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의료비에 미국인들 해외로 의료 여행
비교도 안 되는 저렴한 가격에 만족스런 시술
미국서 의료보험 커버 안 되는 치료도 OK
잘못되면 피해 보상받기 어려운 문제점도
루디 루팩은 칼라바사스 소재 자신의 집 베드룸에서 필리핀 병원에서 예정된 신장 이식 수술, 코스타리카의 복벽 성형 수술, 타이에서의 성전환 수술, 파나마의 각막이식수술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하지만 루팩은 의사가 아니다. 신종 여행 에이전트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의 해외 의료 여행을 주선하는 ‘플래닛하스피탈’(PlanetHospital)의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그는 미국인들에게 미국이라면 비용이 비싸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를 해외 병원에서 받게 해주고 덤으로 해외여행까지 즐기게 해준다. 영리목적의 사업이긴 하지만 의료 혜택의 기회를 넓히는데 기여한다는 보람도 크다.
“미국에서는 오래 기다렸다가 의사를 잠깐 한번 보고는 떠밀려 나오는 식인데 현행 의료제도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병원에서는 의사와 여러 시간 만나 이야기하고 진료를 받는다. 어떤 환자는 의사와 저녁 식사까지 함께 하는 경우도 있다“
루팩(37)이 해외 의료를 경험한 것은 지난 2002년. 약혼녀인 발레리 카펠로토(45)와 타이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 그녀의 낭창이 도져 앓아눕게 됐는데 방콕의 병원에 가야한다는 것이 겁났다. 루팩은 그녀를 설득해 한번 치료를 받아보자고 했다.
“불과 몇 분 안에 별도의 방이 배정됐고, 호주에서 훈련을 받은 의사를 데려왔다. 즉각 개인 간호사가 배정됐고 조리사가 와서는 어떤 음식을 넣어줄지를 상의했다”고 카펠로토는 당시를 회상한다.
이틀간 입원했던 치료비용은 모두 합해 411달러!
보조교사로 일해 왔던 카펠로토는 곧바로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신이 직접 한번에 3~4명의 환자를 인솔하여 해외 치료 여행에 나섰고, 2005년 6월 플래닛하스피탈이 정식 출범했다.
인도계로 런던에서 태어난 루팩은 플래닛하스피탈을 경영하는데 적격이었다. 남아공에서 의대를 다녔고, 인도에서 잠시 타이틀보험을 판매했고, 영화 두편을 제작했던 캐나다 몬트리올에서는 의료 채무 콜 센터를 소유하기도 했었다.
플래닛하스피탈은 현재 13개국에 30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환자를 보내는 모든 병원과 호텔을 직접 방문해 살펴본다는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신경을 씁니다. 침대가 낮으면(아시아에서는 대개 침대가 낮다), 고관절 수술을 받은 미국인 환자에게는 좋지 않죠”
플래닛하스피탈에 대한 이용자들의 평가는 좋다. 오렌지 거주 릭 투에스(54)는 고관절 복원 수술을 플래닛하스피탈의 도움으로 받을 수 있었다.
투에스는 플래닛하스피탈의 웹사이트에 로그인하고, 30분내 전화 응답을 주겠다는 박스에 클릭했는데 정확히 30분 뒤 루팩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투에스가 갖고 있던 HMO는 기존의 고관절 전면 교체 수술은 커버해 줬지만 새로운 치료법인 복원수술에는 의료비를 지불해 주지 않았다. 다른 의료보험에 가입해 이용한다 해도 자신이 직접 내야할 금액이 2만달러나 됐다.
플래닛하스피탈은 투에스가 뉴델리에서 수술을 받도록 일정을 잡아줬다. 한 달 동안 투에스와 부인이 개인 병원에 입원하고, 4스타 호텔에서 체류하며 통원치료를 받는 비용이 모두 1만2,000달러였다. 근사한 하루 3식은 물론이고 타지마할 방문 등 약간의 관광도 포함된 가격이었다.
“내 HMO와 미국 의료시스템은 날 낙담하게 했지만, 플래닛하스피탈은 외국의 유능한 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줬다”
루팩은 미국 의료 플랜에서는 치료받을 수 없는 새로운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데 자부심이 크다. 지난해 그는 ‘두 세계 최상의 의료 서비스’(the Best of Both Worlds service)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미국의사회의 인가를 받은 수술의들이 환자와 함께 해외로 여행가서 현지 병원에서 시술하는 서비스인데 미국에서보다 20%내지 40%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에서 온 이민자를 위한 디아스포라 헬스케어(Diaspora Healthcare)도 계획하고 있다. 월 100달러정도 내고 미국에서 기본 의료를 받고 엘살바도르에서는 훨씬 많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플랜이다.
현재 미국내 의료 여행사는 50여개. 급성장하고 있는데 문제점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제 인가 받은 병원의 성공률은 미국 병원과 비슷하다”고 의료 여행 가이드 ‘국경 없는 환자’(Patients Beyond Borders)란 책을 쓴 조셉 우드먼은 말했다.
반론도 없지 않다. 샌프란시스코의 비영리 퍼시픽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의료정책교수 다이애나 어네스트는 “브라질 상파울로나 코스타리카 샌호제 병원에서 받은 수술이 잘못될 경우 복원이 안 된다. 해외 병원을 소송할 수도 없고 환불도 받을 수 없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많은 미국인에게 아직 해외 치료는 불안하지만, 해외 병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다면 해외 의료 여행도 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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