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 주립대, 프리미엄 비프 판매 개시… 재학생 가족·동창 주문 몰려
▶ 학교 홍보와 재원 확충에 큰 도움 아이다호대는 수십년 째 고기 판매 대학 식품들 소비자 신뢰도 높아
<풀맨, 워싱턴> 손에 집게를 든 채 그릴 위에서 연기를 뿜으며 지글지글 익고 있는 고기를 집으려 몸을 숙이면서 당신 생각은 자연스럽게 이곳으로 향하지 않을까. 당신의 모교 말이다. 농업지역에 소재한 대형 공립대학인 워싱턴 주립대는 학교 축산시설에서 생산되는 고기에 학교 이름을 붙이고 있다. 이 대학은 아주 오랫동안 수의과와 농과대학 학생들을 위한 대규모 축산농장을 운영해 오고 있다. 이 대학은 지난 1월 패킹을 해 냉동시킨 W.S.U. 프리미엄 소고기를 고객들에게 첫 발송했다.
학생들은 대학 풋볼경기와 등을 통해 마블링이 뛰어나고 가격이 높은 와규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현장조사를 해왔다. 워싱턴 주립대는 1990년대부터 일본에서 들여온 와규 소들을 기르고 있다. 이들은 대학 풋볼 경기 전 벌어지는 테일게이트 파티에서 이런 소고기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대학 관계자들은 학교에서 주최하는 연회 등을 활용해 자체 생산 소고기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왔다. 대학 측은 또 W.S.U. 프리미엄 소고기가 동물과학대학 학생들을 충원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교 축산농장에서 동물들의 출산에서 패킹에 이르기까지 성장 전 과정을 공부할 수 있다고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고기 판매로 올리는 수입은 주정부 예산삭감으로 힘들어진 대학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와규는 보통 파운드 당 5달러 이상에 팔리며 어떨 때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 대학은 버라이어티 박스의 경우 1파운드 당 9달러50센트를 받고 있다. 동물과학대 학장인 마가렛 벤슨은 “이 프로그램들은 스스로 지속성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정 대학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 주는 의류와 액세서리들은 새롭지 않다. 농업대학을 가진 대학들이 특산물이나 계절적인 상품들을 파는 것도 오랫동안 있어왔다. 뉴욕에서는 코넬대 낙농학과가 생산해 내는 아이스크림이 유명하다. 텍사스 A&M 대학의 비프저키도 1980년대부터 칼리지 스테이션 지역에서 아주 많이 팔리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주립대는 캔에 담은 체더치즈 ‘쿠가 골드’를 1940년대부터 생산해 왔다. 이 제품의 이름은 대학 마스코트에서 따 온 것이다.
그리고 워싱턴대학 소재지에서 몇 마 일 떨어진 아이다호 주 경계선 너머에 소재한 아이다호대학의 동물 및 수의대학교도 1980년대부터 역시 마스코트에서 이름을 따온 ‘밴덜 브랜드’ 고기를 성공적으로 판매해 오고 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양고기 등을 망라한 이 제품의 95%는 지역 고객들에게 팔리고 있다. 이 가운데는 워싱턴 주립대 커뮤니티의 주민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많은 쿠거들을 먹이고 있다”고 밴덜 브랜드의 제품 매니저는 말했다.
하지만 식품전문가들은 최근 많은 트렌드들이 한곳으로 통합되면서 대학 생산 식품들이 가지는 의미도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역생산 식품 운동은 학생들이 기른 작물에 대한 관심과 성장을 촉발시키고 있다. 조지 워싱턴 대학의 어번 가든과 일리노이 대학 어바나-샴페인 캠퍼스의 지속가능 학생 농장 등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이 운영하는 농장들은 학생식당과 지역 파머스 마켓 등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런 운동은 점차 확산돼 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상품의 상업적인 브랜딩은 업계에서 하나의 규범이 되어가고 있다. 워싱턴 주 사과와 캘리포니아 주 아보카도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삭감은 대학들이 어떻게 대중들과 동창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까 노력하도록 만드는 동인이 되고 있다. 워싱턴 주의 대학교육 시스템은 예산 삭감 규모로 볼 때 전국에서 8번째로 나쁘다. 예산이 2008년에서 2013년 사이에 무려 22.4%가 깎였다.
코넬대학의 소비자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완신크는 “학교들은 재원 확충을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대학들은 이전 보다 훨씬 더 기업적인 방식을 통해 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완신크 교수는 그가 ‘식품 후광’이라 이름붙인 것을 연구해 왔다. 이것은 식품에 따라 붙는 건강, 양심 혹은 환경주의 같은 이미지를 말한다. 그는 대학이야말로 이런 후광효과를 보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 브랜드의 고기 같은 제품들은 놀라운 후광효과를 누린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주립대는 지난 1892년 워싱턴 농업 및 과학대학으로 문을 열었다. 이 대학의 농업 전통은 아주 뿌리가 깊다. 비프센터 벽에 걸린 사진들은 과거의 학생들 대부분 이 지역에서 자란 아이들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제는 이 대학 등록 학생들의 대부분이 도심이나 교외지역, 특히 시애틀 출신들이다.
이 지역의 많은 가정들이 아들과 딸들은 워싱턴 주립대로 보내고 있다. 바로 이들이 프리미엄급의 지역 생산 농산물과 고기를 찾는 고객들이다. 지난 1월 처음으로 발송된 프리미엄급 소고기 주문자들의 절반이 시애틀지역에 살고 있다. 이들은 자기 아들들과 딸들에게 고기를 배송하길 원한다고 이 대학 목축책임자인 톰 커닝햄은 설명했다. 그는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발송된 고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웨스트 시애틀에 거주하는 마크 리아도 이 가운데 들어 있다. 그는 자신이 요리에 아주 관심이 많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W.S.U.의 농구 경기를 좋아하는 팬이라고 밝혔다. 리아는 우연히 이 대학 웹사이트에서 프리미엄 소고기를 발견해 주문했다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자신이 언제든 방문할 수 있는 곳에서 기른 소의 고기라는 점 때문에 더욱 맘에 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4개 캠퍼스의 2만5,000명에 가까운 재학생들과 수십만명의 동문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 등을 고려할 때 고객들이 부족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모두의 이메일 주소를 갖고 있으니 비싼 광고비를 들일 필요도 없어 좋다고 덧붙였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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