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3세대’ 미니 붐이 일고 있다.
아직도 ‘핵가족’이 미국의 확고한 ‘가정단위’를 이루고 있지만 주택가격 급등 현상이 지속되면서 한 지붕 아래 최소 3대 이상의 다세대가 옹기종기 모여 사는 대가족제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주거비 급증에 젊은층, 부모에게로 U턴
노부모 봉양 아시아·히스패닉 인구 증가
자식 딸린 이혼녀·미혼모, 부모에 ‘SOS’
물론 대가족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은 그리 높지 않다. 연방 통계자료청이 분석한 지난 2000년 센서스에 따르면 대가족 가구는 전체의 4%에 해당하는 420만가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1990년 이후 10년 사이에 대가족 가구는 38%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2000년을 기점으로 확산속도에 가속이 붙고 있다.
대가족 증가 현상의 최대 요인으로는 역시 경제적 이유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부동산 시장의 과열로 지난 수년간 주택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주거비 부담에 짓눌린 젊은 세대들이 부모 집으로 ‘U턴’하는 뚜렷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실제로 캘리포니아 등 대가족 가구의 점유율이 높은 지역은 예외 없이 전국에서 집 값이 가장 센 곳으로 꼽힌다.
경제적 이유 외에 다양한 문화적 요인들 역시 흩어져 살던 친척들을 한데 끌어 모으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할아버지가 손자를 돌보고,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거드는 아시아와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공생적 가족문화를 들 수 있다. 이같은 전통적 생활규범에 익숙한 히스패닉과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종집단으로 자리잡으면서 다세대 가구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다.
이혼율과 사생아 출산율이 높은 지역에 다세대 가족이 많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대부분의 미혼모나 이혼녀들이 아기를 데리고 부모 집에 얹혀 살면서 ‘불편한 다세대 동거’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자녀들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고 싶어하는 베이비붐 1세대들의 욕심과 여기에 편승해 장성한 후에도 좀처럼 부모의 품을 떠나려 들지 않는 ‘둥지족’의 양산 역시 다세대 가구 확산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지붕 3세대’의 생활방식은 어딘지 거북살스러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나름의 이점도 적지 않다. 우선 ‘규모의 경제학’에 따른 경비절감 효과를 볼 수 있고 은퇴한 조부모의 가사 및 양육 분담으로 유휴 인력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다세대 가구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대가족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집을 짓는데 주력하고 있다.
올해 건축 박람회에는 사상 처음으로 다세대 가구를 겨냥해 설계한 ‘리얼리티 하우스’라는 이름의 주택 모형이 등장했다. 리얼리티 하우스는 3, 4대가 함께 살기에 적합하도록 정원이 넓고 세대별 특색에 맞게 디자인된 침실과 온 식구가 한데 모여 앉을 수 있도록 널찍한 부엌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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