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풍요로운 추석 명절을 예찬하는 이 속담은 안방극장에도 고스란히 해당되는 말이다.
방송사들은 수확의 계절인 추석 연휴를 맞아 다양한 특집 프로그램을 대거 마련해 풍성한 안방극장 차림상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한다. 특히 길게는 9일에 달하는 올해 추석 명절에는 더더욱 많은 볼거리가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마냥 브라운관 앞에만 붙어 앉아 있다간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며 실망감에 빠질 수도 있다. 방송사들의 추석 맞이 기획은 명절이라는 특성을 좇기에 대동소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칫 ‘또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푸념이 나오기 십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빈틈없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단 연휴 기간 편성표와 형광펜을 준비한 뒤 놓쳐선 곤란한 프로그램을 챙기면 후회 없는 추석 명절 안방극장 즐기기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추석 명절 연휴 기간 놓쳐선 곤란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을까. 영화, 특집 드라마, 오락 및 교양 프로그램을 망라하는 추석 특집 프로그램의 진수를 간추려봤다.
# 명절의 단골 손님은 역시 영화!
명절 연휴 기간 극장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화제작들이 일거에 개봉하며 관객몰이 대결을 펼친다.
최근 들어 이는 안방극장에도 고스란히 해당되는 풍속도가 됐다. 방송사들은 심혈을 기울여 흥행작과 화제작을 확보한 뒤 명절 기간 한꺼번에 쏟아내며 시청자 잡기 경쟁에 돌입한다.
덕분에 영화는 명절 안방극장을 대표하는 메뉴로 부각됐다. 올해 역시 최신 흥행작과 화제작들이 앞 다퉈 시청자들을 찾는다.
KBS 2TV는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여자 톱스타 전도연과 이영애로 명절의 시작과 끝을 책임지게 한다. 4일 오후 11시5분 ‘너는 내 운명’으로 포문을 연 뒤 8일 오후 11시10분 ‘친절한 금자씨’로 대미를 장식한다. ‘마파도’(5일 밤 12시30분), ‘음란서생’(7일 밤 11시25분) 등 한국 영화와 ‘스타워즈’ 시리즈 4~6편(5~7일 오후 1시대) 등이 명절 기간 촘촘히 배치돼 있다.
KBS 1TV는 5~7일 밤 1시대 ‘아시아의 창 특선’을 마련해 ‘워터 보이즈’, ‘나의 발리우드 신부’, ‘차이라이 미녀 특공대’ 등 아시아의 이색적인 영화들을 소개한다.
SBS는 ‘작업의 정석’(4일 오후 9시45분), ‘미스터 주부 퀴즈왕’(5일 밤 12시20분), ‘흡혈형사 나도열’(6일 오후 10시35분), ‘투사부일체’(7일 오후 9시45분), ‘연애술사’(8일 밤 12시) 등 화제의 한국 영화들을 대거 선보인다.
한국 영화 방영에 있어선 경쟁 방송사를 압도한다. 할리우드 영화가 ‘턱시도’와 ‘메달리온’ 단 2편에 불과한 점은 이색적인 부분. 그나마 이 2편도 성룡 주연작인 점에서 순수 할리우드 영화라 보긴 힘들다.
반면, MBC는 외화 편성에 보다 신경을 쓴 양상이다. ‘캐리비안의 해적’(5일 오후 9시35분), ‘무인 곽원갑’(3일 오전 10시40분), ‘상하이 나이츠’(4일 낮 12시15분), ‘투모로우’(6일 낮 12시15분) 등 박진감 넘치는 액션 영화들을 전면 배치했다.
경쟁 방송사에 비해 한국 영화 편수는 적지만 ‘웰컴 투 동막골’(8일 오후 9시40분), ‘공공의 적 2’(6일 오후 11시30분) ‘야수’(7일 오후 11시40분) 등 블록버스터를 앞세워 ‘양보다 질’로 승부를 건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 이번 추석 명절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할 스타는 누구일까. 매년 성룡이 명절 단골 손님으로 명성을 떨쳐 왔지만 올해는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
바로 정준호다. 정준호는 ‘공공의 적2’, ‘가문의 위기’, ‘투사부일체’ 등 총 6편의 영화를 선보여 ‘턱시도’, ‘상하이 나이츠’, ‘신화’ 등 6편을 들고 찾아온 성룡과 동률을 이뤘다.
# 특집 드라마와 함께 가족의 의미를
추석 명절에는 가슴을 따뜻하게 해줄 특집 드라마가 빠질 수 없다. 지난 2005년 이후 방송사들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명절용 특집 드라마 제작을 줄였지만 올해는 모처럼 다양한 특집 드라마를 마련해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가족 사랑을 전할 예정이다.
