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간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몸에서 생겨나는 자연 현상이기에 막을 길이 없다. 그렇지만 늙어 간다는 것은 꼭 두려움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늙음에 따라오는 백발은 그동안 살아온 세월 속에서 많은 고통과 갈등을 극복하고 자식과 가정을 위하여 노심초사하며 살아온 부모의 멋진 징표이기에 더욱 값진 것이다.
이렇게 소중한 늙음을 어떻게 잘 유지할 수 있을까. 더욱이 품위 있고, 멋있게 늙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켈란젤로는 89세에 불후의 명작인 ‘최후의 심판’을 그려, 백발과 늘어나는 주름을 한탄하지 아니하고, 의욕적으로 자신의 예술을 위해 살며 그의 위대한 이름을 역사에 남겼다.
나이 들어 훌륭한 업적을 남길 수 있는 것도 건강해야만 한다. 아무리 좋은 재능과 불굴의 열정을 갖고 있다고 할지라도 극심한 경제적인 고통이나 암과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걸려 고난의 세월 속에서 살다보면, 의욕은 상실되고 죽는다는 것이 산다는 것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철학자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은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아야만 했고, 죽음이 삶보다 더 나은 것이다’라고 했다.
그렇지만 자신을 학대하여 자신을 버리고, 죽음으로 이르게 하는 죽음은 미화될 수 없다. 나에게 주어진 생명의 소중함을 진심으로 신에게 감사하는 사람들에게 삶은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주어진 운명에 감사하며 진정한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 일본의 어린이 ‘미노루 ‘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미노루는 근이 영양증이라는 병에 걸린 어린 소년이었다. 그는 전신의 근육이 점점 굳어져가는 희귀병을 앓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이 병과 싸워온 미노루는 음악을 무척 좋아했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자기 몸을 의자에 묶어놓고 기타를 쳤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지않아 병이 더욱 깊어져 미노루는 기타를 더 이상 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입술에 대고 숨을 불어 넣어 소리를 내는 원드리드를 가지고 간신이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학교 선생님은 미노루를 위해서 다른 근육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합주를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미노루는 선생님께서 베풀어 주신 사랑의 보답으로 자신이 갖고 있던 여분의 원드리드 한 개를 선생님에게 선물로 드렸다. 선생님은 이것을 연습해서 내년에는 미노루와 함께 연주를 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미노루는 다음해에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킬 수가 없었다. 미노루가 죽었기 때문이었다. 미노루는 죽기 전에 선생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선생님, 손이 움직인다는 것, 다리가 움직인다는 것, 눈이 보인다는 것, 귀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 자신의 머리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그냥 당연한 것이 아니에요. 기적입니다.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거라구요.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아니냐고 모든 사람에게 말해 주세요. 살아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멋진 일인지 그것을 모든 사람에게 전해 주세요.”
어린 미노루는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 살고 싶어 몸부림치며, 이 세상을 향하여 인간이 살아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라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우리들 모두의 가슴속에 심어 주었다.
불행한 상황은 누구에게나 올 수 있다. 절망하는 사람이 보는 것은 불행의 앞모습일 뿐이다. 우리는 불행의 뒷모습을 보는 여유를 가져야만 한다. 불행이 주는 희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불행을 닫고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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