹어 핵 포기했다” 주장은 사실과 달라
월드트레이드센터 주저앉으면서부터 ‘핵 포기’ 검토
1988년 270명의 목숨을 앗아간 팬암 103기 테러 폭파사건, 1986년 베를린 나이트클럽 폭탄테러사건 배후에 리비아가 있었기 때문에 뉴욕 테러사건에 대한 보복으로 불똥이 자신에게 떨어질 것을 가다피가 우려한 것이다. 이집트 주재 미 대사관으로부터 전송됐던 2001년 9월 20일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 당시 가다피의 복잡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사실 미국은 베를린 나이트클럽 테러 이후 가다피에 대한 보복공습을 감행해 그의 텐트를 살짝 비켜가는, 가다피로서는 가슴이 철렁한 일이 있었다. 당시의 기억이 생생한 가다피는 아랍 국가 지도자들에게 긴급 정상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 위기국면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가다피는 미국 정부와 공식적인 의사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공식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해 미국에게 간접 전달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가다피는 요르단의 압둘라 왕에게 긴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전화 통화에서 가다피의 목소리는 매우 히스테리컬 했다. 압둘라 왕이 중간에서 위기상황을 중재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했다. 미국이 리비아를 공격하지 않도록 말을 잘 해 달라고 청했다. 압둘라 왕이 미국 정부관계자들과 돈독한 개인적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하려 했다.
가다피는 2003년 12월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백지화한다고 천명했다. 그해 3월 이라크 공격을 감행한 부시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을 강력히 밀어붙인 덕에 리비아도 무장해제한 것이라며 정책 효과를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다피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있기 훨씬 전에 이미 핵무기 프로그램을 폐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명목으로 리비아에 대해서도 군사행동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한 대 오사마 빈 라덴이 은신처로 사용하던 수단의 우마르 알바시르 대통령도 가슴을 졸였다. 미국의 보복공격의 타겟이 될 것을 염려했다. 알바시르 대통령도 아랍 지도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자신이 테러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미국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미국, 친미 아랍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썼다.
친미 이집트 지도자와의 전화통화에서는 가다피와 알바시르 대통령의 걱정스런 마음이 주재 대사들의 목소리에서 생생히 전달됐다. 이집트 주재 수단 대사는 이집트 외무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수단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수단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이집트 정부가 그저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는 형식적인 당부가 아니라 수단이 미국의 군사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는 점을 분명히 표시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나 가다피는 수단 대통령보다 한 술 더 떴다. 2001년 9월 17일 이집트 외무장관이 리비아를 방문해 가다피의 근심을 누그러뜨리려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다피의 마음은 평온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과거 테러를 사주한 가다피도 뉴욕 테러 사건에 대해서는 놀라움과 동시에 혐오감을 표시했다고 미 국무부 관리가 전했다.
수단과 리비아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뉴욕 테러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해도 과거 테러 지원 전력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호된 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전전긍긍했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테러와의 전쟁’에 이들 과거 테러 지원국 지도자들이 오금을 제대로 펴지 못하고 꼬리를 내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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