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더 하우스’의 주인 스티븐과 테레사 덜레이 커플이 전통적인 영국식 도자기 찻잔에 영국차를 딸아 보이고 있다.
영국제 스페시얼티로 꽉 찬 ‘튜더 하우스’ 매장. 이곳에서는 영국서도 찾기 힘든 영국제를 찾을 수 있다.
진짜 영국식을 맛보기 원합니까
‘오직 진품만…’ 경영방식고수, 반세기
‘영국산 애호가’들의 명소로 자리 잡아
알란 크럼프가 오직 원했던 것은 진짜 영국 산의 양파 피클이었다. 영국 토종으로 맨체스터 출신인 크럼프는 그러나 그걸 미국에서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싸구려 가짜 양파 피클에 만족해야만 했었다. 1957년 미국으로 이민을 온 후 그런 식으로 지내왔다.
그래서 크럽프는 1959년 양파 피클을 영국에서 수입하기 시작했다. 기왕 수입하는 김에 잼이니 푸딩이니 OXO 그래비 믹스 등 다른 영국산 식품들도 수입했었다. 그러기를 3년여, 크럼프와 아내 조운은 영국 그로서리 마켓인 ‘튜더 하우스’를 열었다. 산타모니카의 영국 상가의 한 모퉁이 드라이 크리닝 가게와 영국식 선술집 ‘머키 덕’사이에 자리를 잡았던 것.
‘머키 덕’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이 영국 상가를 장식했던 다른 가게들이 맞은 운명과 같이. ‘튜더 하우스’는 숱한 도전을 견뎌내고 생존한 일단의 영국 상점들과 함께 산타모니카 세컨드 스트리트의 런던 트래벌 센터 옆에서 현재도 영업 중이다.
보건위생 법규가 여간 까다로워지지 않았다. 렌트도 껑충 뛰었다. 수입품 선적료도 올랐고 영국의 파운드화는 강세다. 달러화는 떨어졌고. 이 모든 것들이 돈을 들게 한다. 거기다가 ‘홈 식’에 걸려 방황하는 영국계 인구는 별로 많지가 않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1969년 현재 산타모니카 주민 중 4.7%, 3,923명이 영국계였다. 2000년에는 그 숫자가 크게 줄어 전체 주민의 2.1% 1,807명이 영국계 이민자로 집계됐다.
이런 것들이 영국 상점들로 하여금 젊은 미국인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뭔가 엑스트라의 일을 하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문을 닫을 판이라는 게 33년 동안 이곳에서 영국식 선술집 매니저로 일을 해온 존 고든의 말이다.
‘튜더 하우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불황경기가 ‘튜더 하우스’의 현 소유자인 테레사(61)와 스티븐 덜레이(60)을 짓눌러 왔던 것이다.(알란과 조운 크럼프는 이제 각각 81세와 78세로 이 가게를 1980년에 팔았다. 덜레이 부부가 이 가게를 1999년에 인수했다.)
달러가격이 해외에서 약세를 보이면서 덜레이 부부는 수입식품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입식품을 진열대에 올려놓는 데 있어 대형 수입업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다. 9.11사태 후 해외에서 들여오는 물품에 대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스몰 비즈니스 업주들이 해외에서 직접 선적을 해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용이 들 일만 많아지고 산타 모니카 지역의 부동산 시장이 타이트해지면서 비즈니스 확장은 어렵게 됐다. ‘튜더 하우스’로서는 핀치에 몰린 것이다. 날로 악화되는 재정적 갭을 메꾸기 위해 덜레이 커플은 아이디어를 냈다. 한쪽으로 티 룸을 오픈 한 것이다. 그저 티 룸이 아니다. 개인 파티를 위한 전형적인 티 룸을 개장한 것이다. 그리고 ‘튜더 하우스’의 프로파일 제고를 위해 영국식 배경의 실내장식을 영화 카메라들이 이용하게 한 것이다.
그 작전이 주효했다. 지난 3월 이 티 룸은 한 리얼리티 쇼 TV프로그램에 소개됐다. 지난 해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영국의 BBC방송 기자들은 ‘튜더 하우스’를 찾아내 영국에까지 소개됐다.
“런던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지 않고도 진짜 영국식을 맛볼 수 있다. 모든 것이 정수 영국제로 되어 있으니까.” 덜레이의 말이다. 튜더 하우스가 고객에게 어필하는 것은 전적으로 진짜, 진품에 매달리는 경영방식 때문이다.
‘튜더 하우스’의 진열장에는 ‘콜먼’ 상표의 양념류에서, ‘카드베리’ 캔디류에 이르기까지 영국제 스페시얼티로 가득 차 있다. 상품뿐이 아니다. 업소주인인 덜레이 커플은 물론이고 이 종업원들도 말하자면 순수 영국제다. 에클스 케이크, 첼시 번, 영국식 핫케이크 등을 구워내기 위해 영국에서 3명의 제빵사를 초빙해 고용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영국식 소시지를 제공하가 위해 역시 영국에서 기술자를 데려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도 100%로 영국제로 채워진 건 아니다. 요리사 한 명이 미국태생으로 샌프란시스코 요리학원에서 훈련을 받고 영국식 요리를 서브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24세인 이 요리사의 이름은 브렌던으로 그는 다름 아닌 덜레이 커플의 아들이다.
가족적 분위기가 특징‘대’를 있는 단골 고객
‘튜더 하우스’의 특징은 가족적 분위기다. 그 분위기를 찾아 ‘홈 식’에 걸린 영국인과 영국애호 미국인들이 지난 50년간 찾아든 명소가 됐다.
어렸을 때, 그러니까 어린아이 시절 이곳에서 저녁을 즐겼던 사람들이 손자손녀를 데리고 이 ‘튜더 하우스’를 찾는다. 그리고는 윈저 스타일의 의자에 앉아 ‘블루 윌로우’ 도자기 찻잔으로 서브되는 빅토리아 차를 마시는 것이다.
웨스트 LA 주민이자 작가인 수잔 러브리니는 수십년동안 온 가족이 튜더 하우스를 방문해온 단골이다. 그녀는 수년간 영국에 머물렀고 또 자주 영국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영국식 티 룸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조예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영국의 티 룸보다도 튜더 하우스를 더 좋아한다는 게 러브리니의 말이다. 그녀가 즐기는 건 요크셔 골드 티에 후식용 핫케이크. 그 독특한 맛이란 LA 일원에서 달리 찾기 힘들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다.
그녀의 예찬론은 계속 이어진다. “이 ‘튜더 하우스’는 영국제의 베스트 파트를 보존하고 있다. 정말이지 영국에서도 찾기가 어려운 것도 이곳에 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튜더 하우스’ 예찬론자는 러브리니뿐이 아니다. 한 스코트 랜드인 고객은 이 ‘튜더 하우스’에 반한 나머지 이 가게와 관련해 시를 쓰기까지 했다.
“도전은 언제나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업소주인 테레사 덜레이의 말이다. 가족적 분위기의 영국 리빙 룸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젊은 고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이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쇄신을 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너무 ‘업투데이트’하게 장식을 바꿀 수도 없는 것이다. ‘튜더 하우스’로서의 매력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적 매력과 전통미를 살리면서 젊은 층에게 어필이 되는 실내장식과 메뉴개발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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