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켠 뒤 시동돼 로그온을 하고 작업을 하기까지 몇분씩 기다려야 하는 것은 이 디지털 시대에 블랙홀에 빠지는 것 같은 일이다. 스크린을 뚫어져라 쏘아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도 있고 컴퓨터 옆을 서성거리거나 커피 한 잔을 가지러 갔다오는 사람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자기 집에서 문방구 판매업을 시작한 모니카 루스(40)는 컴퓨터를 켜고는 이를 닦고 온다.
컴퓨터를 켠 뒤엔 서성이거나
심지어 이 닦고 오기도 했지만
신세대 PC 곧 나오면
시간낭비와 답답함 크게 덜듯
이제 컴퓨터 업계가 사용자들에게 그 시간 중 일부를 돌려 주기를 원하고 있다. 몇달 지나면 주의 지속 시간이 짧은 것을 마케팅 기회로 포착한 전세계의 주요 PC 제조사들이 빨리 시동되는 신세대 컴퓨터를 내놓을 예정이다.
“컴퓨터를 당장 쓰기 원하는 사람들한테 이삼분 기다리라고 요구하다니 웃기는 일이지요” PC 제조사들을 위한 신속 시동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 ‘디바이스 VM’의 마케팅 실장인 세르게이 크루페닌의 말이다.
‘휼렛-패커드’‘델’‘레노보’가 30초 이내에 e메일과 웹 브라우저 같은 기본적인 기능이 작동되는 기계를 만들고 있고, 세계 최대의 컴퓨터 회로판 제조사인 대만의 ‘에이서스’는 전 제품라인에 신속 시동 소프트웨어를 돌리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늦게 시동되는 이유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원흉인 ‘윈도우스’ 소프트웨어 제조사인 ‘마이크로소프트’까지 윈도우스 운영체제의 차기 버전에서 자기 몫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사의 블로그중 하나는 “현재 최신 ‘윈도우스’ 버전인 ‘비스타’로 운영되는 컴퓨터 중 35%만이 30초 이내에 부팅된다”며 “아주 좋은 시스템은 부팅에 걸리는 시간이 15초 미만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매킨토시’는 비슷한 등급의 PC에 비해 훨씬 빨리 시동되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은 느리다고 느낀다.
컴퓨터 시동 시간이 느린 것에 대한 조바심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인터넷 시대 이전에 비해 더 심해졌다. 과거엔 사람들이 아무 것에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외로운 컴퓨터에 어서 빨리 로그온하려고 안달을 하지 않았으나 요즘은 광대한 웹 세상과의 접속이 잠시라도 끊어지면 안절부절 못한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스마트폰과 언제나 켜져 있는 기타 전자장치 등 테크놀로지 업계가 만들어낸 현상”이라고 UCLA 제멜 뇌과학 및 인간행태 연구소의 개리 스몰 박사는 말한다. “우리의 뇌는 시동 과정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왔습니다. 휴대용 장치들 때문에 모두들 버릇이 나빠진 것입니다”
PC 제조사들은 새 기계로 현대인들의 불안만 가라앉히려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들의 이익 또한 추구하고 있다. 매우 경쟁이 치열해져 이윤이 너무 박해진 업계는 공공연히 알릴 수 있는 장점이라면 무엇이건 찾고 있다. 컴퓨터 제조사들은 부팅 시간 단축을 둘러 싼 싸움은 자동차 업계가 시속 0마일에서 60마일까지 가속하는데 드는 시간을 10분의1초 단축하느라 벌이는 경쟁에 비견한다.
‘휼렛-패커드’ 연구에 따르면 부팅에 걸리는 시간이 이삼분을 넘을 경우 사용자들은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느끼며, 4~5분은 마치 영원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6월에 ‘휼렛-패커드’는 새로운 종류의 신속 시동 랩탑을 1,200달러에 내놓고 그 테크놀로지가 급속 확산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휼렛-패커드’의 목표는 30~45초에 시동되는 PC를 내놓는 일인데 “18개월 후에는 20~30초로 단축될 것”이라고 이 회사 퍼스널 시스템스 그룹의 필립 매키니는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스’ 운영체계를 실현시키는데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시키는 방법을 찾아내기 전까지 PC 제조사들은 ‘윈도우스’를 우회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동시간 단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다 다르지만 모두 ‘리눅스’ 운영체계의 한 버전을 바탕으로 하여 사용자들이 컴퓨터에서 웹 브라우징과 기타 기능들을 빨리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윈도우스’는 시동되지 않는 것도 있고 배후에서 시작되는 것도 있다.
‘스플래시탑’이라는 신속시동 프로그램의 제조사인 ‘디바이스 VM’은 PC 제조사에 컴퓨터 한 대당 소프트웨어 값으로 1~2달러를 받는다. 이 회사는 장기적으로는 전면 시동이 되지 않아도 프로그램 메뉴에 자기네 소프트웨어가 포함되기를 바라는 다른 회사들에게 수수료를 부과시켜 돈을 벌기를 희망하고 있다.
컴퓨터 사용자 중에는 늦게 시동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기 모드로 놓아두지 결코 컴퓨터를 끄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컴퓨터가 때로 대기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해 재시동하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리기도 한다. 또 컴퓨터를 계속 켜 놓으면 전력이 낭비되고 랩탑의 경우 배터리만 소모시킬 수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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