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남쪽바다. 그 파란 물 눈에 보이네. 꿈엔들 이저리요. 그 잔잔한 고향바다…”나의 고향 마산시 출신인 이은상 시인의 노랫말로 만든 가곡 ‘가고파’의 일절이다. 마산시는 유난히 굴곡진 남해안 다도해의 맨 안쪽에 자리 잡아, 바다가 호수처럼 조용하고 해안선이 유난히 아름답다. 또한 바닷가에서부터 급격한 경사를 이루며, 시내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해발 800 미터 높이의 무학산은 웅장한 모습으로 우뚝 솟아 마치 한 마리의 학이 큰 나무위에 앉아 날개를 활짝 펼친 도도하고도 아름다운 자태를 보여 준다. 마산시의 자연이 주는 천혜의 아름다움은 브라질의 ‘리오데자네이로’나 중동의 마르세이유 라고 하는 레바논의 ‘베이루트’와 비견해도 항구의 미적인 경관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이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마산 사람들은 인심이 후하고 의기(義氣)가 있으며, 예술을 사랑하고 낭만적인 기질을 가지고 있다.
마산을 빛낸 수많은 인재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 중에서 나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K대학의 경영 대학원의 원장이시며, K일보의 논설위원 이셨던 이배석 교수님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스승님은 키가 크시고, 기골이 장대하여 마치 장군 같은 분위기를 주는 분이셨지만, 외모와는 달리 너무나 학문적이시고 자상하시며, 운치 있는 분이셨다. 그 당시 나는 경제적으로 빈궁하여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원 공부를 힘들게 하고 있었는데, 스승님은 이런 나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시고 주말이면 스승님의 집으로 나를 불러서 저녁도 먹이고, 밤이 이석하도록 세상사를 논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대학원 마지막 학기를 앞둔 여름방학 때였다. 스승님께서 저녁 무렵에 나의 집으로 찾아 오셔서 조그만 돛단배를 하나 빌려 놓았으니 내일 둘이서 고기잡이를 하러 가자고 제안하셨다. 나는 어머님께 부탁드려 꿀 고추장을 만들고, 스승님은 고기 잡을 도구를 준비하셨다. 그런데 준비하신 도구가 낚시 대가 아니고, 시냇가에서 민물고기를 잡을 때나 쓸 법한 두꺼운 철사로 된 동그란 손잡이가 달린 그물망을 2개 준비하셨다. “아니 이걸로 어찌 고기를 잡습니꺼?” 스승님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마산 앞바다 한 가운데에 가 봐라. 멸치가 반, 바닷물이 반이다. 낚시 대가 무슨 필요가 있노? 그냥 이 손 그물망으로 퍼 담으면 되는 기라.” 과연 그럴까. 반신반의 하면서 우리는 조그만 돛단배를 타고 마산 항구에서 약 5킬로미터 나와 배를 정박했다. 몇 분지나지도 않았는데, 이럴 수가 있을까? 돛단배 주위가 갑자기 은빛으로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무엇인가 하고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것은 멸치 떼였다. 수많은 은빛 멸치 떼들은 우리 배 주위를 에워싸고, 여기저기서 치솟고 있었다. 나는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자랐지만, 이런 멸치 떼의 장관은 처음 보았기에 그저 입을 벌리고 얼이 빠진 듯이 멸치 떼들의 노는 모습을 마냥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야. 니 뭐하고 있노 지금. 빨리 손잡이 그물로 멸치를 퍼 담아 올리라. 멸치 떼가 떠나기 전에 횟감을 건져 올려야지.” 나는 정신없이 손을 놀려 손 그물로 멸치를 담아 올렸다. 우리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굵직하고 싱싱한 멸치를 플라스틱 쟁반에 담아 놓고 꿀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그 구수하면서도 싱싱한 생멸치 회 맛이라니… 지금도 나는 꿀맛과도 같은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술잔이 몇 잔 오간 후 스승님은 사회로 내 보내는 제자에게 이런 훌륭한 말씀을 주셨다. “단견(短見)을 경계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풀도록 노력하여라.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만일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만 사랑한다면 칭찬받을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원수를 사랑하고 남에게 되받을 생각을 하지 마라’” 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스승님으로부터 언제나 받기만 하고, 드리지를 못했다. 스승님이 보고 싶고 무척 그립다. 스승님이 주신 은혜를 언제나 다 갚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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