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나의 고향이고 젊은 날의 추억이 녹아있는 아담한 도시다.
춘천은 부족국가였던 맥국(貊國)의 중심지였고, 신라에 정복되어 선덕여왕 때 우수주로 불리다가 삭주, 광해주, 라는 이름을 거쳐 고려 때 춘주라고 칭하고, 조선조 태종 13년(서기 1413년) 춘천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졌다.
춘천은 풍경이 좋은 분지로 소양강댐, 춘천댐, 의암댐으로 넉넉하게 둘러싸인 호반의 도시다. 석양이 호수에 잠기면 첫사랑의 추억이 안개꽃처럼 녹아 내리는 소양강,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고 공지천 호수 길을 달리던 낭만, 봉의산 기슭에 올라 소양강을 배경으로 호랑 바위에 앉아 어깨동무 사진을 찍던 학생시절, 내 어찌 이런 고향을 잊을 수 있으랴. 눈으로 보는 지금의 고향 모습은 소양강 봉의산을 빼고는 너무도 많이 변해 고향이 타향 같은 외로움이 스며든다.
5월의 춘천은 여성적인 도시로 자욱한 호수의 물안개가 거치면서 수줍은 신부처럼 가까이 다가온다. 큰 누님의 젖무덤 같은 봉우리가 솟아있는 봉의산을 휘돌아 흐르는 소양강, 물의 사연이 깊은 나그네의 수향시(水鄕詩) 같은 외로움과 포근함이 깃들어있다.
춘천은 강원도의 수도(首都)이면서 물의 고향 수도(水都)이기도 하다. 내 고향은 춘천이라는 이름보다 봄(春) 내(川) 라는 이름이 더 아름답다.
진달래 개나리가 봄을 부르는 소양강, 북한강이 소양강을 만나는 호반도시(湖畔都市), 물위에서 잠을 자고 아침이면 눈 비비며 일어나는 물안개도시, 조금은 쓸쓸하고 슬퍼지는 도시이기에 더욱 연인들의 사랑을 받는 춘천이다.
40년 고향을 비운 사이 봄내는 많이 변했다. 도시 얼굴이 변했고 골목길이 변했고 오가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다르고 반가웠던 눈빛과 표정이 달라졌다.
그러나 내 가슴속에 간직해 온 정(情)의 고향,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지난날의 추억은 아직도 편안하다. 모든 것이 너그럽다. 순수하고 아름답다.
이것이 물의 도시이고 그리운 고향이다. 물에서 배워라, 물은 만물의 근원이며 생명의 근원이다, 지구상에 4대 문화발상지도 물이 있었기에 이루어졌고 영원히 새로워진다. 그러기에 물의 도시 춘천은 영원히 가슴으로 이어지고 새로워지고 발전 할 것이다.
춘천은 아름답고 그리운 도시다. 경춘선에서 강촌과 등선폭포를 바라보며 낭만의 청춘 열차가 달린다. 환상의 도시 꿈의 도시가 펼쳐진다. 이런 그리움의 진액이 녹아지는 춘천이 내 고향이다.
소양강 물에 태를 띠우고 봉의산 기슭에서 꿈을 키우며 40년 살았고, 고향을 떠난 이국의 방랑자가 이제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조국을 떠났기에 조국에 돌아갈 수 있고 고향을 떠났기에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나그네”가 머리에 흰 서리 얹고 고향 품으로 돌아가고 싶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고 설파하신 어느 스님 말처럼, 춘천은 춘천이고 고향은 고향이기 때문이다.
망팔(望八)의 늙은이 회귀본능이 고개를 쳐들었나? 아니면 망령이 들었나? 고향 땅 흙으로 빚어진 몸 고향의 흙으로 돌아가고 싶다.
인생이란 본연의 나를 찾아가는 길이라 했으니 조상들이 묻혀있는 선산(先山)을 찾아 묻히고 싶다. 가슴 설레는 황혼의 꿈이 희망사항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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