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의 계절, 5월은 가정의 달이 맞다. 어린이날에 이어서 어른들, 특히 “엄마”의 은공을 기리며 은혜에 감사하고 보답하려는 날이 어머니 날이다. 한국에서는 “어버이날”로 불리고 있지만 실상 세상의 초점은 “엄마”에게 쏠려 있어서 아버지들에게는 “별볼일 없는 날”이 바로 이날이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어머니 날(mother’s day)이 있고 아버지의 날(Father’s day)은 6월의 세 번째 주일에 반듯하게 자리를 잡고 있어서 어머니 날에 섭섭했던 마음을 위로를 받을 수가 있는 “별 볼일있는날”이어서 좋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일년 365일이 어머니 날이요 아버지 날인것은 세계 어디를 가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삼성화재는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임직원 1,110명 (남 644명, 여 4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743명)가 “부담스러워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부모와의 관계에서 64%가 “종종 서운함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자녀와의 관계에서는 48%가 “서운하거나 속 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것은 응답자의 35%가 가족에게 서운한 점이 있지만, 이를 “가족에게 터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했으며, 75%는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하루 “한 시간 이내”라고 답했는데 놀라운 것은 “30분도 안된다”고 응답한 사람이 31%나 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결과를 일반화해서 해석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있지만 그래도 몇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서운함을 느낀다는 대목이고 그다음으로는 자녀와의 관계에서 “서운하거나 속상한 적이 있다”는 점, 그리고 응답자의 75%가 가족간의 대화시간이 1시간 이내라는 점과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가족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 는 등의 응답은 우리의 가정이 정말 “스윗트홈”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그의 저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 1980)”에서 21세기의 가정은 충격적인 변화를 겪게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가족제도의 원형과는 큰 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1970년대만 해도 세계의 여러 학자가 한국의 가족제도를 21세기의 대안으로 평가하였으나 40여년이 지난 오늘날 우리나라의 가족제도나 문화에 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개인의 자아실현을 중요시하는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비춰 볼 때 이는 불가피한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과 변화가 가족 간에 긴장과 갈등 그리고 좌절과 불화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는 원인을 제공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래도 가정은 언제나 정서적 안정의 뿌리이며 성장의 디딤돌이라는 사실과 이 뿌리를 든든하게 지탱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부모를 비롯한 가족구성원들임을 부정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가정의 달이라는 5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오늘 우리를 있게 해 주신 부모님의 은공을 기리려는 것이 어버이날의 의미이기도 하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 공자(孔子)가 자기의 뜻을 펴기 위해 이나라 저나라를 떠돌고 있을 때 어디선가 슬피 우는 소리가 있어 따라가 보니 고어(皐魚)라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울고 있는 까닭을 물으니 자기가 젊어서 공부를 한답시고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와 보니 부모가 세상을 떠났더라는 말을 하면서 “나무는 고요 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樹慾靜而風不止), 자식이 부모를 공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子慾養而親不待)는 말을 하면서 자신의 불효를 한탄 하더라는 것이다.
5월 가정의 달, 그리고 어버이날에 나는 지금 고어(皐魚)가 한탄했던 말을 되뇌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볼 때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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