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은 도톰한 입술과 큼직한 눈을 지닌 여성의 얼굴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여성들은 거무스레한 ‘꽃미남’형에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 눈의 안경’이라는 말이 있다. 아름다움의 절대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전적인 정의는 ‘보잘 것 없는 물건이라도 제 마음에 들면 좋게 보인다는 말’로 되어 있다. 강력한 주관적 감정이 끼어들면 이웃집 노처녀가 한창시절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보다 예뻐 보인다. 사랑이 유발하는 이 ‘아름다운 착시현상’을 사람들은 “눈에 콩깍지가 끼었다”고 표현한다. “아름다움은 보는 이의 눈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는 영어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남자들은 “도톰한 입술·큼직한 눈 여성 매력”
이성에 대한 감정이 끼어들면‘제 눈의 안경’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의하는 아름다움의 객관적 기준은 분명 존재한다. “장미보다 호박꽃이 예쁘다”는 평가를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장미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은 ‘객관적 기준’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성의 용모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도 없을 리 없다. 그동안 이 기준을 잡아내기 위한 숱한 연구와 조사가 이루어졌고 결론은 ‘남성다움’과 ‘여성다움’이라는 전통적 성적 매력에 부합하는 ‘평균 얼굴’(average face)로 모아졌다.
그러나 뉴욕대와 프린스턴대의 심리학자인 크리스토퍼 세드와 알렉산더 토도로프는 용모와 관련해 사람들이 말하는 ‘성적 매력’은 단순히 ‘여성다움’이나 ‘남성다움’보다 훨씬 복잡한 개념이라고 주장했다.
일반인들이 객관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얼굴이 어떤 모습일지 ‘제대로’ 알아내기 위해 이들은 컴퓨터 모델을 만들어냈다. 먼저 남녀 수천명의 얼굴사진을 구한 뒤 연구에 참여한 20명의 남학생들에게는 사진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용모를, 20명의 여학생들에게는 사진 속 남성들의 생김새를 평가하도록 했다.
이렇게 수집한 평가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한 다음 형태(shape)와 음영(reflectance)의 두 가지 범주에 바탕해 학생들이 점수를 매긴 얼굴 생김새를 50개 세부항목으로 나눠 꼼꼼히 분석했다. 형태에는 코의 크기, 입술의 도톰한 정도 등이 포함됐고 음영(陰影)은 피부색, 입술의 붉기, 눈의 색조 등으로 세분됐다.
그 결과 남성들은 여성에게서 도톰한 입술과 큼직한 눈 등 ‘여성적인 이목구비 형태’와 ‘여성적인 음영’을 지닌 얼굴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마디로 남성은 ‘전통적인 여성적 매력’에 끌린다는 얘기다.
반면 여성은 남성의 얼굴이 거무스름한 ‘남성적 음영’을 지니길 원했지만 이목구비 형태는 여성적이길 원했다. 거무스레한 꽃미남’이 여성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얼굴인 셈이다. 이성이 가장 끌리는 용모를 ‘여성다움’과 ‘남성다움’을 보여주는 ‘평균 얼굴’로 결론지은 기존의 연구 결과와는 차이가 있다.
‘평균 얼굴’이 지니는 흡인력도 이제까지의 연구 결과와는 다르게 나왔다. 여기서 말하는 평균 얼굴은 ‘보통의 생김새’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에 대한 기존의 기준에 가장 보편적으로 들어맞는 용모를 뜻한다. 연구에 참여한 남녀 학생들 모두 ‘평균 얼굴’이 매력적이라는데 동의했지만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뽑아낸 ‘평균 얼굴’은 학생들이 평가한 가장 매력적인 용모와 차이를 보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번 달에 나올 심리과학협회 저널에 게재될 예정이다.
한편 심리과학협회 명의의 언론배포 자료에서 논문 작성자인 크리스토퍼 세드와 알렉산더 토도로프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결과가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시인했다. 이들은 연구에 참여한 남녀 학생들이 수가 너무 적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다. 세드와 토도로프 교수는 “이론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인공적인 얼굴의 매력을 판단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평가방식이 대단히 독특하기 때문에 실제 인물을 직접 대면했을 때 나오는 ‘점수’와 기계적인 평가치는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객관적 아름다움과 주관적 아름다움 사이에 큰 편차가 있다는 뜻이다.
특히 이성에 대한 ‘감정’이 끼어들면 외형적 아름다움의 객관적 기준은 무색해진다. 하긴 ‘내 맘속의 여자’에게 후한 가산점을 주는 ‘착한 편견’ 덕에 세상은 둥글게 돌아간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성은 ‘내 눈에 꽁 깍지’를 끼게 하는 바로 그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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