SBS는 가족의 소중함과 사랑을 되새겨 보는 특집 드라마 2편을 선보인다. 5일 오전 10시부터 2부작으로 방송되는 ‘내사랑 달자씨!’는 황혼의 사랑으로 새로운 가족을 꾸민 노부부와 자식들 사이의 갈등과 화해를 통해 가족애를 강조한다. 중견 탤런트 박근형-김해숙 부부와 김성령 김규철 임성민 등이 따뜻한 사랑을 들려준다.
7일 오전 10시 방송되는 ‘깜근이 엄마’는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깜근이가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차별과 아픔을 현실적으로 조명한다. 미식축구 스타 하인즈 워드로 인해 사회적인 관심사로 환기된 혼혈아 문제를 드라마를 통해 재현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사랑을 강조하게 된다.
KBS 1TV는 6일~8일 3일간 오후 10시 ‘HD TV문학관’을 연속 편성해 시청자들로 하여금 명절 연휴 기간 문학의 정취에 흠뻑 빠져 지낼 기회를 제공한다. 김동리 원작의 ‘등신불’과 이기호 원작의 ‘나쁜 소설’, 심윤경 원작의 ‘달의 제단’이 차례로 소개된다. 한국 근현대사를 포괄하는 과정에서 아픔을 겪는 개인의 모습을 조명한 작품들이다.
5일 오전 11시부터 2부에 걸쳐 방송될 KBS 2TV ‘무기여 잘 있거라’는 가진 것 없고 힘 없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 속에서 꽃피는 가족애와 동료애를 다루는 작품이다. 권해효 김국진 김종석 등이 잔잔한 웃음과 함께 서민들의 애환을 담아낸다.
# 편안하게 웃고 즐기는 오락 프로그램
불과 2,3년 전만 해도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꽃은 다채롭게 펼쳐지는 버라이어티 쇼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의미는 많이 퇴색됐다. 방송사들이 기존 오락 프로그램을 특집으로 꾸미는 방식을 선호해 그다지 새로운 볼거리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NG모음, 기인열전, 스타 노래자랑 등 한결 같은 프로그램들이 명절을 찾곤 한다. 올해 역시 그런 경향이 짙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쏠쏠한 볼거리는 얼마든지 있다.
‘쟁반 노래방’의 명콤비 신동엽과 이효리가 2년 만에 다시 뭉치는 KBS 2TV ‘칠공주 쟁반 노래방’(6일 오후 7시)은 유쾌하게 웃고 즐기기엔 제격이다. 요즘 최고 인기 드라마인 KBS 2TV ‘소문난 칠공주’의 이태란 최정원 김혜선 신지수 네자매와 노주현이 출연해 포복절도할 노래방을 꾸민다. 신동엽-이효리 콤비의 변함 없는 입심도 여전히 유쾌하게 전개된다.
SBS는 ‘놀라운 대회 스타킹’(4일 오후 6시40분), ‘꿈의 도전, 누가 천만원을 보았나’(4일 오후 8시45분) 등 이색적인 기획을 앞세운 오락 프로그램으로 신선한 웃음에 도전한다. 인기 개그 콤비 컬투가 진행하는 ‘빅스타 명장면 NG열전’(5일 오후 6시20분), 유재석을 앞세운 ‘천하제일 신동열전’(7일 오후 4시20분) 등 명절 단골 아이템도 물론 빼놓을 수 없다.
언제부터인지 명절 연휴 단골 아이템이 된 마술쇼의 방송 3사간 대결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KBS 2TV는 한국을 대표하는 신세대 마술사 이은결을 내세워 ‘이은결의 매직V쇼’(5일 오후 6시40분)를 준비했고, SBS는 일본의 간판 시공마술사 히로 사카이를 초빙해 ‘닥터 레옹 매직쇼 기적’(6일 오후 6시20분)을 준비했다. MBC는 ‘Mr. 쎄로의 수퍼 매직쇼, 더 이상의 마술은 없다’(6일 오후 6시40분)로 환상적인 마술의 세계를 선사한다.
한편, KBS 2TV ‘허영만의 맛 이야기’(7일 오전 10시10분), KBS 1TV ‘제철 음식의 비밀’(5,6일 오전 10시), MBC ‘한강 프로젝트’(7일 오전 6시10분), ‘한국의 산나물’(7일 오전 8시) 등 한국 전통의 음식 문화와 명절 풍속을 소개하는 교양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다만 이들 프로그램을 즐기려면 휴일 늦잠을 포기해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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