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인랜드 지역 교외를 차를 몰고 다녀보면 차압 사인과 갈색이 된 잔디 등 부동산 버블이 터진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다운타운 샌디에고에서는 차도 필요 없다. 몇 블록 만 걸어 다녀 보면 된다. 빈 고층 빌딩에 안 팔린 고급 콘도 수백 채가 늘어서 있다. 일부 주택은 시장이 꼭지였을 때 반 값 이하로 팔리고 있다. ‘아리아’나 ‘밴티지 포인트’ 같은 유럽식 이름이 붙은 이 빌딩들은 가주 고급 주택 시장 버블이 터지면서 남긴 흔적들이다.
전국에서 최악 - 일부는 아파트로 전환하기도
이번이 두 번째 - 90년대에도 똑같은 일 벌어져
2001년부터 2008년까지 다운타운 일대에는 8,000채가 넘는 콘도가 지어졌다. 이는 인구 3배가 넘는 LA에 같은 기간 세워진 콘도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다른 고층 콘도도 고전하고 있지만 샌디에고 만큼 타격이 큰 곳은 없다.
돈이 흔할 때 개발업자와 구매자들은 해변에 자리 잡고 기후도 좋은 샌디에고의 이점을 알리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훌륭한 도시”라고 선전된 샌디에고에 투자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붐이 한창일 때 구매 희망자들은 디파짓을 들고 판매 사무소에 진을 치고 기다렸다. 누가 먼저 왔느냐를 놓고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콘도 가격이 치솟는 것을 이용해 한 몫 잡기 위해 모두 발버둥을 쳤다.
MDA 데이터퀵에 따르면 2004년 5월 붐이 최고였을 때 기존 다운타운 콘도 중간가는 64만7,5000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3년 전에 비해 56%가 증가한 것이다. 한 발 빠른 투자가는 2005년 560 평방 피트짜리 콘도를 두 달 만에 34만 달러를 받고 팔아 9만1,000달러의 이익을 남겼다.
2004년 고급 콘도를 34만1,000달러에 산 브래드포드 윌리스(47)는 “매스 히스테리가 판쳤다. 사람들은 다시는 집을 살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이 모두 50만 달러대가 넘고 재고가 없는 상황에서 투기 목적으로 샀다.
이런 흥청망청이 후회로 변한지는 이미 오래된다. 지난 6월 다운타운 콘도 중간가는 37만 달러였다. 560 평방 피트짜리 콘도는 차압돼 올해 16만2,000달러에 팔렸다. 2005년 가격에서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다운타운의 2.2 평방피트 넓이의 중심지는 콘도로 넘쳐난다. 매물로 나온 것만 400채가 넘고 450채가 차압 절차를 밟고 있어 곧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올해 건설 중인 콘도만도 1,000채가 넘어 이들이 시장에 나오면 가격은 더 내려갈 전망이다.
올 들어 새로 팔린 콘도는 159채다. 이런 속도라면 올해 지어진 콘도를 다 파는데 수년이 걸린다. 개발업자들은 매물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있다. 일부는 아예 물건을 포기하고 있다. KB 홈은 2007년 공사를 시작도 하기 전에 184개 유닛의 고급 콘도 신축 계획을 포기해 버렸다. 이 땅의 새 소유주는 그 자리에 저소득층을 위한 226 유닛짜리 새 빌딩을 짓고 있다.
1992년 샌디에고 시장에 출마했다 떨어진 UC 어바인 경제학 교수인 피터 나바로는 “골드 러시가 지나간 후 결과가 지금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처럼 지나치게 많은 신축과 너무 흔한 돈, 항상 오를 것이란 잘못된 기대 등이 샌디에고에서도 이런 사태를 불러왔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샌디에고 특유의 요인도 있었다. 뱅쿠버에 본부를 둔 냇 보사 같은 남가주에 경험이 없는 캐나다 개발업자들이 이곳 시장의 잠재력을 과대평가하고 다운타운 콘도 개발에 앞장섰다. 사는 사람들도 2004년 세워진 샌디에고 파드레스의 홈구장 페트코 팍의 완공으로 다운타운이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무리하게 구매에 나섰다.
시 정책도 주민이 별로 없어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별 반대 없이 다세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다운타운 개발을 선호했다. 건설업자들도 같은 면적으로 더 많은 유닛을 팔 수 있는 고층 빌딩을 좋아했다.
샌디에고에서 도시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하워드 블랙슨은 이처럼 고급 고층 빌딩에 집중한 것이 실수였다고 말한다. 고층 빌딩은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선호하는 가족들에게는 별 매력이 없다.
또 비산 가격을 주고 그런 집에서 살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3베드룸 가격이 100만 달러가 넘는 상황에서 구매자 풀은 크지 않았다. 그는 “이런 집들이 매우 돈 많은 사람들의 두 번째 집이 됐다”며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융자 조건이 까다로워진 것도 사태를 악화시켰다. 새 모기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정부 지원 기관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새 주택 프로젝트의 70%가 미리 팔리지 않는 한 융자를 해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크레딧이 좋은 구매자도 대체로 빈 빌딩에 입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를 헐값에 팔기보다 일부 개발업자는 이를 임대용으로 전환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포인트 오브 뷰’ 개발이다. 캐나다 캘거리에 본부를 둔 이 회사는 밴티지 포인트라는 다운타운 유닛을 산 윌리스를 포함, 300여명의 구매자에게 디파짓을 돌려줬다. 678 유닛이 들어 있는 42층 높이의 주상 복합인 이 건물은 곧 아파트로 문을 열 예정이다.
이 회사 회장인 브라이언 스토다드에 따르면 그렇게 하는 것이 패니 메이의 조건을 충족하기 쉽다. 그는 나중에 이를 30만에서 100만 달러짜리 유닛으로 바꿔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그런 가격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윌리스를 비롯한 전 소유주들은 돈을 돌려 받게 된 데 감사하고 있다. 5년 전 샀던 가격보다 현재 값이 많이 덜어졌기 때문에 이를 사지 않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것이다. 그는 “디파짓을 돌려받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버블 시절 집을 살 수 없었던 사람들도 요즘은 즐겁다. 값이 내려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다운타운에 사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블랙슨은 “내 친구들이 티화나나 테메큘라에 가지 않고 여기 살 수 있게 됐다”며 “개발업자들은 망했지만 집 사기 어려운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부끄러운 일은 이 사태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데 있다. 90년대 초에도 콘도를 너무 지었다가 가격이 폭락한 적이 있었다. ‘나체 인간’이란 별명이 붙은 마이클 버그보다 이를 잘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93년부터 95년까지 그는 41층짜리 원 하버 드라이브 콘도의 유일한 거주자였다. 이 프로젝트는 파산했으며 그만이 입주했다.
샌디에고 유니언- 트리뷴이 그의 스토리를 1면에 게재하면서 그는 유명 인사가 됐다. 변호사인 그는 아무도 없기 때문에 밤에 알몸으로 쓰레기를 버리러 간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나중에 빌딩이 차자 입주자협회 회장이 됐다. 지금 54세인 그는 작년에 콘도를 팔고 교외로 이사했다. 그는 “탐욕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사람들은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눈에 보이는 게 없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