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 노른자위에 있는 허름한 주택. 영국 식민통치시대의 유물인 이 집은 최근 경매에서 2,900만달러에 팔렸다. 인도의 고급 동네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뉴델리 중심부인 루트옌스 구역의 한 허름한 단층집. 눈길을 끌만한 저택이 전혀 아니다. 테니스 코트도 없고, 수영장도 없고, 대형 냉장고나 워크 인 옷장도 없다. 페인트칠은 벗겨지고 욕실에서는 곰팡내가 나고 천정은 물방울 자국들로 얼룩얼룩하다. 누군가 이 집을 산다면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지을 것이 확실하다. 놀라운 것은 가격. 이 허름한 집이 최근 경매에서 2,900만달러에 팔렸다. 인도의 부동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노른자위 구역 주택 대부분 정부관사
개인소유 매물 나오면 부르는 게 값
근 3,000만 달러나 되는 집값을 두고 이웃 주민들은 그것도 헐값이라고 한다. 한 블록 떨어진 곳에는 멕시코 대사들이 반세기 동안 대대로 임대해왔던 집이 매물로 나와 있다. 외관이 좀 낫기는 하지만 가격이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근처의 또 다른 집은 시세가 4,000만에서 7,000만달러이다.
“멕시코 대사 관저였던 저택 가격은 1억1,000만달러”라고 올리베이라 인도 주재 포르투갈 대사는 말한다. “뉴욕과 마이애미, 리스본 그리고 런던에 집을 한 채씩 사고도 그만큼 돈이 남는 액수”라고 그는 덧붙인다.
뉴델리 중심부의 부동산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비싼 것은 거의 1세기 전 영국 식민통치 시대에 지어진 방갈로 형 주택들이다.
인도의 경제가 좀 가라앉았지만 고급 동네 부동산 수요는 너무도 강해서 매물을 찾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공식적 리스팅이란 존재하지도 않는다. 가격은 보통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매매 거래 시 보통 ‘검은’ 돈이 요구되고, 세금 포탈을 위해 테이블 밑으로 거액의 현금이 오고간다.
주택 매입자들은 보통 트로피 부동산, 롤렉스 급 부동산을 찾는 인도의 기업가들이다. 혹은, 부동산 중개인이나 매매자들에 의하면, 정치가나 그 대리인들로 엄청난 현금을 지불하고 집을 산다.
주택 매입자들은 돈으로 집을 산다기보다 아름답고 널찍한 토지와 역사의 일부를 사들인다. 대부분의 주택들은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하고 전기나 수도 시설은 부실하다. 다른 지역보다 훨씬 낫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돗물을 식수로 쓸 수 없고 툭하면 정전이다.
수억의 국민들이 하루에 2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나라에서 집값이 왜 이렇게 비싼 것인가?
인도가 지금 부동산 붐을 거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신흥 경제대국들이 앞서 거친 것이다. 지난 1980년대 일본 경제가 치솟았을 때 도쿄의 부동산 가격은 너무도 비싸서 왕궁이 들어선 845에이커의 가격은 캘리포니아 부동산 모두를 합친 것보다 높았다. 보다 최근에는 중국이 부동산 붐을 맞아 대도시들의 부동산 가격이 500%나 뛰었다.
뉴델리의 부동산 가격 폭등 요인으로는 부동산 붐 외에도 자존심과 사회적 지위 등이 포함된다. 뉴델리의 가장 고급 주택가인 루트옌스 델리 구역의 경우 매물이 거의 없다. 그 지역은 주로 정부 관사가 들어서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막강한 정부 고위관료들이 잔디밭이 몇 에이커씩 펼쳐진 영국 식민지 시대 방갈로 형 주택에 산다. 그보다 하위직 관료들은 다른 범주의 정부관사에 사는데, 빈민들이 떼로 몰려 사는 뉴델리의 복잡하고 지저분한 나머지 지역들과는 뚝 떨어진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뉴델리 최고의 지역, 핵심부”라고 정부 관사를 관리하는 무니시 쿠마르 가르그는 말한다. “루트옌스 델리의 이 부동산들이 매물로 나온다면 줄이 2Km는 늘어설 것”이라는 것이다.
