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지저귐 소리에 잠이 깬 후 창문을 활짝 열고 싱그러운 봄바람을 깊이 들이마시며 나의 사랑 텃밭을 내다본다.
작년 봄 여름 가을 이곳 나의 텃밭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이십여 종이 넘는 야채들이 잘 자라서 형제들과 이웃사촌, 교회 식구들에게까지 기쁨을 주고 건강을 주었다. 시간이 나면 갖다 주고 전화해서 챙겨주고 그분들이 좋아하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흐뭇해했다. 그런 마음에 한여름 모기한테 물리고, 땀을 비오듯 흘리며 일했던 시간들이 다 행복한 시간으로 변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면 우선 팔다리에 골고루 모기약을 뿌리고 모자 쓰고 선글래스까지 잊지 않고 챙긴 후 “얘들아 안녕?” 하고 텃밭에 나서면 고양이들도 인사하며 따라 나선다. 채소에 물주면서 오이 덩쿨도 만져주고, 주렁주렁 달린 가지도 만져보며 “어제 밤 사이에 너희들 많이 컸구나. 아이구 대견하고 이뻐라” 칭찬도 해준다.
이렇게 맑은 공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 찬송가를 새들과 함께 합창하면서 “아! 이게 행복이구나!” 새삼 가슴이 뿌듯해진다. 올해는 감나무도 자랐으니 가을에는 빨간 감이, 배나무에는 누런 배가, 토마토도 주렁주렁 많이 열릴 것을 생각하니 내 마음이 절로 흐뭇해진다.
아련한 기억 속의 처녀시절, 직장 친구 집에서 휴가를 같이 보내기로 하고 충청도 어디엔가를 갔다. 언덕 위에 있는 그 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녁노을에 싸여 있는 호숫가가 너무 아름다워 “아 - 정말 이곳에 사시는 분은 행복하시겠다” 생각하며 쪽문을 밀고 나가보니 그 곳엔 책에서나 읽던 넓은 텃밭에 온갖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친구의 어머니가 텃밭에서 금방 따낸 상추 쑥갓 오이 고추를 씻어 오셔서 “시골 반찬은 다 이런 거야” 하시며 가마솥에 밥을 짓고, 국 끓이고 들깨기름 조선간장으로 나물을 무쳐내어 오셨다. 감동적인 저녁 밥상이었다. 그때 난 “이 다음에 나도 시집을 가면 텃밭을 가꾸며 이렇게 재미있게 살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나의 어릴 적 그 꿈이 이루어졌다. 미국에 이민 와서 파란 잔디밭과 많은 꽃이 피는 앞뜰, 모두가 부러워하는 넓은 텃밭이 생긴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정말 부지런히 나를 도와준다. 내가 채소 가꾸기에 신이 나 하니까 몇 년 전에 땅 파는 기계를 구입해서 뒤에 잔디밭까지 뒤집어 텃밭을 늘려 주었다. 그러다 보니 더 많은 채소를 심게 되고 더 많은 이웃에게 이를 나누어 줄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한번만 심는 상추를 우리 집은 서너 번 심어서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나눠 먹으며 이웃과 정을 나눈다. 그런데 어느 날 싱싱하고 맛있는 야채 냄새에 마당 뒤 공원에서 사슴들이 담을 넘어 들어와 내 텃밭을 엉망으로 짓밟아 버렸다. 상심하고, 실망한 나에게 남편은 울타리를 8피트로 높이 올려 다시는 사슴이 내 텃밭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멋있게 마무리를 지어 주었다.
또 봄이 왔다. 우리 부부는 가슴 설레며 이 봄을 맞이하여 올해도 부지런히 텃밭을 가꾸며 건강을 지킬 것이다. 그리고 이웃들에게 더 많이 나누어 주며 살 것이다. 이제는 희망과 동경이 아닌 인내와 생활의 안정된 리듬을 찾아 여유롭게 살아야 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오순도순 재미나게 이 텃밭 속에서 채소를 가꾸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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