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호황기에 우후죽순으로 세워졌던 고층 콘도미니엄들이 입주자를 찾지 못해 죽은 빌딩이 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 특히 인기가 있었던 것은 콘도였다. 건물이 지어지기도 전에 매입자들이 몰려들고, 건물이 완성되면 이미 값이 껑충 뛰어올라 있는 것이 예사였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서 콘도 가격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콘도 매입을 위해 계약금을 걸었던 사람들은 손을 털고 물러났다. 콘도의 가격 하락 분을 떠안느니 계약금을 날리는 게 손해가 덜하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고층 콘도에 단 한 가구가 입주해있는 이상한 케이스들이 생기고 있다.
플로리다 32층 콘도에서 인질 아닌 인질생활
콘도 가격급락하자 대부분 매입 계약자들 떠나
옆 동으로 이사하고 싶어도 융자은행이 불허
플로리다, 포트 마이어스에 사는 빅터 밴젤러코스 가족은 시끄러운 이웃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칼루사해치이 강변 그의 고급 콘도에는 이웃이라고는 없기 때문이다.
밴젤러코스(45)와 그의 아내 캐시, 그리고 세 아이는 포토 마이어스 다운타운의 동편에 위치한 32층짜리 콘도 오아시스 I의 유일한 입주자이다.
뉴저지, 위호큰에서 소방관으로 일하는 그는 마이애미 소재 릴레이티드 그룹으로부터 그 콘도를 43만 달러에 사기로 해서 지난 11월 에스크로가 끝났다. 그의 계획은 플로리다의 콘도를 휴가용 별장으로 쓰다가 4년 후 은퇴하고 나면 이주해 정착하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6년 초반 부동산 거품이 터지면서 콘도 가격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오아시스 I의 콘도를 사기로 하고 계약금을 걸었던 사람들 중 에스크로까지 끝낸 사람은 몇이 되지 않았다. 그 몇 안 되는 사람들은 오아시스 I 콘도에 사는 대신 옆에 나란히 건축된 오아시스 II의 콘도와 맞바꿔 치기를 했다.
하지만 밴젤러코스는 다른 입주자들처럼 옆 동 콘도로 바꿔 갈 수가 없었다. 그가 주택 융자를 받은 JP모건 체이스가 콘도 맞바꾸기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릴레이티드의 벳시 루 맥코이 부사장은 말했다.
결국 밴젤러코스 가족은 뉴저지의 집과 초현실의 세계 같은 오아시스 I 사이를 오가며 살고 있다. 멋지게 꾸며진 클럽하우스를 달랑 그들 가족만이 사용하는데 대형 스크린의 플라스마 TV는 볼 수가 없다. “리모트 컨트롤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낮 동안 건물 어디에서건 잠깐 동작을 멈추면 그 고요함에 귀가 먹먹할 정도다. 그런데 밤이면 때로 길에서 사람 소리가 들리고 어떨 때는 캄캄한 건물 안에서 사람소리가 들리기도 한다고 밴젤러코스는 말했다.
건물의 많은 입구 중 하나를 뚫고 들어오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침입자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은 수영장이다. 어느날 밤 수영장에서 사람들 소리가 들렸는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우리 의자들이 모두 수영장 안에 들어가 있더라“고 그는 말했다.
어느 날 밤늦게 한번은 “누군가가 우리 집 문을 마구 두드렸다”고 그는 말했다.
콘도를 지은 릴레이티드 사와 그의 관계가 좋을 수는 없다. 언제가 콘도 관리직원들은 수도 파이프가 샌다며 그의 집의 수도를 잠궜다. 그런데 “열흘 후 집에 돌아와 보니 물은 여전히 잠겨 있고 TV는 켜있었다”는 것이었다.
건물 관리 문제며 다른 문제들로 릴레이티드 사와 편지를 주고받은 것이 수개월째인 지금 밴젤러코스는 그냥 이사를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아직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포트 로더데일에 있는 그의 변호사 존 유잉은 릴레이티드 사가 요트 계선장과 프로 샵 그리고 일류 식당을 건축하겠다던 애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유잉은 릴레이티드 사가 그의 집을 되살 능력이 있으니 그렇게만 해준다면 공평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릴레이티드의 맥코이 부사장은 문제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라고 말했다.
밴젤러코스가 제기하는 문제에 그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가 낸 집값은 우리한테 온 것이 아니라 우리가 대출한 기관으로 갔다”는 점을 그는 지적했다. 그러니 그가 산 콘도를 회수하려면 콘도 융자금 전액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 상황은 어느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시장의 힘의 결과라고 맥코이는 말했다. 릴레이티드 사는 원래 20 에이커의 부지에 총 1,000개 유닛의 5개 동 고층 콘도를 지을 계획이었는 데 차질이 빚어졌다.
“부동산 비즈니스가 무너지고 대출 산업이 지금처럼 무너지리라는 것을 우리가 예견하지 못한 것이지요. 어느 누구도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들도 발목이 잡히고 우리도 발목이 잡혔습니다”
라고 맥코이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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