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증시 연중 최대폭락… 원인과 전망
▶ 중국 제조업 9개월래 최저도 악재로, 원유·금 등 원자재 가격도 급전직하
20일 주가가 폭락한 뉴욕 증권시장에서 직원이 심각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발언으로 전 세계의 주가, 채권 가치, 원유가, 금값이 동반으로 추락하고 있다. 경제가 한숨 좀 돌리나 싶었는데 발목 잡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20일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34%나 하락했다. 유럽 주요 증시는 하루 낙폭으로는 1년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영국 증시는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버냉키 쇼크에 따른‘검은 목요일’ 그 원인과 앞으로의 증시를 전망한다.
■버냉키·실업수당·제조업 트리플 악재
버냉키 의장은 19일 이틀 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 위험이 감소하고 있으며, 실업률이 내려갈 것으로 본다”며 “연준이 올해 말부터 자산 매입 규모를 완만하게 조절하다가 내년 중순쯤 매입을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인 중국 제조업 경기가 최근 9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것도 악재였다. HSBC는 20일 6월 HSBC 제조업 PMI가 48.3을 기록, 지난달 기록인 49.2에 못 미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안 좋은 기록이다. 49.1을 기록할 것이라던 블룸버그 경제 전문가들의 기대에도 못 미쳤다.
미국의 제조업 경기도 성장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성장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장조사기관 마르키트는 이날 6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전달 52.3보다 떨어진 52.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개장 전 발표된 미국의 경기지표도 좋지 않았다. 연방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1만8,000명 늘어난 35만4,000명을 기록했다. 3주 만에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것. 34만명을 예상했던 마켓워치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치보다도 부진했다.
루즈벨트 투자그룹의 제이슨 베노비츠 매니저는 “연준이 출구전략을 구사한다는 건 경기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뜻이지만, 투자자들은 그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며 “미 국채 금리가 오르거나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미 증시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유가·금값 동반 급락
국제 유가와 금값은 ‘버냉키 쇼크’의 영향으로 급락했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2.84달러(2.9%) 하락한 배럴당 95.40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는 4달러(3.77%) 빠진 배럴당 102.12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금값도 직격탄을 맞으며 2년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일 8월물 금은 전날보다 87.80달러(6%) 하락한 온스 당 1,286.20달러에서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 가격이 그동안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유동성 덕분에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의 발언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평가했다.
■달러, 강세 랠리
달러화가 20일 버냉키 의장의 발언 여파로 강세 랠리를 이어갔다. 2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는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9원 오른 연중 최저치인 달러당 1,1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97.38엔에 거래돼 전날 96.36엔보다 상승(엔화가치 하락) 했다. 엔/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98.28엔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 인덱스는 이날 81.823로 전 거래일의 81.301보다 상승했다. ICE 달러 인덱스는 장중 82.140을 기록, 82를 넘기도 했다.
유로화는 이날 1.3221달러에 거래돼 전 거래일의 1.3294달러보다 하락했다.
■예상된 시장 조정, 9월부터 QE 축소 예상
블룸버그 통신이 최근 54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44%가 연준이 오는 9월17~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3차 양적완화(QE3) 규모를 지금보다 200억달러 축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UBS의 전략가인 쉐드 맨수르 모히우딘은 “버냉키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단 발언이 강한 달러를 이끌고 있다”며 “‘강 달러’ 테마가 내년에는 더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루덴셜 파이낸셜 시장전략가 퀸시 크로스비는 CNBC에 일찍이 지난 5월 버냉키 의장이 QE 축소를 시사했지만 시장이 당시 조정을 받지 않았던 것이 이번 폭락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FRB의 19일 발표에 놀라서는 안 된다. 버냉키 의장은 이미 지난 5월 연설에서 이를 시사한 바 있고, 당시 채권시장은 즉각 반응했다”면서 “당시 시장이 의미 있는 조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크로스비는 “매도세가 지속된다고 해도 시장 붕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같은 조정은 가치 재 산정에 필수적이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우회로가 많다”고 덧붙였다.
<백두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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