인도 정부관사 관리 디렉터인 가르그는 세계적 고가의 주택들을 관리하는 셈이다. 그의 기관이 관장하는 부동산은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1만채 정도 될지 않을까”라고 그는 말한다.
뉴델리의 핵심부인 루트옌스 델리는 1900년대 초 영국의 건축가인 에드윈 루트옌스가 설계한 곳이다. 영국 제국주의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거대한 빌딩들과 아울러 그는 다른 건축가들과 함께 널찍한 정원에 둘러싸인 단층의 방갈로 주택단지를 만들었다.
1947년 인도가 독립을 하고 그곳에 살던 영국인들이 이주해 나가면서 인도인들이 들어왔다.
오늘날 뉴델리 정치인들의 권력은 사는 곳이 어디인가에 따라 측정할 수 있다. 정부관사 관리국은 정부 소유 부동산을 8개 범주로 나누고 있다. 그중 8범주 방갈로가 가장 고급 주택들로 장관이나 다른 고위 지도자들에게 할당된다. 전직 총리나 대통령, 그 배우자들은 8범주 주택에서 죽을 때까지 살 수가 있다.
그런 특급 주택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데르 쿠마르 루즈랄 전 총리의 최근 사망은 누가 그 집을 차지할 지를 두고 열띤 경쟁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선거관리 위원장을 역임한 나빈 차울라는 부인과 함께 6에이커 대지의 8범주 방갈로에서 17명의 하인을 두고 살았다. 별채가 따로 있었는데 그 집만 해도 수백만 달러는 되었다. 임기가 끝나면서 그 집에서 나온 그는 5년 동안 6에이커짜리 저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최대의 보너스였다고 말한다.
인도의 기업가들은 근년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그런 그들이 사회 경제적 지위가 확연히 드러나는 한편 개인소유 부동산은 수백 채에 불과한 8범주 지역에 집을 사서 들어가고 싶은 유혹이 큰 것은 당연하다. 루트옌스 방갈로 지역과 인근 지역들의 부동산 가격은 오랜 세월 꾸준히 올라갔지만 지난 10년 사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 지역에서 관사가 아닌 개인소유 주택 거주자들 중에는 대를 물려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 대부분 1947년 파키스탄 분리 후 파키스탄으로부터 넘어온 피난민들이다. 당시 이 지역은 전혀 고급 지역이 아니었다. 이곳에 사는 비나 쿠마르의 부모는 1947년 거의 땡전 한푼 없이 인도로 넘어와 월 5달러50센트에 방갈로에 세를 들었다. 그리고는 그 집을 8년 후 매입했다.
지금은 가장 아름다운 공원이 바로 곁에 있는 이 지역은 당시 정글이나 다름없었다. 밤이면 하이에나 울음소리가 들리곤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뉴델리의 심장부에 살게 된 쿠마르는 집을 팔 생각이다. 본인은 밝히지 않지만 지역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가격은 5,500만달러 선. 쿠마르의 가족들은 집값이 오르면서 치솟는 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 집을 판다고 한다.
집값이 치솟으니 임대 시장도 영향을 받는다. 이 지역 주택 소유주들은 수십년동안 대사나 외교관들에게 집을 빌려주면서 재미를 보았다. 그런데 이제 렌트비가 너무 치솟아 대사들이 이사를 나가고 있다. 포르투갈 대사가 다른 지역으로 옮겼고, 멕시코 대사도 자국 대사들이 반세기 동안 임대해 살던 집에서 나왔다.
미국 대사관은 이미 수십년 전 고급동네에 주거용 부동산을 여러 채 사둔 덕분에 부동산 가격 상승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