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머스 후보 싸늘한 여론에 자진사퇴 금융시장‘희소식’반색 주가도 상승 ‘고용 중시’옐런 부의장‘0순위’부상
국제 금융시장이 한 사람의 자진 낙마 소식에 환호했다. 미국에선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위기감이 팽배하던 신흥국가들의 통화가치 하락도 주춤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차기 의장 1순위던 로런스 서머스(59)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5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후보 지명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그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고위급 인사가 지명도 받기 전에 혹독한 사전검증을 통해 물러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런데도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선물가격은 급등하고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시장이 그의 낙마를 깜짝 호재로 받아들인 것이다.
서머스에 대한 자격 시비는 올 초 그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거론되면서 가열됐다.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조차도 서머스가 빌 클린턴 정부 재무장관 시절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금융상품의 규제를 무분별하게 완화해 줬다고 공격했다. 월가의 대형 투자사 등으로부터 고액의 자문료와 강연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권과의 유착관계도 의심 받았다. 하버드대 총장 시절 “여성은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과학과 수학을 못 한다”는 발언으로 조기 퇴진한 사실도 새삼 부각됐다.
급기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 컬럼비아대 교수 등 경제학자 350명은 최근 “차기 연준 의장으로 서머스는 안 된다”며 그의 강력한 경쟁자였던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을 후보로 지지한다는 공개서한을 백악관에 보냈다. 민주당도 7월 백악관에 옐런을 지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치권과 학계의 공격대상이 된 셈이다.
시장에서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서머스가 의장으로 지명되면 양적완화 정책에 부정적인 그의 성향상 미국의 출구전략이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흥국가들의 우려가 컸다.
전문가들은 서머스가 의장 후보에서 제외됨에 따라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늦춰지거나 축소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 충격이 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미 단계적 출구전략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고, 연준 내 비둘기파(통화정책 옹호)인 재닛 옐런 연준 부의장이 유력한 차기 의장으로 떠오르면서 시장도 안정을 되찾으리란 것이다.
특히 옐런은 20여년간의 오랜 연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위기를 경고해 판단이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옐런 부의장이 버냉키 의장의 후임으로 최종 결정되면 연준 100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이 탄생하게 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측근인 서머스를 차기 의장으로 밀다가 서머스 반대·옐런 지지 여론에 밀려 서머스가 주저앉자 심기가 불편한 것으로 알려져 옐런 지명이 아직 확실한 상황은 아니다.
다른 유력 후보로는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도널드 콘(71) 전 연준 부의장이 꼽힌다. 또 오바마 행정부 1기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맡았던 티머시 가이트너(52) 전 장관도 입길에 오르고 있으며, 다른 ‘다크호스’로는 버냉키 의장의 대학 스승인 스탠리 피셔(70) 전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거론되고 있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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