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의 조지 모란(39)이 아침에 눈을 떴다. 그는 자신이 영영 눈을 뜨지 못하고 그대로 고요히 저 세상으로 갈 줄 알았다. 천국으로 가 있을 줄로 여겼다. 멋진 생각은 아니다. 그렇다. 모란은 죽지 않았다. 뉴저지 주 롱 밸리에서 음악교사로 일하고 있는 모란은 이날 아침 모리스타운 메모리얼 병원에서 심장 판막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동안 그의 심장은 90분 동안 멈추어 있었다. 수술을 진행하기 위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수술 후 마취상태인 환자들 음악 듣자 심장박동·호흡 안정
뉴저지의 여성, 매일 두 시간씩 병원 회복실 찾아 연주
“환자가 알면 감정적 반응… 모르는 차분한 곡만 엄선”
마취상태서 연주소리에 엄지손가락 세우는 경우도
환자들 “가슴 답답하고 목이 막혔었는데 편안해져”
사전에 이를 인지한 그는 자신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모란은수술대 위에 누워 있었다. 심장이 멈추어 있었던 관계로 기기에 의탁해 연명했다. 심장과 폐 기능을 이 기기가 대신 해 주었다. 기기만 떼어내면 저세상 사람이나 다름없는 신세였다.
수술대 위에 누워 있을 때 모란은 매력적인 여성이 옆을 자신의 옆을 지나가면서 작은 하프를 연주하는 것을 기억했다.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란은 이 순간을 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모란은 살아났다. 수술실의 첨단 기기나 시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의사들의 노련한 의술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들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하프 연주 소리가 모란의 심장박동을 고르게 하고, 혈압과 호흡을 원만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들쭉날쭉했던 모란의 심장박동과 호흡이 모니터 화면에 고르게 나타났다. 결국 모란은 건강을 되찾았다.
하프 연주가는 뉴저지 체스터 출신의 앨릭스 와이즈다. 그는 음악 소리의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매일 두 시간씩 이 병원에 들러 심장 질환자 병동에서 하프연주를 한다. 심장 수술 후 아직 마취상태에 깨어나지 않은 환자병동에서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진정 효과가 있다면 병원들이나 환자들이 앞 다퉈 이를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나 병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다. 이미 일리노이 주 어바나의 칼 심장센터의 한 의사가 주도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하프 음악이 심장질환자의 불규칙한 박동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의 하프연주가 아직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모리스타운 메모리얼 병원 측은 와이즈가 계속 병원을 방문해 주길 바라고 있다. 건강을 회복한 모란은 “수술 후에도 나는 내 목 속에 튜브가 장치돼 있는 것 같았다. 답답하고 숨 쉬기가 어려웠다. 마치 입에 재갈이 물린 기분이었다. 그런데 하프 음악을 들으면서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긴장이 풀어지고 평상시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와이즈는 하프를 연주할 때 몇 가지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았다. “환자들이 내용을 알아차릴 만한 곡은 삼간다. 예를 들어 남자가 애틀랜타 시티에 있는 여자 친구와 헤어진다는 내용의 곡과 같은 것은 피한다. 환자들에게서 부정적인 반응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알게 모르게 이러한 분위기의 노래에 감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그래서 와이즈는 자장가, 찬가, 그리고 고전 음악을 연주한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한 치유의 음악들을 엄선해 연주한다.
와이즈는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연주한다. 연주하면서 환자의 심장박동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기 위해 병상 위의 모니터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연주에만 몰두한다. 아직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와이즈는 “모란의 병상에서 연주할 때 그가 엄지손가락을 세웠다”고 했다.
이 연구의 일환으로 간호사들에 대한 스트레스 측정도 병행하고 있다. 간호사 리사 진저렐라는 “한 환자가 수술 뒤 심하게 불규칙적인 상태를 보였다가 와이즈의 연주를 듣고는 상태가 호전됐는데 환자뿐 아니라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전했다. 수간호사 린 에몬드는 “와이즈가 병원에 와서 연주할 때는 간호사들도 비교적 조용해진다”고 했다.
모란과 같은 심장판막 수숙을 한 토마스 크롱키(55)는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겼다. 크롱키는 “음악 연주와 관련해 모든 것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리고 크롱키는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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