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안 통과’에 효과 한정적 평가
추가 금리 인하 불가피 주장도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구제 금융안은 만병통치약(panacea)이 아니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3일 미 하원에서 금융구제안이 통과된 직후 미국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버핏은 다만 이 구제법안이 더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은 막아줬다고 평가했다.
최근 금융위기 와중에서 골드만삭스에 50억달러, 제너럴일렉트릭(GE)에 30억 달러를 투자해 `살아있는 구제금융’으로 불리는 버핏의 이 두 마디는 이번 구제안이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날 미국 증시가 구제안이 통과된 직후 오히려 157 포인트 하락한 것은 구제안에 대한 회의와 한계를 시장이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단 퍼스의 루미스 사일레스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아직 마비된 상태라면서 지금 시장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 법이 금융위기를 몰고 온 부실자산을 해소시킴으로써 일단 금융시장의 급한 불을 끄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신용경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그 효력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라이트슨ICA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우 크랜달은 마켓워치에 모기지 관련 자산의 구제가 즉각적인 만병통치약은 되지 않겠지만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려는 정부의 첫 조치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적어도 정부의 구체책이 경제가 스스로를 치유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MKM 파트너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다르다는 이 법안의 통과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던 금융 시스템의 붕괴가 중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역시 긍정 평가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업체인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빌 그로스 회장은 지금 문제는 모기지 시장이 아니라, 신용시장의 위기라면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신뢰를 제고시킬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연준이 어음교환소의 기능을 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실종돼 있는 거래를 보장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혹독한 비판론도 있다.
보수적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데스먼드 라크먼 애널리스트는 폴슨 재무장관이 주도한 이 계획을 어리석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폴슨 장관이 은행에 직접적으로 자금을 투입했어야 하며, 최소한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을 직접적 수혜자로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자산 매입이 아니라 정부가 직접 은행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심리를 회복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구제금융안의 통과가 금융 산업의 합병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강한 은행들은 자신들의 부실자산을 정부에 팔아 넘기면 되지만, 소규모 은행들은 그들의 손실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될 것이며, 그 결과 취약한 은행들이 강한 은행에 인수합병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유니 크레디트 글로벌 리서치의 로저 쿠바리크 이코노미스트는 더 많은 실패의 사례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단지 은행 영역뿐 아니라, 다른 금융회사나 보험회사들에서도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법안의 후속 조치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금리 인하에 대한 요구다.
퍼시픽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모하메드 엘 에리안 CEO는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킨 만큼 이제 일련의 또 다른 정책적 발표와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유력한 조치중 하나가 금리 인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 총재 역시 최근의 상황 전개로 인한 불확실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황이라며 유로존의 경기활동이 내수 감소와 금융경색 등으로 약화되고있다면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법안이 통과되기 전인 이날 오전 비록 구제안이 통과되더라도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어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추가 금리 인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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