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 얘기냐 라고 할 이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야겠다. 바로 윤창중 사건을 대하는 우리네 미주 한인들의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그 동안 지면을 도배하다시피 한 기사들로 인해 이번 윤창중 사건의 얼개는 대부분 드러났다. 한미 정상회담이라는 엄중한 ‘대사’ 와중에 대통령의 ‘분신’이라 하는 대변인이 이제 갓 성년이 된 젊은 한인 여성에게 못된 짓을 벌여 그의 가슴에 시퍼런 멍이 들게 했다는 것은 여러 정황으로 보아 팩트가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대하는 이곳 한인들의 심정은 걱정을 넘어 참담 그 자체다. 어느 한 개인이 한 국가를, 그 국가를 모국으로 삼고 있는 이들을 이토록 창피한 지경으로 만든 사례가 있나 싶을 정도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TV의 시사 토크쇼에서 ‘세상에 이런 일이’ 또는 ‘해외토픽’감으로 이 사건을 희화화해서 다루었고, 이제는 가까운 이웃들도 어색한 발음으로 ‘엉창즈응’에 대해 묻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른바 한인단체들은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워싱턴 땅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네 딸이, 조카가, 아니면 아들의 친구가 성희롱을 당했는데, 이렇게 가만히 앉아 있을 건가? 가해자의 조속한 송환과 엄중한 처벌을 촉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정말, 한인을 대표하는 단체라고 한다면,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해외 한인’의 입장에 서서 다시는 이런 추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구조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방미할 때만 ‘폼 나는’ 한인 회장이고, 동포단체 간담회에서 좋은 좌석을 배치해 주지 않았다고 ‘공식 항의’나 하라고 대표로 뽑아준 건 아니지 않는가? 한국의 언론이 지켜보는 것은 겨우 ‘미시 USA’라는 웹사이트에 나오는 미주 한인들의 댓글이다. 이곳 워싱턴에서 사건이 터졌고 피해자나 신고자는 모두 워싱턴 사람인데, 한인들은 언제까지 이 웹사이트 뒤에 숨어서 눈치만 볼 건가?
한국문화원이라는 곳도 그렇다. 과연 미국 방문 중인 정부 대표단 고위 공무원들에게 1대 1의 비서직을 수행할 인턴이 필요했나? 설령 그렇다 쳐도 그 인턴들은 왜 대부분 스물 살을 갓 넘은 여성들이어야 하는 건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치열한 10대1의 경쟁률을 거쳐 30여명의 유능한 인턴들을 뽑으셨다고? 그런데 이들에게 고작 짐을 운반하고 서류가방을 들어주고 자동차 문 열어주는 일까지 시킬 거라면 정말 가이드를 뽑을 일이지 왜 인턴을 뽑았나?
그 동안 한국에서 방문하는 고위 인사들의 뒷치닥거리나 시키기 위해 인턴을 뽑고 문제가 터질만하면 봉합하기에 바빠온 터라 이번 성추문은 이미 예고된 사건이라는 한인들의 뒷말은 괜히 나오는 것일까. 문제가 터져 온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왕왕거려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사건에 대해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해외공관이라면 "제발 똑바로 진상을 밝히라"고 쓴 소리도 못하는가. 한인 단체들은 왜 유구무언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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