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넘쳐 골치를 앓던 쓰레기 매립장들이 요즘 파리를 날리고 있다. 쓰레기가 대폭 줄어버린 탓이다. 불경기로 사람들이 저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물건을 사지 않자 내다 버릴 쓰레기가 별로 없는 것이다. 유리, 플래스틱 등 재활용 쓰레기로 짭짤한 재미를 보던 시정부들은 경기하락과 함께 재활용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익이 줄어 울상이다.
쓰레기 매립장 마다 쓰레기양 대폭 감소
앞날 불안한 소비자들 덜 사고 덜 쓰는 탓
시정부들 쓰레기 재활용 수익 줄어 울상
경제가 나빠지니 좋은 점도 있다. 쓰레기가 덜 나오는 것이다. 쓰레기가 너무 나와서 매립지가 부족하다던 걱정은 당분간 안 해도 되게 되었다.
쓰레기 매립지를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은 보통 음식물 쓰레기인데 소비자들이 외식을 덜 하니 음식물 쓰레기가 줄었다. 부동산 시장 붕괴로 건설업자들은 집이 덜 지으니 드라이월이며 목재 등 부피 큰 건축 자재 쓰레기들이 줄었다.
요즘 캘리포니아의 경제가 어떤지 알아보려면 쓰레기 매립지를 가보면 된다. 쓰레기가 기록적으로 줄었다.
전국에서 가장 큰 매립지 중 하나인 푸엔테 힐스 매립장 직원들에 의하면 지난 6개월 동안 인근 지역에서 보내지는 쓰레기 톤수가 30%나 줄었다. 푸엔테 힐스 쓰레기 매립장은 이제까지 보통 정오에 문을 닫았었다. 일일 수거 한계량이 그 시간이면 다 차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하루 종일 문을 열어도 한계량에 도달하지를 않는다.
다른 지역들도 마찬가지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매립지로 가는 쓰레기량이 30년래 최저수준이고 샌디에고의 미라마 매립장에서는 쓰레기량이 15년래 최저이다.
캘리포니아 쓰레기 재활용 위원회의 에반 에드거는 이런 지적을 했다.
“인생에는 세 가지 피할 수 없는 게 있다고 했지요. 죽음, 세금, 그리고 쓰레기입니다. 이 말은 1970년 이후 쓰레기처리업계의 주문처럼 되어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불경기를 맞고 보니 죽음과 세금은 불경기에도 불가피하지만 쓰레기는 불가피한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줄을 잇는 감원사태와 들썩 거리는 개솔린 가격으로 불안해진 소비자들은 꼭 필요한 것 아니면 거의 물건을 사지 않는 것이 한 풍조가 되었다. 그런 현실이 쓰레기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다.
LA 인근 로스펠리즈 코스코에서 일하는 새라 세라노(46) 역시 “돈을 덜 쓴다”고 말한다. 13년 동안 코스코에서 일해온 새라는 지난봄까지만 해도 항상 길게 늘어서던 줄을 이제는 거의 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집에서 그는 “이제 재활용 쓰레기통은 밖에 내놓지도 않는다. 일반 쓰레기통도 전에는 일주일에 쓰레기봉지가 서너 개씩 찼는데 이제는 한두 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글렌데일에 사는 헬가 샌티아고(63)는 전 같으면 버리던 것을 이제는 다시 쓰려고 하고 있다. 시리얼 상자 같은 커다란 상자나 재활용 쓰레기통으로 버리던 일회용 유리제품이나 접시들을 이제는 두세번씩 쓴다. 가정방문 간호보조원으로 일하다 은퇴한 그는 수퍼마켓에 갈 때 목록을 들고 가 거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렌지나 쌀 같은 꼭 필요한 품목만 구입하는 것이다.
쓰레기량 감소는 많은 지방정부들에 희소식이다. 지난 가을 이후 재활용품 가격 하락으로 각 지방정부의 재활용 프로그램 수익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제 전체적 쓰레기량이 줄어 매립장에 내는 쓰레기 하치비용이 줄었으니 손해가 일부 벌충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샌디에고 같은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미라마 매립장을 시정부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정부는 줄어든 쓰레기 하치 수익을 메우기 위해 하치비용을 인상해야 할 지 서비스를 줄여야 할 지 고심 중이다.
지난 12월 이 쓰레기 하치장에 매립된 쓰레기는 6만6,000톤이었다. 일년 전에 비하면 12%가 줄어든 양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많이 줄어 2007년 12월 3만6,000톤이었던 것이 지난달에는 7,000톤으로 80%나 줄었다.
LA에서도 지난 3개월 동안 쓰레기량이 6% 줄었다. 덕분에 공중위생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쓰레기 하치 비용을 40만5,728달러 절약했다. 이 액수는 쓰레기 재활용으로 얻던 수익 감소분 25만4,0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다행이다.
한편 이같은 사태로 상처를 입는 것은 재활용 효과이다. 경기 하락으로 재활용 플래스틱, 유리 그리고 특히 종이 가격이 뚝 떨어지면서 환경보존 캠페인이 힘을 잃게 되었고 재활용 프로그램을 통한 시 정부 수익에 차질이 생겼다.
샌디에고의 경우 7월1일부터 시작되는 새 회계연도의 재활용 프로그램 수익은 2년 전의 절반 수준이 될 것으로 시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2년 전 유리, 플래스틱, 판지 등 재활용 쓰레기를 팔아서 얻은 수익은 620만달러에 달했다. 쓰레기를 분리, 재활용품으로 팔아 얻던 수익이 줄고 쓰레기 하치를 통한 수익도 줄면서 시 정부는 올봄 예산 협상 때 상당히 힘든 선택들을 해야 될 것이다.
경기 불황과 재활용품 가격 하락으로 푸엔테 힐스 매립장 역시 경비 절감이 불가피해졌다. 쓰레기 매립장 운영을 맡고 있는 LA 카운티 공중위생부는 최근 재활용 쓰레기 분리 담당 계약직 근로자들의 근무 일수를 줄였다. 재활용품들을 팔아도 돈이 별로 되지 않아 쓰레기 분리에 드는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재활용에 쓰이던 쓰레기들이 그대로 매립지로 들어가고 있다.
재활용 쓰레기를 골라내는 계약직 근로자들이 줄어들면서 푸엔테 힐스 쓰레기 매립장은 매일 들어오는 재활용 쓰레기 400톤 중 16톤 정도를 그냥 매립해버리고 있다. 이곳으로 들어오는 전체 쓰레기는 하루에 9,000톤 정도이다.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재활용 쓰레기양이 별로 많지는 않지만 이로 인해 재활용 운동 자체가 퇴보할 것을 환경보존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2008년 캘리포니아는 전국에서 쓰레기 재활용 선두를 달렸다. 적극적 재활용으로 쓰레기 중 58%가 매립지로 들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높은 재활용 비율은 이제 분명히 떨어질 것이라고 주정부 관계자는 단언한다.
그렇다면 최근의 쓰레기 감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적극적 쓰레기 재활용도 한몫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보다는 불경기로 인한 소비 감소가 더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사람들이 전처럼 물건을 사지 않으니 쓰레기도 전처럼 많지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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