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펀드에 돈 넣었던 ‘큰 손’ 재단들, 투자금 날리고 줄줄이 폐쇄
1억달러 이상 피해 기관만도 여럿
분산투자 위장한 포트폴리오에 속아
“놀랍고 충격적인 일” 수습 안간힘
지난 2002년 진 레비 처치가 정의와 평등, 인간의 존엄, 관용을 증진하기 위해 JEHT 재단을 설립했을 때 그녀는 버나드 메이도프가 운용하는 투자에 들어가 있는 재산을 기금으로 사용했다. 이 투자는 본래 30여년 전 그녀의 아버지인 노만 레비가 메이도프에게 부동산 신탁을 통해 한 것이었다. 재단은 전적으로 레비 처치 부인의 개인 기부로 운영됐으며 설립 후 수년간 7,500만달러 이상 되는 돈이 수많은 기관에 분배됐다.
그러나 지난 15일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재단은 내년 1월부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이 재단을 진보적인 자선계의 스타로 만들어줬던 메이도프 투자에 의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재가 책임자인 로버트 크레인은 “지난 수년간 수익이 꾸준하고 좋았다”며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재단 직원 24명도 일자리를 잃게 됐다.
메이도프 전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에 의해 만들어진 투자회사인 버나드 메이도프 투자증권이 지난 11일 무너졌다. 연방 수사당국은 피해액이 무려 500억달러 이상에 달하는 사기사건의 배후로 그를 체포했다. 엘리트 스위스 은행들과 유명한 억만장자들, 자산관리회사들, 그리고 돈 많은 은퇴자들이 수십억달러를 날렸다.
전국적으로 비영리 기관들이 메이도프 스캔들의 여파로 휘청대고 있다.
JEHT 외에도 최소한 두개의 큰 자선재단이 기금을 전부 날리는 바람에 문을 닫게 됐다. 이들은 나중에 받은 투자금으로 선행투자 이익을 보존해 주는 수법의 ‘폰지 사기’에 걸린 것이다.
이번 스캔들로 큰 자선재단에 의존하는 ‘이노선트 프로젝트’ ‘UJA 연맹’ 같은 기관들과 자선세계의 큰 손인 노만 브래먼, 모트 주커맨, 에즈라 머킨 같은 인사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어떤 경우 재단들은 메이도프에게 직접 투자했으며 다른 경우에는 다른 펀드들을 통해 메이도프에 대한 간접투자가 이뤄졌다. 레비 처치 같은 개인 기부자들에 의존해 온 자선기관들은 이번 스캔들로 기금이 마르고 있다. ‘이노선트 프로젝트’의 메들린 들론 사무국장은 “재난상황은 아니지만 타격을 입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관은 JEHT 재단으로부터 받는 기금으로 DNA 증거를 통해 억울하게 혐의를 뒤집어 쓴 사람들을 구제하고 형사 사법체계를 개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엘리 위젤 재단과 라마즈 스쿨, 예시바 대학도 마도프 펀드에 투자했던 피해기관들이다. 이들은 많은 경우 재단 이사들의 권유에 따라 기금을 넣었다가 지금 피해의 여파와 씨름하고 있다. 위젤 재단의 재무인 마크 윙클맨은 “무엇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물론 속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위젤 재단의 2006년도 세금보고서에 따르면 이 재단의 투자 가운데 주식 3,700만달러가 메이도프에 의해 거래돼 31만520달러의 수익이 발생했다. 이 액수가 전체 기금 중 차지하는 비율은 확실치 않다. 이 세금 보고서에 따르면 거래된 주식은 존슨 & 존슨, 펩시코, IBM, 그리고 정부채권 등으로 웨젤 재단이 자신들의 투자가 다변화돼 있다고 믿도록 할 만한 포트폴리오이다.
예시바 대학은 메이도프 펀드에 돈을 넣었다가 1억에서 1억1,000만달러 정도의 손실을 입었다. 주식시장 붕괴로 18억달러에 달하던 학교기금이 14억달러로 줄어든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워싱턴 지역 유대인 연맹은 기부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난 11월30일자로 전체 기금의 8%에 해당하는 1,000만달러가 메이도프 펀드에 투자돼 있다며 이 돈의 환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GMAC의 에즈라 머킨이 투자위원회 위원으로 있는 라마즈 스쿨도 재단 이사들과 일부 학부모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약 6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 교장인 하스켈 룩스타인 랍비는 “피해액은 전체 기금 중 아주 일부”라며 “정상적인 학교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안심시켰다.
또 북미 유대인 커뮤니티센터 연합회의 미리엄 린 대변인은 메이도프 스캔들로 인한 피해액이 얼마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우리는 충격을 받았다”며 “그러나 현재 정상 서비스 업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스턴에 소재한 ‘브리검 & 여성 병원’과 ‘플로리다 팜비치 유대인 연맹’ 같은 기관들을 지원해 온 ‘칼 앤드 루스 샤피로 가족재단’은 메이도프에 투자했다가 지난 연말 기준으로 기금의 45%에 해당하는 1억4,5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칼 샤피로는 성명을 통해 “버니 메이도프의 혐의에 놀라움과 슬픔을 느낀다”며 “메이도프에 기금을 넣었던 수많은 자선단체들과 개인들, 그리고 기관들이 이처럼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된 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자신의 재단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힘쓸 것이며 약속한 사업은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과 체르노빌의 ‘새바드 채러티 칠드런’ 같은 단체를 후원해 온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운터킨터 재단’도 메이도프 펀드에 투자했는데 재단 대변인은 정확한 액수는 모른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엔시노에 소재한 채이스 가족재단도 투자 손실로 인해 재단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세금 보고서에 따르면 이 재단은 2007년 5월 현재 1억7,800만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폰지 수법
‘단기 고수익’ 미끼 다단계 금융사기
나중 받은 투자로 선행투자 수익 지급
월가를 발칵 뒤집어 놓은 버나드 메이도프는 ‘폰지’(Ponzi) 수법으로 희대의 금융 사기극을 벌였다. 폰지 수법은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자를 유인한 뒤, 이후 투자자의 원금으로 이전 투자자의 수익을 지급하는 이른바 ‘다단계’ 투자사기 수법이다.
1920년대 찰스 폰지라는 사기꾼의 수법으로 그의 이름을 따서 유사한 금융사기를 폰지 수법이라고 부른다. 폰지 수법은 사실 찰스 폰지가 처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폰지가 1920년대 보스턴에서 벌인 사기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그의 수법을 ‘폰지’라고 이름 붙이게 됐다.
이탈리아계 이민자였던 폰지는 ‘45일 내 수익률 50%, 90일 내 수익률 100%’를 내세우며 4만명의 투자자를 현혹했다. 그가 끌어 모은 투자금은 1,500만달러. 현재 가치로 1억6,200만달러에 이르는 돈이다.
이후에도 이런 수법을 동원한 금융사기는 끊이지 않았지만 피해액이 수억달러에 달한 경우는 없었다, 이번 메이도프 사기는 피해액이 무려 500억달러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금융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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