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수화물·지방 무조건 거부 건강 해쳐
거식증(식욕부진증)이나 과식증(식욕이상 항진증)보다 더 무서운 게 건강식 편집증이다. 건강식 편집증(orthorexia)이란 말 그대로 ‘완전식품’만을 고집하는 증상. 무엇을 완전식품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이들이 집착하는 식단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생식이나 자연식이 아니면 손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육류는 물론 유제품까지 거부하는 극단적인 채식주의자(vegan)도 있고, 식물의 뿌리나 잎을 피해 과일만 고집하는 이른바 열매주의자 혹은 과실주의자(fruitarian)도 있다. 설탕이 들어간 것은 무조건 거부하고 인공감미료나 색소, 방부제가 첨가된 식품을 멀리하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탄수화물이나 지방을 함유한 음식을 모조리 마다하는 등 가리는 음식이 점차 늘어나면서 결국은 마땅히 먹을 게 없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불순한 음식을 먹느니 차라리 굶는다”는 신조를 갖고 있다. 2004년 로마대학이 4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7%가 건강식 편집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거식증과 과식증 환자들의 비율을 합친 것보다 높다.
연구진은 건강식 편집증에 걸린 환자들은 건강에 유해하거나 불순하다고 생각되는 음식을 먹기보다는 차라리 굶는 쪽을 선호하는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결국은 영양결핍이나 영양실조에 걸리기 십상이다.
건강식 편집증은 아직은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용어다. 1996년 의사인 스티븐 브라트만이 만든 조어로 태어난 지 이제 15년밖에 안 되지만 이 같은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수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비만의 위험과 선택적인 섭생의 미덕이 강조되는 시대이다 보니 건강식 편집증이 올바른 식습관으로 ‘바람’을 타고 있다는 얘기다.
거식증이나 과식증이 체중감량 노력의 부작용인 반면 건강식 편집증은 완전식품을 통해 건강을 추구한다는 긍정적 목표를 갖고 있다는 생각에 다른 섭생 장애자들과 달리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는 편식증 환자들도 적지 않다. 건강식 편집증은 아직도 심리적인 질환이나 섭식장애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나침은 늘 모자람만 못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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