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범희(왼쪽)씨의 도움으로 32년만에 한국인 아버지와 서신 상봉한 김 옌(오른쪽)씨의 결혼 당시 사진.
함께 행복한 세상
한국일보 2008 연중캠페인 / 어울림(1) 벽을 넘어서
한국인 아버지+베트남 어머니의 딸
32년만에 아버지와 극적인 서신상봉
캠벨 한범희씨 헌신적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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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벨에 거주중인 한범희(73)씨는 베트남전 당시 미 국무부 US-AID 소속으로 베트남에 파견돼 보급 담당 군속으로 근무했었다.
한범희씨가 이처럼 베트남전 당시 근무 경험이 있다는 소식을 아파트 이웃에 있는 한인 주민을 통해 우연히 전해 들은 베트남계 한인2세 김 옌(39, 산호세 거주)씨는 한씨에게 32년 전 베트남 패망 당시 헤어진 뒤 소식을 알 수 없는 한국인 아버지 김모(64)씨를 찾는 일을 도와달라고 지난해 4월경 요청했다.
베트남전이 끝나며 이산가족이 된 이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던 한범희씨는 무작정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름 석자만 갖고는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답을 듣게 된다.
뭔가 단서가 될 만한 자료가 없어 고민하던 중, 한씨는 김 옌씨의 어머니이자 김모씨의 당시 베트남인 부인이 간직해온 김모씨의 호적등본을 발견하고, 이를 들고 부랴부랴 다시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으로 찾아갔다.
이러한 한범희씨의 노력과 샌란시스코 총영사관의 도움으로 결국 김 옌씨의 한국인 생부 김모씨가 호주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게 됐고, 지난해 5월 이 부녀는 32년만에 서신 왕래를 통한 극적인 상봉을 하게 됐다.
한범희씨는 지난 1년간은 이들 부녀간에 서신 왕래만 오갔지만, 김모씨가 현재 딸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올 준비 중이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무엇보다 이산가족의 상봉을 도울 수 있어 기뻤으며, 무엇보다 내 마음이 행복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1996년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한 뒤 산호세로 건너와 현재는 잠시 베트남에 출국중인 김 옌씨는 지난해 아버지날 한범희씨에게 감사의 표시로 시계를 선물하기도 했으며, 한범희씨의 이러한 선행이 알려져 엘레인 앨퀴스트 가주 상원의원(13지역구), 샐리 리이버(22지구), 조 코토(23지구), 제임스 빌(24지구) 가주 하원의원(24지역구) 등 산호세 지역 의원들로부터 지역사회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 극빈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산호세의 ‘브라운 백’ 프로그램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한범희씨는 이민 온 초기에 하루에 12시간씩 청소, 목수 보조, 리커 스토어 종업원 등을 하며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자녀들을 대학까지 졸업시켜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한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이제 남은 여생은 가족들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에게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철민 기자> andy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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