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한바탕 귀태 논란이 지나갔다. ‘귀태(鬼胎)’ 논란이 촉발된 것은 민주당 홍익표 원내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한국계 재일 학자 강상중 교수의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의 본문 내용을 인용하면서다. 이 책은 일어로 출간된 ‘흥망의 세계사’ 시리즈 가운데 만주 부분만을 우리말로 완역한 역서다. 홍 대변인은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있다. 귀신 귀(鬼), 태아 태(胎)를 써서, 그 뜻은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것" 이며 “일본이 제국주의를 위해 세운 만주국의 귀태가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를 언급했다.
정부와 여당은 바로 이 ‘귀태’라는 표현에 발끈했는데 기분은 나쁘겠지만 홍익표 의원이 처음 한 말도 아니고 일본 학자도 인정한 사실을 그렇게 강하게 부정하는 새누리당의 행태가 좀 우스꽝스럽다. 더구나 노무현 대통령에게 ‘관을 파내어 목을 잘라낼(육시랄)놈’ 이라고 막말을 한 당사자들이 이 정도 발언 갖고 발작하듯 대응하는게 너무 가증스럽기 조차하다.
약에도 태어나지 않았어야할 즉, 귀태(鬼胎)스러운 약이 있었다.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라는 너무나 유명한 약이다. 이 약물로 인해 미국 FDA가 독성 관리 업무를 정식으로 시작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고, FDA뿐 아니라 유럽 선진국의 의약품 허가 제도도 이 약물에 의한 약화사고로 오늘의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이 약은 독일의 한 제약회사에서 임신부의 입덧을 방지하고자 개발된 약이다. 이 약은 유럽 전역에 50년대 말부터 60년 대초까지 팔렸는데 그 후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의 팔이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닮은 아이들을 출산하기 시작하여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느러미 아이들이 유럽 전역에서 1만여 명이나 출산되었다 하니 그 기간엔 유럽 곳곳에선 아기가 태어날 때마다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을 듯하다. 그 후로 이 약의 생산과 판매는 당연히 금지되었고 이 약물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 귀태스러운 약은 이 후 화려한 부활을 맞는다. 그로부터 10년쯤 지난 1964년에 이스라엘 의사 세스킨이라는 분이 통증에 의해 잠을 못 이루는 한센씨병, 즉 나병 환자에게 우연히 이 약을 복용시키면서 이 약의 화려한 부활은 서곡을 알리기 시작하였다. 이 후 1991년에 록펠러 대학의 카플란 교수가 이 약물이 TNF-알파라는 통증인자를 억제함으로써 한센씨 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고 그 후 여러 학자들에 의해 탈리도마이드는 혈관 형성작용, 소염작용, 면역증강 작용 등이 있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게 되었다.
카플란 교수와 협력하여 제약회사 ‘Celgene’이 이 약물의 허가를 FDA에 신청했고 FDA는 백혈병의 일종인 ‘multiple myeloma’ 와 한센씨병에 이 약물의 제한 사용을 허가 하여 본격적으로 이 약의 생산 판매가 이뤄지게 되었다. 태어나지 않았어야할, 즉 귀태 약물이 불치병인 항암제와 나병 치료제로 완벽하게 부활한 것이다.
박근혜 정권도 태어나지 않아야 할, 귀태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뼈를 깎는 자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즉, 국내 정치 개입으로 민주주의의 국기를 흔들어 댄 국정원의 행태를 조속히 바로잡아야 하고 국가기밀을 제 맘대로 공개한 남재준 국정원장을 해임시켜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 직접 개입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을 당장 구속 수사해야한다. 그래서 귀태 약물 탈리도마이드가 부활했듯이 박근혜 정권도 귀태논란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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