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비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김은숙 사장이 업체를 운영한 지난 세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왜 이 사업체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지 나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 간직하고 있는 애착이 가는 보석을 바라보는 기분입니다.” LA 한인타운 올림픽 거리에 위치한 VIP비디오(3030 W. Olympic Bl.)의 김은숙 사장은 “아주 막연하지만 이 비즈니스를 계속 유지하면 관련 계통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비디오대여점 1호 VIP비디오 21년째 운영
한때 순수익 월 6천달러, 미디어 혁명에 착잡한 심정

VIP비디오는 드라마, 쇼 등 본국 TV 방영 프로그램을 담은 비디오테입을 대여해 주는 업체다. 한때는 본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빈번하게 이어지면서 수입이 꽤나 괜찮았던 알토란같았던 사업체였다.

업체가격이 매상에 따라 100만달러가 넘는 귀한 대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요즘은 매매마저 거의 중단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지위가 낮아졌다.
이는 인터넷 등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면서 고객들이 이들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기 때문임은 불문가지다.

김 사장은 “미래에 대한 비전은 희미하지만 그래도 비즈니스가 사양화되고 있다는 말은 입에 담고 싶지 않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의 말은 어쩌면 동종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VIP비디오는 타운에 개업한 비디오테입 대여점 1호다. 김 사장은 이 업체의 두 번째 주인으로 199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정확한 금액 공개를 꺼려했지만 당시 좋은 집 한 채를 장만할 수 있는 돈을 주고 이 업체를 매입했다고 밝힌 김 사장은 “지금까지 VIP비디오 운영한 것을 총평한다면 한 마디로 ‘즐겼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업소 운영에 익숙하기까지 처음 5년 동안 무척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후 영업이 안정궤도에 들어서면서 종업원들에게 업소를 맡기고 한 달에 평균 5,000~6,000달러는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는 “한국에서 TV로 방영된 프로그램을 처음 대면하는 기분이 좋았다. 무술영화 시리즈 등 취향에 맞은 프로그램은 거의 다 본 것 같다”고 밝게 웃었다.

김 사장은 “미디어 분야에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면서 약 3~4년 전부터 VIP비디오의 영업이 어려워졌다”며 “현실적으로 이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요즘은 가끔 업체를 운영하면서 손해를 볼 때도 있다며 어이없어 했다.

김 사장은 업계의 영업이 나빠지면서 종업원을 줄이고 옛날처럼 직접 영업 일선에 나서고 있다. 그는 “VIP비디오의 고객들 가운데 나이가 지극한 사람이 많은 편”이라며 “이 때문에 다른 업체들에 비해 아직도 많은 프로그램을 CD보다 VHS 테입에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

“마음고생이 심한데 사업체를 접으라고 가족들이 권유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VIP비디오는 나의 삶의 커다란 부분입니다.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것 같기 때문에 이 사업체에 미련이 남는 것 같습니다.”

김 사장은 “TV 방송사들이 영업상 어려움에 직면한 비디오테입 대여점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이들 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그 길을 열어줬으며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황동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