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당에서 새 대통령이 나오고 의회의 권력 균형이 바뀌었다. 새 정치인들이 정치판도를 바꾸기 위해 대거 워싱턴으로 몰려들었다. 그해는 2000년이었다. 칵스 계열 신문사들은 부시 행정부를 커버하기 위해 30명의 기자를 워싱턴에 주재시켰다. 8년 뒤인 지금 정치판에서는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두 곳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고 미국은 수십년래 최악의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칵스 계열 신문기자들은 워싱턴에서 찾아볼 수 없다. 애틀랜타 저널-컨스티튜션, 오스틴 아메리칸-스테이츠먼 등 15개 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칵스사는 4월1일 자로 워싱턴 지국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큰 뉴스는 터지는데 커버할 기자는 급감
정치인 비리 파헤치기 갈수록 힘들어
칵스뿐만이 아니다. 뉴웍 스타-레저사와 클리블랜드 플레인 딜러 등을 소유하고 있는 어드밴스 퍼블리케이션사도 20명을 채용하고 있던 워싱턴 지국을 닫았다. 샌디에고 유니언-트리뷴사도 4명이 근무하던 워싱턴 지국을 폐쇄했고 이 신문 모회사인 카플리 프레스는 3년 전 워싱턴에 11명의 직원을 두고 있었으나 얼마 전 대부분의 자회사를 매각했다.
남아 있는 신문사들도 워싱턴 취재팀을 대폭 줄였다. 연방 정부와 그 감시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 수백명의 기자들이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TV와 라디오 기자 수도 줄고 있지만 신문만큼은 아니다.
뉴스는 많이 쏟아져 나오지만 신문사들은 돈이 없다. 경제사정이 대공황 이래 최악이다. 수입이 줄면서 경비를 삭감할 수밖에 없게 된 이들은 장래가 전국이나 국제가 아닌 로컬 뉴스에 있다고 믿고 있다. 그 결과 워싱턴 지국이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의 앨버트 헌트는 워싱턴 기자클럽인 그리디론 클럽에서 저녁을 먹다 그 침통한 분위기에 놀랐다. 그는 “마치 장례식에 온 것 같았다. 어디를 봐도 누군가 지국이 폐쇄되거나 축소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년 전 이 클럽은 오랜 토론 끝에 잡지와 TV 기자도 받기로 했다. 지금 이들이 없었더라면 클럽이 문을 닫을 형편이라고 그는 말했다.
최근 파산을 신청한 트리뷴사는 LA타임스와 시카고 트리뷴, 볼티모어 선 등 여러 신문의 워싱턴 지국을 통합했다. 지난해 70명이던 지국 인원은 32명으로 줄었다. 은퇴하는 앤디 알렉산더 칵스 지국장은 “경찰이 순찰을 포기하고 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비즈니스 측면에서 로컬 뉴스도 커버할 인력이 없는 판국에 워싱턴 지국을 폐쇄한 회사 결정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샌디 슈워츠 칵스사 사장은 “경제적 압력이 대단하다. 모든 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 출신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인 케빈 브래디는 “국민들에 대한 정보 제공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정치인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고참 기자들이 대거 워싱턴에서 물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지역구인 휴스턴의 휴스턴 크로니클지 워싱턴 지국 인원은 2년 전 9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해 워싱턴 주재 기자 수를 늘렸고 뉴욕타임스 기자 수도 변함이 없다. 이들은 각각 50명 정도를 두고 있다. 신문사의 인원 감축을 만회하기 위해 블룸버그 통신과 폴리티코 등 일부 인터넷 매체는 지국을 확대하고 있으나 줄어든 기자 수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신문사 중역들은 같은 뉴스를 취재하느라 수백명의 기자를 둔다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한다. 웬만한 뉴스는 통신을 이용하면 된다는 점은 기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지역구 정치인의 비리나 동네 공공사업 프로젝트 등 지역에 영향을 미칠 워싱턴 뉴스가 커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국이 축소되면서 심층취재 같은 것도 줄어들고 있다. 대통령이 움직여도 이제 기자들은 별로 따라가지 않는다. 수년 전 10여명에 달하던 수행기자 수는 이제 3~4명으로 줄어들었다.
워싱턴 주재 기자 수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상원 전문 역사가인 도널드 리치는 이는 역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큰 역사적 변화가 있거나 위기상황일 때 기자 수는 늘어난다”며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FDR이 취임했을 때 신문사들은 훨씬 많은 기자를 워싱턴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신문사들은 최근 운전사에서 인쇄공까지 모든 직종을 감원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은 회사에서 멀리 떨어져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무실 렌트에 여행 경비 등 지출이 많은 데다 임금도 가장 많이 받기 때문이다. 외국에 지국을 갖고 있는 신문사들은 대부분 이를 닫았지만 숫자로 따지면 워싱턴 지국 감원이 이보다 많다.
2000년 트리뷴이 타임스 미러를 인수한 것처럼 신문사간 인수합병이 이같은 추세에 불을 붙였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직원을 줄인 경우가 흔하다. 대도시에 있는 대부분 신문사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로컬 뉴스에 치중하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워싱턴이나 베이징, 바그다드에서 들어온 뉴스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그나마 대부분 통신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7월 퓨 연구소가 신문 편집인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7%가 3년 전보다 전국 뉴스를 덜 보도하는 대신 62%가 커뮤니티 뉴스를 더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칵스사의 알렉산더는 “4년 전부터 로컬 뉴스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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