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 강한 미 달러화가 다시 복귀했다.
미국 경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전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 달러화가 가장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도피처로서의 지위를 다시 얻은 것이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그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역대 최저치로 추락하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근 10년간 가치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며 수모를 겪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단 지금 현재까지는 반전을 한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강한 달러의 귀환에 따른 미국의 득실을 소개했다.
미 달러화는 금융위기 속에 세계의 투자자들이 모든 것을 팔아치우며 달러 사재기에 나서면서 이달에만 유로화에 대해 가치가 11% 올랐다.
이날도 미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1.2330달러에까지 거래되며 2006년 4월 이후 2년 반만에 가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는 지난 7월 중순 유로당 1.6달러를 넘어서며 유로화 도입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2%나 가치가 올랐다. 달러화는 또 한국 원화는 물론 영국 파운드, 스위스 프랑, 호주 달러 등 일본 엔화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통화에 대해 강세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달러 강세는 미국 소비자들과 기업, 투자자들에게 전과는 다른 양상을 가져오고 있다.
몇개월 전만해도 외국에 투자하는 것이 득이 됐지만 지금은 정반대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약한 달러 때문에 비용부담이 컸던 유럽 등으로 향하는 해외 여행 부담도 덜어지고 있다. 또 미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을 어렵게 만든 석유 등 각종 수입 상품가격이 싸지는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투자 면에서 보면 강한 달러는 미국 투자자에게는 해외 보유 자산의 가치를 떨어뜨려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브라질 증시를 예로 들면 지수는 올해 53% 가량 하락했지만 달러 강세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에게는 64% 떨어진 셈이 된다. 이로 인해 미국의 투자자들이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이들 국가에는 타격이 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급락한 한국의 경우도 미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브라질과 마찬가지다.
강한 달러는 또 미국의 수출 기업과 해외 사업에 주력하는 기업들에게는 타격이 되고 있다. 수출기업의 경우 달러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고 해외 사업장이 많은 다국적기업들은 해외에서 번 돈이 달러화로 환산하면 가치가 줄어들어 실적에 악영향이 오기 때문이다.
반면 달러 강세는 유럽 등에서 들여오는 수입 상품의 가격을 싸지게 하여 일부 수입 의류나 와인 판매업체에서는 가격은 10~15% 내리는 현상도 나타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득이 되고 있다. 그러나 미 증시가 그동안 크게 떨어지고 신용 경색이 여전해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런 수입품 가격 하락이 소비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런 미국의 수입물가 하락은 원화 가치 급락으로 수입물가가 오르게 되는 한국의 경우는 반대 양상이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도 한국의 경우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물론 강한 달러화는 금융위기와 함께 성장 둔화 및 커지는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등으로 취약해지는 현재 미 경제의 기초를 생각하면 언제라도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도 있지만 세계 경제가 암울한 지금 당장에는 어쨌든 달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찰스슈왑의 수석투자전략가인 리즈 앤 손더스는 달러 강세는 미 경제가 좋기 때문이 아니라 세계의 엄청난 자금이 안전한 곳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june@yna.co.kr
(끝)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