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금(金)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인플레와 디플레, 정부 부채, 유로 급락 등 경제를 둘러싼 각종 우려가 투자자들로 하여금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하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값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기우 수준이었던 경제적 혼란에 대한 우려가 어떻게 주류로 자리 잡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과거 ‘지하실에 금괴를 쌓아두는 미치광이’쯤으로 천대받던 금 투자자들이 제 시대를 만났다.
금값이 온스당 1천254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 주조국의 금화는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조국은 유럽의 급증하는 수요 때문에 지난달 1온스 금화인 ‘크루거란드’의 생산을 50%나 늘렸다. 이는 2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런 금값의 상승과 인기는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채무위기와 이로 인한 유로화 가치의 급격한 하락은 금에 대한 투자를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의 재정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며 `결산의 날(The day of reckoning)’이 다가왔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반대하는 공화당이나 보수파뿐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최대 기부자 중 한 명인 조지 소로스도 금괴와 금광 등에 6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등 금에 대한 투자는 정치색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급락하는 쪽에 투자해 수 십억달러를 벌어들인 뉴욕의 헤지펀드 매니저 존 폴슨도 금에 투자하는 펀드에 30억달러를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50억달러에 달하는 그의 포트폴리오 중 가장 큰 규모다.
논리상 정부가 채무 상환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찍어낼수록 인플레가 발생해 달러와 유로, 여타 통화의 가치는 급격히 하락하게 된다.
더욱이 세금은 인상하기 어렵고 유럽은 점점 더 위기로 치달으면서 예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던 국가 부도 사태나 자금 시스템의 붕괴 같은 일들이 어느 순간 갑자기 `생각해볼 수 있는(Thinkable)’ 일로 바뀌었다.
퍼렐라 와인버그의 제리언 펀드에서 20억달러를 운용하고 있는 대니얼 아베스는 미국과 일본, 영국의 재정 적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며 결국 미국 달러를 포함해 화폐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부채가 많은 국가들이 지출 축소와 채무 불이행(디폴트), 채무상환을 위한 화폐 발행 등의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중 돈을 찍어내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라면서 이로 인해 인플레가 촉발되면 금이 위험회피(헤지) 수단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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