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경제연구소는 이달에야 미국이 2007년 12월 이래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발표했지만 그동안 소비자 전자제품 구입자들의 움직임은 어느 경제 지표 못지 않게 불경기를 가리켜 왔다. 지난 한해 동안 ‘위’‘플립’등 값도 비싸지 않고 작동도 간단한 제품이 더 많은 기능을 가진 경쟁사 제품을 크게 능가하며 판매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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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게임기·‘플립’캠코더·‘애플 아이폰’등 불경기에도 매출 쑥쑥
‘닌텐도’는 2년 전 시판한 ‘위’ 게임기를 3,000만대 이상 팔았지만 요즘도 매주 일요일 아침 전자제품 상점 앞에는 ‘위’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설 정도다. 할러데이 시즌인데도 좀처럼 와 주지 않는 손님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베스트 바이’가 지난 주 일요일자 신문 삽지 광고 표지에 올린 것도 빅 스크린 HDTV가 아니라 ‘위’였을 정도다.
이 기계는 바보스러울 정도로 간단하다. 게임기 자체는 DVD보다 조금 크고, ‘마이크로소프트 X박스 360’의 폭력적인 게임들처럼 대단한 그래픽이나 굉음도 없다. 그렇지만 250달러에 그보다 더 비싼 ‘X박스 360’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3’을 합한 것보다 거의 두배나 더 많이 팔리고 있다.
130달러짜리 ‘플립’ 캠코더도 단순하고 가격 역시 ‘소니’나 JVC 같은 회사가 만든, 기능이 빵빵한 캠코더보다 두 세배 더 싸다. 오리지널 ‘플립’은 헤드폰 잭조차 없었는데도 그 제조사인 ‘퓨어 디지털 테크놀로지스’의 수입은 지난 5년동안 4만4,667%나 증가했다. ‘퓨어 디지털 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2007년에 나온 플립 라인은 150만대 이상 팔렸다.
이제까지 첨단 기능을 탑재한 고가의 최신 제품만 따라 가던 소비자들이 값싼 제품을 선호하게 된 것은 불경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갑자기 그리고 의식적으로 생필품들을 네임 브랜드 제품 대신 스토어 브랜드 제품으로 바꾸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만은 없다. 소비자들은 설치하고 사용하느라 안내서를 볼 필요가 없는 간단한 장치들을 더 매력있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는 불길한 징조일 수도 있다. 미국이 통화수축기로 접어 들면서 온갖 종류의 회사들이 가격 하락의 결과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격 하락은 사실 경쟁이 심하고 재빠르게 기술이 발전하는 전자제품 업계에서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 많은 기능을 가진 신형을 구형과 같은 값에 내놓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덕분에 랩탑의 그래픽이 더 좋아지고 하드드라이브가 더 빨리 돌며, 메모리카드의 용량이 커진다.
‘플립’마저도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여전히 최소형 HD 캠코더지만 요즘은 USB 포트 충전기, 어댑터, 고속 감기와 되감기, 오리지널보다 용량이 4배나 큰 메모리를 갖고 있다. ‘위’는 아직도 ‘마이크로소프트’와 ‘소니’가 등한시하고 있는 시장인, 어린아이와 노인, 기타 비디오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을 겨냥하고 있지만 ‘위 핏’ 같은 주변기기도 팔고 있다.
단순한 제품이 점점 복잡해지는 문제에 대한 해답은 ‘애플’사가 찾았을지 모른다. ‘애플 아이폰’은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중 가장 사용하기 쉬운 장치 중 하나지만 기계 값 300달러에 2년 계약까지 합하면 실제 드는 비용은 금방 1,800달러나 되므로 ‘위’나 ‘플립’처럼 절약형 제품이라 하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아이폰’은 2008년에 가장 인기있는 소비자 전자제품 중 하나였고 시장조사회사 NPD 그룹에 따르면 이미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휴대 전화기이다.
‘아이폰’의 인기는 단순한 것을 지향하는 소비자들의 추세만큼이나 융통성 있는 기기를 선호하는 경향에도 힘입었다. 키보드 없이 날렵한 터치스크린을 자랑하는 아이폰은 일단 보기에 예쁘다. 또한 휴대용 게임기이면서 소의 목에 단 방울 소리나 오카리나 비슷한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영화에 나온 노래가 무엇인지 알아내거나 지도에서 친구들을 찾아낼 수도 있는 오락용구이기도 하다.
그 유용성을 몇개 창업사들이 알아차렸다. 그중 하나인 ‘소노스’는 ‘아이폰’을 자기 회사가 제작하는 집안 전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음악을 관리하는 리모트 콘트롤로 활용한다. ‘아이폰’으로 집안의 무선 네트웍에 접속해 여러 방에 있는 무선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컨트롤하는 것으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존 맥팔레인 ‘소노스’ 사장은 ‘아이폰’을 ‘소노스’ 콘트롤러로 이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든 이후인 지난 11월, “이런 경기에도” 매출이 20% 올라갔다고 말했다.
‘소노스’는 300달러 정도 되는 자사 리모트 컨트롤러 판매를 포기해 수입이 줄어들지라도 ‘아이폰’ 콘트롤러 덕분에 새로운 고객층에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소개돼 시장을 확대하는 길을 택했다.
‘소노스’는 현재 음악 이외의 것에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만 셀폰처럼 항상 가까이 지니고 다니는 작은 장치를 이용하여 도난경보기나 난방 및 냉방 시스템을 관리할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미래의 유니버설 리모트 콘트롤이고, 우리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라고 맥팔레인 사장은 말하는데, 주머니 열기가 어려워진 많은 소비자들 역시 공감할 것이다.
<뉴욕타임스 특약-김은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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