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전기톱 살륙:시작’의 한장면. 킬러가 인피 마스크를 쓰고 있다.
B급 배우 쓰고 저예산… 흥행도 성공
대박 ‘톱’시리즈 3편까지 나와
할리웃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하고 피가 튀는 새디스틱한 공포영화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영화계에서 ‘고문 포르노’라고 부를 정도로 잔혹한 공포영화들이 양산되는 큰 원인은 이것들이 장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보통 B급 배우들을 써 만드는 공포영화의 편당 제작비는 요즘 할리웃에서는 저예산 축에 드는 3,600만달러. 웬만한 공포영화들은 개봉 첫 주에 제작비의 절반이상을 뽑아내면서 흥행이 잘되는데 이 영화들의 DVD 판매액까지 합치면 공포영화들은 가장 안전한 투자품목이 된다. 그리고 주로 젊은 남자들이 즐기던 이 영화들을 요즘에는 25세 미만의 여성팬들도 즐기고 있는 것도 영화성공에 기여하고 있다. 지난 13일에 개봉된 ‘주원 2’(The Grudge 2)는 24일 현재 총 3,100만 달러를 벌었고 지난 4일에 개봉된 ‘텍사스 전기톱 살륙: 시작’ (The Texas Chainsaw Massacre: The Beginning)은 23일 현재 총 3,590만달러를 벌었다.
특히 핼로윈이 있는 10월에는 공포영화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는데 이미 개봉된 ‘텍사스 전기톱 살륙’과 ‘주원 2’ 외에 27일에는 ‘톱 III’(Saw III)이 개봉됐고 핼로윈인 31일에는 1978년에 존 카펜터가 만들어 빅히트한 ‘핼로윈’(Hallowen)을 디지틀로 새로 뜬 영화가 나온다.
최근의 공포영화붐을 일으킨 장본인격인 라이언스게이트는 ‘톱’시리즈 제1편과 제2편이 각기 총 5,500만달러와 8,700만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에 고무돼 제3편을 만든 뒤 영화만큼이나 해괴한 수단을 동원, 선전을 하고 있다. 영화의 포스터에는 극중 잔인한 연쇄살인범 ‘직소’로 나오는 토빈 벨이 빨간 외투를 입고 서 있는데 이 빨간색은 벨의 진짜 피와 빨간 잉크를 섞어 채색한 것이다. 이런 기발난 아이디어는 영화사의 마케팅 책임자인 팀 페일린의 것으로 라이언스게이트는 영화 개봉과 함께 헌혈운동을 벌여 모두 1만4,403파인트의 혈액을 확보했다.
사람의 신체 부분을 짜깁기 하고 취미로 사람의 눈과 이와 혀를 빼는 등 잔인무도한 고문을 가하는 최근의 공포영화가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 ‘톱’이 뜻밖의 빅히트를 하면서 시작됐는데 당시만해도 아시안 공포영화를 리메이크한 것들이 스크린을 주름 잡던 때였다. 일본 공포영화 ‘링구’를 리메이크한 ‘링’(2002)이 일찌감치 빅히트를 한 것에 고무돼 2004년에는 역시 일본영화의 리메이크인 ‘주원’(총 수입 1억1000만달러)과 ‘검은 물’(Dark Water)이 나와 크게 히트했다. 그러나 이런 아시안 공포영화 리메이크붐은 ‘링 2’가 전편에 훨씬 못미치는 총 5,300만달러의 수입을 내면서 중단됐다 (현재 남아있는 유일한 아시안 공포영화의 리메이크는 ‘주원 2’.)
이때부터 머리를 풀어 헤친 여자 귀신이 나오는 으스스한 분위기 위주의 공포영화는 사라지고 대신 쓴 맛 나고 끔찍하고 폭력적이며 보다 사실적인 공포영화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에 나와 히트한 이런 영화들로는 ‘호스텔’(Hostel), ‘언덕들은 보고 있다’(Hills Have Eyes) ‘톱II’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공포영화가 날이 갈수록 잔인해지고 있는 까닭을 현실에 비유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일상이 영화 못지 않게 위험하고 폭력적이어서 영화가 이런 세태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내년에 나올 끔찍한 공포영화들로는 ‘호스텔 II’와 ‘언덕들은 보고 있다 II’ 및 ‘핼로윈’ 신판등이 있다.
<박흥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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