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폰만 보면 다른 데서는 얼마에 파는 지 아는 세상
▶ 소매업체들 울며 겨자 먹기로 흥정에 응해 매니저에게 정중하게 요구하는 것이 비결
매서추세츠, 뉴튼의 매릴린 샌티스티반은 무슨 물건이든 먼저 매니저와 가격 흥정을 거친 후에야 구매한다.
켄터키, 월튼에 사는 제임스 마이어스는 가격 흥정 사이트를 통해 60인치 TV를 시중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했다.
가격표는 무시하라. 세일 가격에도 신경 쓸 것 없다. 정찰 가격은 물론 백화점의 공식 할인도 무시한 채 자신만의 가격흥정 실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면 같은 상품을 다른 매장에서 얼마에 파는 지 훤히 드러나는 세상에 소비자들은 말 그대로 왕이다. 온라인 시장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소매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객들의 가격 흥정을 받아주고 있다.
지난 몇 년 전부터 대형 백화점들이 고객 유치를 위해 써온 전략이 있다. TV 등 전자제품들을 “더 싸게 파는 곳 있으면 말하라. 우리도 그 가격에 줄 수 있다”는 가격 맞춰주기 전략이다. 이를 통해 가격 흥정 기술을 익혀온 소비자들이 올해는 특히 실력 발휘를 하고 있다.
스마트폰 등 기기들의 가격추적 장치가 날로 정교해지면서 상품구매에 앞서 소비자들은 날로 대담해지고 있다. 경기는 저조하고 가격 경쟁은 심한 현실에서 소비자가 갑이라는 사실을 소매업체들 역시 알고 있다. 그래서 일부 소매업체들은 종업원들에게 새로운 훈련을 시키고 있다. 고객이 에누리를 원할 경우 딱 잘라 거절하지 말고 흥정을 이어가는 기술을 익히게 하는 것이다.
지난달 베스트 바이는 사실상 고객들에게 가격 흥정의 판을 벌여주었다. 올 연말 대목 중 타 업체에서 더 낮은 가격으로 판다는 증거만 가지고 오면 어떤 가격이라도 맞춰주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다.
그런데 사실은 다른 소매업체들도 요란하게 광고만 안했을 뿐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수천개 소매업체들의 온라인 판매가격을 수집하고 비교해 등급을 매기는 웹사이트로 딜사이언스(DealScience)라는 사이트가 최근 생겼다. 딜사이언스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대형 소매업체들 중 최소한 20%는 가격 맞춰주기 정책을 펴고 있다. 아울러 베스트 바이, 홈 디포, 로우스 등 몇몇 소매업체들은 거기서 한 발짝을 더 나아간다. 경쟁사의 가격에 맞춰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10%를 더 할인해주기도 한다.
가격 흥정은 주로 실내용품이나 운동 용품, 전자제품 매장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이제는 노스트롬같은 고급 백화점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이들 백화점은 고객이 요구할 경우에 대비해 가격 흥정 지침을 두고 있지만 보통 대외적으로 광고를 하지는 않는다.
그린토우(Greentoe.com)라는 사이트는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면 그에 맞는 소매업체를 찾아준다. 이 사이트의 공동 창업자 중 한사람인 조우 마라포디는 얼마 전 산타모니카의 노스트롬과 블루밍데일에 갔었다.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않은 채 종업원에게 가격 흥정이 가능한지를 넌지시 물어보았다. 두 백화점 모두에서 판매직원들과 매니저들은 주저 없이 ‘예스’라고 대답했다.
흥정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널리 알리지 않고 조용히 실시하는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노스트롬의 공식 입장은 이렇다. “우리 백화점은 언제나 고객들에게 가능한 최선의 가격을 제공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유사 제품에 대한 경쟁사의 가격을 맞춰주는 것을 포함합니다.”들로이트의 미국내 소매 및 유통 담당 부사장인 앨리슨 케니 폴의 관찰에 의하면 소매업체들은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고객의 가격 흥정에 어떻게 대처할지 관련 규정을 종업원들에게 훈련시키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가격 할인 대신 품질보증 기간을 늘려주거나 무료 배송, 무료 설치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가격 흥정 권한은 주로 매니저들에게만 주어지지만 일반 종업원들에게도 관련 지시가 내려지고 있다. 어떤 고객이 가격 흥정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그 고객이 매장을 떠나려 하는 지를 예의주시하라는 것이다.
워싱턴, 케네윅의 시오반 쇼라는 여성은 최근 콜스 백화점에서 세일 물품들을 잔뜩 골라 계산대로 왔다. 그런데 앞의 고객이 할인을 요구하고 15% 싸게 물건들을 사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도 같은 할인을 받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예스’였다.
수년 전 소비자들이 매장에 와서 상품을 보기만 하고 정작 물건은 온라인으로 더 싸게 사는 추세가 생기면서 소매업체들은 공포감을 느꼈다. 이제 업체들은 상황을 직시하며 매장에 온 고객들을 최대한 붙잡는 기회로 삼으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고 폴 부사장은 말한다.
매서추세츠, 뉴튼의 매릴린 샌디스티반이라는 여성은 매니저와의 흥정을 거치지 않고는 물건을 사는 법이 거의 없다. 그래서 시어스에서 식기세척기를 샀을 때건 메이시 백화점에서 딸의 부츠를 샀을 때건 상당한 할인을 받았다.
며칠 전 보스턴 외곽의 반스 & 노블에서 7살짜리 조카에게 줄 장난감 딸린 동화책을 구입할 때였다. 스마트폰으로 보니 같은 상품의 아마존 가격은 6달러나 더 쌌다. 그는 매장 매니저에게 이 사실을 정중하게 알렸고, 매니저는 즉각 가격을 맞춰 주었다.
가격 흥정이란 다른 데 가면 더 싸게 살수 있다는 사실을 업주에게 알려주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그래서 “내가 물건을 사들고 매장을 나가면 나와 업체 모두 기분 좋은 일 아니냐”고 그는 말한다.
실리콘밸리 벤처 캐피탈 자금을 투자받은 그린토우는 올해 개업했다. 이 사이트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게 한다. 현재 취급품목은 카메라, 유아용품, 가전제품, 홈 시어터 제품 등 5개 범주. 가격이 제시되면 그 제안이 합당한 지를 먼저 확인한 후 파트너 업체들에게로 보내진다. 그래서 어느 업체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고객과 직거래를 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켄터키, 월튼에 사는 제임스 마이어스는 얼마 전 그린토 사이트에 들어가 패나소닉 60인치 플라스마 TV를 1,539달러에 사고 싶다고 제안했다. 시중의 소매가격은 2,000달러가 넘는다. 약간의 흥정을 거친 후 그는 그린토의 파트너 업체로부터 우송비 포함 1,749달러에 구매할 수가 있었다.
그린토는 현재 50여 파트너 소매업체와 5만명의 등록 사용자를 두고 있다. 내년에는 운동기구, 핸드백, 트렁크 등의 범주를 추가할 계획이다.
한편 전문가들에 의하면 가격흥정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은 소비자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에누리를 요구하는 것이지 소매업체가 제시하는 법은 없다. 아울러 가격을 흥정할 때는 합당한 선의 제안을 하되 정중하게 하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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