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명 (브롱스빌 거주)
나는 샤핑을 그리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람은 아니다.
애초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었다. 원래 샤핑을 좋아하던 내가 그걸 멈추게 된 계기는 아이를 낳고 나서 부터였으니, 나에게는 꽤나 오래된 이야기이며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다. 두 가지를 동시에 하기 힘들어 하는 나는 아이를 키우면서 동시에 샤핑을 즐기기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래서 나중에 해야지 맘먹은 게,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나에게는 변변한 살림살이도 별로 없다.
90년도에 미국으로 오면서 가방 몇 개로 시작한 학교 기숙사 생활도 살림살이는 거라지 세일을 주로 이용 했으며, 그 때 우리가 쓰던 식탁은 아직도 사용 중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는 짐이 별로 없다고 늘 생각 했었다.
아이들이 커서 대학을 간 후에 언젠가 부터 생각해오고 있었던 ‘가벼운 삶’을 시작하고 싶었던 이유로 나는 몇 번의 이사를 감행했다. 그 때마다 늘 짐이 별로 없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이삿짐을 정리하면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쟁겨 놓고 사는지 다시금 실감하곤 한다. 별로 사 모은 것도 없고 샤핑을 멈춘 것도 오래 전이고, 옷이 많지도 않아 항상 어딜 갈 때면 옷이 없어 뭘 입고 가야하나 고민하는 데, 이삿짐을 싸다보면 왜 그리 옷도 많고, 가진 물건이 많은 지…… 하지만 쓰지는 않으면서도 버리기는 아까워 나는 또 이삿짐을 싼다.
그러면서 또 다짐한다. 다음엔 꼭 짐을 늘리지 말아야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사지 말아야지 하면서. 그렇지만 어느 새 짐은 또 늘어나 있다. 이번 이사도 마찬가지였다. 잔뜩 쌓인 이삿짐 상자들을 보면서 늘 마음은 비워야지 하면서 줄어들지 않는 내 욕심의 부피 같은 생각이 들어 나를 부끄럽게 한다.
난 법정스님을 존경한다. 늘 조용히 실천이 앞선 그분을 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지만 이삿짐을 보니 법정스님을 존경한다는 사실조차도 부끄러운 나를 본다. 또 다짐을 해본다. 이번에 이사 가고 나서는 꼭 비워야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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