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미드타운의 담배 행상, 로니 워너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팔고 있다. 뉴욕에서는 담배세가 계속 인상되고 흡연구역이 점점 줄어들면서 개피 담배 행상들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오전 8시30분, 뉴욕 미드타운의 8가 거리. 졸린 눈으로 출근하는 근로자들과 근처 메타돈 클리닉에서 나온 마약 중독자들이 지나는 행렬 한 가운데에 서있는 사람이 있다. 특별히 누구에게랄 것 없이 그는 외친다. “뉴포츠, 뉴포츠, 갑이나 개비.”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손님 한 사람이 다가와 1달러짜리 지폐를 건넨다. 그의 이름은 로니 워너(50). 개비담배를 뜻하는 루지(Loosie)가 붙어 보통 ‘로니 루지’로 불린다. 곧이어 그와 동업하는 청년 둘이 ‘출근’해 같은 블락을 헤집고 다닌다. 오전 중반쯤이면 남쪽 블락은 역시 개비담배를 파는 칼톤과 그의 동생 노만(54)이 자리를 잡고, 몇 블락 북쪽에서는 또 다른 남성이 담배를 판다.
담배세 인상, 금연구역 확대로 고달픈 흡연자
한 갑에 12달러 넘으니 개비 담배로 몰려
뉴욕 주법이 금하고 있는 개피담배 판매 등 담배 행상이 뉴욕 거리에 등장한지는 오래 되었다. 하지만 담배가격이 치솟고 흡연구역이 점점 줄어든 요즈음 개비담배 암거래는 한창 성업 중이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이 지휘하는 뉴욕시청은 식당과 바, 놀이터 그리고 병원 입구 옥외에서의 흡연을 금지했다. 시 공원, 해변 그리고 광장들도 흡연 금지구역이다. 그에 아울러 담배세는 여러 차례에 걸쳐 계속 인상되었다. 가장 최근 것은 지난 7월의 주세 1달러60센트 인상으로 그 결과 미드타운 신문 가판대에서 파는 담배 한 갑의 가격은 보통 12달러50센트에 달한다.
“담배세가 올라가면서 담배가 10배나 많이 팔리고 있다”고 워너는 말한다. 블룸버그 시장은 담배세를 인상해 사람들이 담배를 끊게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개피담배를 사게 만들었을 뿐이라고 그는 말한다.
워너는 담배의 공식가격이 너무 올라서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내고 싶고, 낼 능력이 되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그 증거로 그의 고객들 중에는 보수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무직원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그는 지적한다.
그가 파는 담배는 거의 항상 뉴포츠다. 그는 10갑 들이 담배 한 상자를 50달러 좀 넘는 가격에 사들인다. 버지니아 등 주 담배세가 갑당 1달러 미만인 주에서 담배를 사들여 오는 밀수꾼들로부터 사는 가격이다. 그 담배를 한 개비에 75센트, 두 개비에 1달러, 한 갑에 8달러(친구들에게는 7달러)에 판다.
워너와 동업자들이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가져가는 돈은 각각 120달러에서 150달러. 보통 두 개피 씩 하루에 2,000개비를 팔아서 얻는 이익이다. 이렇게 개피로 파는 행위는 경범죄에 속한다.
미드타운의 여러 담배 행상 중에서 워너는 유독 눈에 띄는데 그 이유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주 체포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그가 도무지 숨기지를 않고 담배 암거래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경찰들이 나를 물고기라고 부르죠. 그게 내 별명입니다. 잡기 쉽기 때문이에요”
경찰이 누군가 한 사람 체포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면 와서 그를 잡아간다는 것이다.
담배를 팔아온 4년 동안 그가 기억하기로 15번 체포되었다. 세금 붙지 않은 담배를 판 혐의이다. 워낙 자주 체포되다 보니 사복경찰 10명의 얼굴을 알아볼 정도라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항상 체포될 위험 속에서 일을 하다 보니 동업자들의 존재가 정말 소중하다. 6개의 눈이 블락을 살핀다는 것이다.
법정에 수없이 출두하면서 워너는 미드타운 커뮤니티 법정 변호사들이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변호사들은 그가 전형적인 경범죄자들에 비해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있다. 질 나쁜 사람들이 수두룩한 가운데 그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극빈자 법률지원 변호사인 러셀 S. 노박의 말이다. 그는 미드타운의 사기꾼, 창녀, 들치기꾼, 공공 술주정뱅이들을 대변하는 변호사이다.
워너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보통 리커스 아일랜드 감옥에서 며칠 살거나 일주일 간의 커뮤니티 봉사이다. 봉사형으로 내려지는 일은 거리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쓸어내는 일 등이다.
워너는 그 자신으로 인해 그 블락이 더 안전하고 덜 무법지대라고 자신한다. 마약을 절대 팔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저지시티에서 자라난 워너는 일련의 무장강도 행각으로 뉴저지 교도소에서 10여년을 살았다. 그의 말로 그런 범죄행위는 그가 크랙 코케인에 중독되었을 때로부터 시작되었다.
2006년 13년 형을 마치고 석방된 후 그는 뉴욕에서 안정된 일자리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중범 전과 전력 탓이었는지 시도하는 족족 퇴짜를 맞았다. 생계를 이어나갈 방책을 찾다보니 개피 담배 파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그는 언젠가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맨해턴의 특산품을 파는 장사를 하고 싶어 한다.
“나는 거리가 좋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을 좋아합니다.”
장사를 하면서 그는 흡연자들의 습관에 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두 개피를 마지막으로 사고는 담배를 끊을 것이라는 말을 손님들로부터 듣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끊을 것으로 믿어요. 하지만 매일 다시 찾아오지요.”
지금으로서는 장사가 아주 잘 돼서 워너는 난생 처음 건강보험을 살 생각을 하고 있다.
그는 이름을 아는 손님은 별로 없지만 얼굴을 아는 손님은 수십명이다. 그가 담배를 팔면서 한 가지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있다. 담뱃불 붙이기이다. 고객에게 담뱃불을 붙여주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너덧 명이 몰려들어 경찰의 눈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백팩에 넣고 다니며 파는 담배는 10개들이 박스 한 개나 두 개가 고작이다. 체포될 경우 빼앗겨도 괜찮은 최대한의 양이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자신이나 동업자들이 팔 담배가 떨어지면 그는 전철을 타고 할렘으로 가거나 몇 블락을 걸어서 담배 공급자들을 찾아간다. 대부분 서부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이다.
담배 배달 주문도 있다. 셀폰이 울리면 사무실 건물 로비에서 약속이 잡힌다. 많은 고객들, 특히 여성들은 길거리로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그는 말한다.
하루가 끝나면 그는 할렘의 거처로 돌아간다. 하지만 침대에 누워서도 일을 완전히 잊지는 못한다. 잠결에 ‘뉴포츠’를 계속 중얼거려서 여자 친구로부터 때로 불평을 듣곤 한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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