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매·서비스 업계 몇 년씩 일해도 대부분 파트타임
5년 전 설립된 수퍼마켓 체인, 프레시 & 이지(Fresh & Easy)는 캘리포니아에 150개 매장을 운영하면서 사회적 책임감 강한 멋쟁이 회사로 자리매김 해왔다. 자사 브랜드 식품에 인공색소나 트랜스 지방이 전혀 없고 청과류의 2/3은 현지 생산되며 유통 센터 본부는 1,300만달러짜리 태양광 설치로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고 자랑을 한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부분에서 프레시 & 이지는 미국 내 대다수 대형 소매체인과 다르지 않다. 직원들 대부분이 파트타임이라는 것이다.
근무시간 너무 적고 불규칙
생계유지 안돼 빈곤층 전락
샌디에고 동쪽의 스프링 밸리에 있는 프레시 & 이지에서 섀넌 하딘(50)은 5년째 파트타임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제가 나빠지기 전 건축회사에서 사무보조원으로 일했던 그는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상대하는) 이 일이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풀타임 직원이 되어야 생활이 되는 데 여전히 파트타임 직원인 것이 문제이다. 사실상 그 수퍼마켓에서 매니저 5명을 제외하고는 22명 직원 모두가 파트타임이다.
시간당 임금은 10달러90센트로 괜찮은 편이지만 근무 시간이 주 평균 28시간에 불과하다. 그렇게 버는 연 소득은 1만6,500달러 수준. “이 돈으로는 살 수가 없다”고 싱글인 그는 말한다.
식당이나 소매업소는 항상 파트타임 직원을 고용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 고용주들은 전에 비해 파트타임 직원들을 훨씬 많이 고용한다. 인건비를 줄이고 고객들 통행량에 맞춰 근무 직원 수를 신축성있게 조정하려는 의도이다.
과거 대형 소매업체들 기준, 보통 직원의 70~80%는 풀타임이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업계 전체로 볼 때 직원의 최소한 70%가 파트타임으로 바뀌었다.
연방 노동통계국 자료에 의하면 총 1,860만개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도매·소매업계에서 지난 2006년 이후 풀타임 일자리 100만개가 잘려져 나가고 대신 50만개 이상의 파트타임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런 변화를 촉진하는 것은 테크놀로지이다. 과거 파트타임 직원들은 매주 4~ 5시간 단위 교대로 미리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일했다면 지금은 훨씬 유동적이어서 예측이 불가능하다. 고객 통행량을 추적해 근무 인원을 조정하는 정교한 소프트웨어 덕분에 매니저들은 시간 단위로 직원들을 배치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보통 8시간 단위로 직원들 근무 시간이 배정되었지만 이제는 짧게는 2~3시간 단위이다. 심한 경우 파트타임 직원들은 마지막 순간에 연락을 받고, 이에 응하지 못하면 일자리를 잃거나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하게 되기도 한다. 결국 많은 파트 타임 직원들이 빈곤층으로 밀려나 푸드스탬프와 메디케이드에 의존하게 된다.
물론 파트타임 일을 원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를 들어 용돈을 좀 더 벌고 싶은 대학생들이나 연말에 선물 살 돈을 벌고 싶은 노년층이다.
그러나 2개의 주도적 업계인 소매업과 서비스업계에서 풀타임 일을 원하는 파트타임 직원들의 수는 지난 2006년 수준에서 2.5배나 늘어 310만명에 달한다. 소매업계만 볼 때 파트타임 직원의 거의 30%는 풀타임 일을 원한다. 2006년에는 10.6%였다. 연방통계국에 의하면 도소매업계에서 직원 10명 중 3명은 파트타임이다.
소매업체와 식당들이 파트타임 직원들을 이렇게 많이 고용하는 것은 신축성있는 인력관리와 더불어 인건비 절감 때문이다.
연방통계국에 의하면 서비스 업계 파트타임 근로자들은 지난 6월 기준 평균 시간당 10달러92센트의 보수를 지급 받는다. 임금 8달러 90센트에 베니핏 2달러 2센트를 합친 것이다. 한편 풀타임 근로자들은 임금 12달러 25센트와 베니핏 4달러93센트를 합쳐 시간당 17달러18센트를 지급받는다. 파트타임 직원은 베니핏도 대단히 적다. 고용주가 지원하는 은퇴 플랜을 제공받는 경우는 풀타임 65%에 비해 파트타임은 21%에 불과하다.
영국의 최대 수퍼마켓 기업인 테스코 산하 프레시 & 이지는 갓 입사한 직원의 임금 수준이 시간당 10달러이고 분기별 보너스를 지급하며 주 20시간 이상 근무하는 모든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다른 소매업체들에 비해 대우를 잘 해준다는 말이다. 하지만 하딘이 최근 받은 보너스는 200달러가 못 되었고, 건강보험을 감사하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본인부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의사를 보러 갈 수가 없다.
부족한 소득을 채우기 위해 그는 일 년에 15주 정도의 주말을 샌디에고 차저스와 샌디에고 풋볼 경기 때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생계유지가 어려워서 영화구경 가본 게 지난 5년 동안 단 3번이고 TV도 없다.
“쓰던 TV를 가져다 보라는 사람들이 있지만 케이블 요금을 낼 수가 없어요.”
맨해턴의 잠바 주스 가게에서 주스 만들 오렌지나 블랜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일기예보 채널이다. 매니저는 수시로 일기예보를 보면서 그날의 기온, 비가 오는 지 여부를 컴퓨터에 입력해 직원 근무시간을 조정한다. 날씨의 영향이 큰 비즈니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날 기온이 95도에 이르면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직원들을 많이 확보해둘 것을 제안한다. 그래서 가장 바쁜 시간대인 오전 11시에서 오후 2시 사이 평소의 4~5명 대신 7명이 일하게 하는 식이다. 이 모두가 스케줄 조정 소프트웨어 덕분에 가능하다.
잠바가 지난 2009년 구입한 크로노스 프로그램은 15분 단위로 근무 인력 조정을 한다. 그래서 만약 특정 매장에서 점심 때 붐비다가 오후 1시45분쯤 한산해지면 소프트웨어는 오전 9시에서 오후 2시까지 일하게 되어있는 직원의 근무를 15분 줄이라고 제안한다. 총 770개 매장에서 이런 식으로 잠바가 절약하는 인건비는 연간 수백만달러에 이른다.
기업들이 풀타임 직원 대신 파트타임 직원을 점점 많이 고용하는 데는 노조의 힘이 약화된 때문이기도 하다고 이 분야의 전문가인 시카고 대학의 수잔 램버트 교수는 말한다. 진짜 일자리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풀타임 시간 일하는 것이라고 노조는 기준을 세웠지만 이제 그런 시대가 지나버린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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