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은 길가에 있는 집이다. 허지만 살짝만 들어 오면 바로 보이는게 지금 서서히 익어가는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열려 있는 감나무와 초봄이면은 설겆이하는 이갱년기의 여자를 한껏 설레이게 만드는 빨간 매화, 잎을 만나지 못하는 자주꽃의 목련등 많은 나무들이 바깥의 시끄러운 소리들을 막으면서 감싸고 있다. 나무를 너무 사랑하는 남편이 가꾸어 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그냥 나무가 자라는게 아니라 매일 물 주고 거름 주고 가지 쳐 주고 행여 가을이면은 다람쥐가 와서 내 과일 함께 먹자고 할까봐 망도 쳐주고 좌우간 일이 너무도 많다. 근데 하나 있는 아들이 독립을 하여 복잡한 아파트에 살다 혼자 사는 집을 구하고서 이사를 한다고 하여 갔더니 아직 짐도 옮기지 않은 빈집의 작은 발코니에 가득 차 있는 나무들을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누가 하라고 하지도 않았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아이는 잠자는 침대보다 밥을 해먹는 남비들 보다 제일 먼저 3층 꼭대기의 발코니에 하나 하나 사고 옮기면서 나무부터 챙겨 놓았든 것이다. 충격이였고 무서움도 함께였다.
무의식 중에 하는 말과 행동 그모든 것이 다 그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졌을 거고 난 어떤 부모로서 지금 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나 하나 사는 거 힘들어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든 못난 엄마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에 항상 있든 아빠의 모습과 나무를 보면서 잠을 깨든 게 그립고 생각나 내집을 구하고서는 나무부터 사러 다녔었다고 했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고 어찌 심지도 않은 걸 꿈 꾸고 닥달하고 기대하면서 난 엄마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이 이아이를 못살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부끄러웠다. 맨날 하지 말라는 소리만 그애에게 하지는 않았는지 허황된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을 대신 이루고자 내 한을 풀어주기를 기대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항상 어디에서건 정말 힘들고 외롭고 어려울 때 곁에서 안아 주는 사랑만 가득한 그런 엄마이면은 된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무의식 중에 닮아 간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의 작은 일상들이 결코 가볍지가 않고 소중하게 여겨진다. 힘든 날도 있었지만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내가 낳아 기른 아이가 자라서 내가 살든 그모양대로 사는 걸 바라 보면서 어제보다는 더 나은 오늘이 되고 또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며 살리라고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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