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업률 25% 넘으며 “바닥은 언제일까” 모두가 전전긍긍
멕시코 접경 가난하고 척박한 지역
실직자들 늘면서 차압당한 빈집 급증
서쪽으로는 샌디에고 카운티, 동쪽으로는 애리조나, 그리고 남쪽으로는 멕시코와 접경인 임페리얼 카운티는 삶의 여건이 안락한 곳이 아니다. 벌판 한가운데 동떨어진 지리적 위치며 삭막한 풍경, 따가운 열기 등 자연조건 때문만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기가 이 지역만한 곳이 드물다. 이 지역 주민들에게 절망은 익숙하다. 하지만 이번 불경기는 임페리얼 카운티 수준으로 봐도 너무 심각해서 상황이 얼마나 더 나빠질 지 주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임페리얼 밸리는 우선 보기에도 쇠락한 지역이다. 솔튼 씨 부근의 집들은 버려진지 수십년이고 브롤리의 플랜터스 호텔은 불타서 무너지기 전 수년을 텅 빈 채 서있었다. 엘 센트로의 메인 가는 곳곳이 빈 가게·사무실들이다.
이런 광경이 결코 낯설지 않은 것이 이 지역이지만 그런 사정을 감안해도 지금의 사태는 너무 심각하다. 주택 건축 분야에서 일하며 돈 잘 벌던 사람들이 농장 허드렛일을 찾아 들판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물론 거기에도 일자리가 있다는 보장은 없다.
임페리얼 밸리의 비통한 상황은 죽은 자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거의 1세기 동안 이 지역 주민들이 죽으면 묻혀 영면하던 묘지가 차압을 당했다.
임페리얼 카운티 세무 공무원이자 브롤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로이 버크너는 “이렇게 상황이 나빴던 적은 정말 없었다. 최악이다”고 말했다.
1900년대 초 임페리얼 토지 회사가 조직되고 대규모 관개시설이 들어선 후 이 지역의 형편은 예측불허의 농업경제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했다. 최근 수십년을 보면 실업률은 너무 높아서 종종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전국적으로 상황이 좋을 때도 이 지역은 예외였다.
캘리포니아 주 실업률이 평균 7%였던 지난 1983년에서 1999년, 인구 17만2,000의 이 지역 실업률은 27%에 달했다. 지난해에도 임페리얼 카운티의 연말 평균 실업률은 주 전체에서 최고로 높았다.
지난 3월 실업률은 25.1%. 미 전국에서 인구 5만명 이상 지역을 대상으로 할 때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 순위에서 항상 선두를 차지해온 것은 농장 근로자들이었다. 하지만 그 외 다른 직종 종사자들이 줄줄이 따라 붙었다. 트럭 기사들, 건축 노동자들, 소매상 판매원들, 그리고 서비스업계 직원들. 그 다음은 아마 교사들과 학교직원들이 될 것이다. 경제가 나빠진 후 지난 몇달 차압 집행으로 돈을 만지던 사람도 이제는 앞날이 불투명하다.
엘 센트로에 있는 임페리얼 밸리 지역 직업프로그램 교실은 뭔가 새 기술을 배우려고 모여드는 실직자들로 붐빈다. 의약품 테크니션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20여명 실직자들 중에는 37세의 토니 마리스피도 있다. 그는 트럭 기사로 일하다 실직했고, 다시 바 매니저로 일하다 실직했으며 이제는 집이 차압당했다.
“내가 일을 못 나가서 가족들이 비참한 상황”이라는 그는 아내와 5살 된 아들이 있다. 그의 집은 한때 28만5,000달러까지 나갔지만 은행은 10만 달러에 내놓았다. 그래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
34세의 칼라 발바스트로는 제재업 회사에서 일하다 지난 8월 실직했다. 아파트 렌트를 감당할 수 없어 칼렉시코의 부모 집에 얹혀살고 있는 그는 “낙오자가 된 기분이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계열에서 일하던 호세 가스테럼(23)은 잘 나가던 한때 집을 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감원을 당한 지금 그는 집은 커녕 다음달 자동차 월부금 낼 일이 걱정이다.
직업학교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매리 카마초 교육감은 실직자들이 너무나 절망적으로 이곳을 찾기 때문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한다.
“그들의 출혈을 멈추게 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임페리얼 카운티의 주요 도시들인 브롤리, 엘 센트로, 칼렉시코는 50만 에이커의 광대한 농지 속에 섬처럼 떠있는 주거지역이자 상업지역이다. 칼렉시코에서 홈타운 뷔페를 운영하는 칼튼 하그레이브는 앞날이 불확실한 것이 제일 나쁘다고 말한다. 400석 규모의 이 식당은 정부 공무원들과 농장 근로자들, 그리고 정치인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그런데 매상이 1/3 떨어지면서 그는 23명을 감원했다. 그들 대부분은 그가 여러 해 같이 일한 직원들이었다. 최근 어느 날 점심시간은 그가 이 식당에서 근무한 지난 16년간 최악이었다.
“아무도 우리가 언제 바닥을 치고 나올지를 모릅니다. 직원을 40% 감원했는데 그걸로 충분한 건지를 모르겠어요”
백화점, 식당, 자동차 판매업소 등 모두가 타격을 입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불경기 여파가 눈에 띄는 분야는 부동산 시장이다. 임페리얼 카운티는 서브프라임 100% 융자 비율이 가주 전체에서 가장 높은 카운티다. 현재 600채 이상이 차압 과정에 있다. 가격은 떨어지고 쇼트세일이 보통이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프레드릭 딘은 이곳의 주택시장이 붐을 이루다가 무너진 과정을 블로그에 연대별로 정리해 놓고 있다. 시장이 활황이던 때는 연 소득 3만달러인 부부가 25만달러 짜리 집의 융자를 쉽게 얻곤 했다.
부동산 시장이 붐을 일으킨 원인 중 하나는 이 카운티에서 공무원, 주로 연방 및 주정부 공무원 숫자가 늘어난 것이었다. 이들 공무원이 서로 경쟁적으로 집을 샀고, 동료보다 더 큰 집을 사려고 경쟁을 했다. 100% 융자가 가능하니 더욱 혹 한 것이었다.
요즘 주택 판매가 좀 늘어나면서 상황이 호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실업자들의 취업은 갈수록 요원해 보인다.
머빈스에서 수퍼바이저로 일하다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실직한 코리나 가르시아(34)는 지금 부모와 같이 살며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 지역 거의 모든 대형 소매점들에 가서 인터뷰를 했지만 아직 아무데서도 응답이 없다.
칼렉시코의 상공회의소 힐디 카리요-리베라 총무는 그러나 임페리얼 밸리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믿는다.
“이곳은 항상 바닥 중의 바닥이었어요. 곤경 속에서 싸워 이겨내곤 했지요. 지금은 전국이 다 우리 같은 처지예요. 우리 모두 함께 길을 뚫고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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