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신발 하나도 바다 건너오지 않은 것을 찾기가 힘들다. 미국인들 대부분이 수천마일 떨어진 곳에서 만들어진 운동화나 구두를 신고 있다. 그래서 LA 다운타운에서 불과 15마일 남쪽에 있는 공장에서 구두가 다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뭔가 특별한 느낌마저 준다. 가디나에 소재한 J&A 제화는 매달 5만 켤레의 여성용 신발을 완전히 현지에서 제작한다.
완전 미국산 만드는 가디나 제화공장 성업
해외의 싼 인건비 제품과 피 말리는 경쟁
고객과의 끈끈한 유대로 가업 3대째 대물림
J&A 제화는 미국에서 천연기념물적인 회사이다. 모든 공정을 미국 내에서 마치는 신발회사는 이제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해외에서 신발을 만들면 한 켤레에 몇 센트면 되기 때문에 너도 나도 해외 공장을 설립했다.
미국 내에서 구두를 만들어 그런 신발회사들과 경쟁하기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국내에서 공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큰 도전은 이곳과 같은 규정을 따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과 경쟁을 하는 것이다”고 이 회사의 리아 카츠 비주미스 회장은 말한다.
“그 사람들은 최저임금제도 없고 우리가 지켜야 하는 다른 규정들도 없지요. 미국에서는 8시간 일하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지만 중국에서는 꼭 그런 게 아니거든요”
그런데도 150명의 직원을 둔 가족 운영회사 J&A 제화는 거의 30년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비결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서비스이다.
J&A와 구좌를 트고 있는 전국의 신발가게는 3,000개. 오랜 기간 끈끈하게 관계를 유지해온 단골들이다.
“우리 고객들이 가장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언제 어느 때든 전화를 하면 회사 대표와 통화가 가능하다는 사실이지요”
비주미스 회장의 말이다. “고객들에게 의문점이나 문제가 있으면 그 즉시 해결이 됩니다. 우편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없지요”
비주미스 가족이 대를 거듭하며 신발에 매달려온 수십년의 역사 역시 비즈니스 강점이 되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미주미스 회장의 그리스 태생 할아버지인 스텔리오스 카치페레스는 1930년대부터 50년대까지 아테네에서 구두점을 운영했다.
이어 그의 아버지 알렉스 카츠가 1981년 J&A를 설립했다. 비주미스가 어렸을 때 그의 아버지는 집으로 신발 디자인들을 가져와 딸에게 밑바닥에서부터 비즈니스를 가르쳤다.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신발에 대한 경험도 없이 신발 만드는 사업을 하지요. 그러니 제품에 대한 이해가 없습니다”
비주미스는 늘 신발 만드는 환경에서 자란 덕분에 혹시라도 신발 디자인에 문제가 있으면 제품으로 내보내기 전에 고칠 수가 있다. 비주미스 회장은 모든 신발이 만들어지는 공정을 감독한다. 귀고리나 벨트, 윈도 디스플레이를 보며 얻은 영감을 스케치하고 그걸 샘플 룸에서 패턴으로 떠 신발로 만들게 하기도 한다.
5만평방피트의 공장은 구두 재봉틀 소리며 연장 두드리는 소리로 항상 벅적벅적하다. 언제든 공장에는 1만 켤레의 완성된 구두가 준비되어 있고 구두상자는 천장의 절반 가까이 높이까지 쌓여있다.
J&A에서는 신상품을 만들 때 샘플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먼저 신어보게 하는 것이 순서이다. 신발을 집에 가지고 가서 신어보면서 발을 아프게 하는 부분은 없는지 장식품이 쉽게 떨어져 나가지는 않는지 시험을 한다. 그리고 나면 그 결과에 따라 디자인을 조정한 후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J&A의 또 다른 특징은 고객들이 원하는 신발들만 정해진 수량만큼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만들어 놓으면 고객들이 사려니 하는 생각으로 대량생산을 하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나면 반드시 고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그들이 뭘 필요로 하는 지, 뭘 찾는 지를 알아내고 그것들을 반영해서 제품 생산에 들어간다.
부틱크나 노스트롬 같은 백화점에 납품하는 J&A의 올해 수익은 1,500만달러. 지난해 수익은 1,200만달러였다. 제품은 세 가지 브랜드로 나오는 데 모두 가족에 연관된 이름들이다.
우선 애티나 알레산더는 창업주 알렉스 카츠의 손자손녀들의 이름이다. 그 다음 칼리스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요정의 이름으로 집안의 그리스 뿌리를 나타낸다. 마지막의 리아 비주는 회장인 리아 비주미스의 이름을 약간 변형시킨 것이다.
J&A는 처음부터 가업으로 시작돼 가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주미스 회장은 16세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신발 디자인을 골랐고, 그의 아들 알렉스는 지금 마케팅 대표로 일하고 있다. 22세의 알렉스는 USC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학생이기도 하다. 알렉스 역시 대물림해온 가업을 이어갈 생각이다.
비주미스 회장은 올해 창업주인 부친이 18개월 투병 끝에 암으로 사망한 후 회사를 이어받았다. 그의 사무실에는 할아버지가 그리스에서 제화점을 할 때 사용했던 망치와 플라이어가 액자에 담겨 벽에 걸려 있다. 대서양 저 너머, 2세대 전의 동네 제화점 정신을 이어가기 위해서이다. 모든 고객들을 소중히 여기고 가치 있게 대해온 것, 그것이 아직도 성업 중인 비결이라고 비주미즈 회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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