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동치는 한반도 어디로 가나’ 진단과 전망
▶ 김정은 정권 단기적 공고화...장기적으론 불안, 핵-경제개발 병진정책 중국 압력에 쉽지 않을 것, 북한 붕괴임박 주장은 구체적 근거가 없어
지난해 말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갑작스런 숙청 이후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고모부로 김정일 사후 북한의 실질적 2인자로 분석됐던 장성택이 김정은 정권의 이른바 ‘공포정치’의 희생양으로 공개 처형되면서 남북 관계가 긴장 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 및 북중,북미관계의 앞날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새해를 맞아 한반도 정세에 급변상황을 몰고 올 수 있는 한반도의 현 국면을 진단하고 향후 정세를 전망해보기 위해 본보는 북한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원로 석학 3명의 긴급 좌담회를 마련했다. 지난달 26일 이뤄진 본보 신년기획 특별 좌담회에는 김일성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하와이대학 한국학 연구소장을 역임한 서대숙 박사와 미 외교정책과 동아시아 문제 최고전문가로 꼽히는 클레어몬트 매키나대 이채진 교수,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하고 한반도 미래전략 연구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곽태환 교수가 참석해 3시간 넘게 최근 북한의 상황과 남북 관계 변화에 따른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을 나눴다. 좌담회 내용을 지상중계 형식으로 요약 정리한다.
■장성택 숙청과 북한 사회
▲곽태환 교수(이하 곽): 장성택 숙청은 한반도 정세는 물론 동북아 지역 평화에도 큰 파장을 몰고 오고 있다. 장성택 숙청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보는가? 마침내 ‘위대한 영도자’로 불리게 된 김정은 체제는 더욱 공고화된 것인가 아니면 더 불안정해졌는가?
▲서대숙 교수(이하 서): 장의 숙청이 쇼킹한 사건이고 이 문제가 북한 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지만, 이것이 한반도나 동북아 정세에까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확대해석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곽: 북한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장성택이 희생양이 됐다. 대표적인 실용주의자인 장성택의 제거는 엄청난 파장이 올 것이다. 평화체제 구축이나 통일 문제, 북미, 북일 관계에 영향을 줄 것이며 동북아의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큰 임팩트가 있을 것이다. 장성택이 없는 북한이 안정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도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서: 김일성 사위인 장성택의 갑작스런 처형이 놀랍지만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기 보다는 오히려 공고화되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이 정도의 사태는 북한과 김정은 체제가 충분히 소화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채진 교수(이하 이): 권력 2인자인 장성택을 속전속결식으로 처형한 과정을 보면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시사하는 것이며 김정은의 정권장악이 그렇게 탄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하지만, 극단적인 공포정치를 보여준 이번 사건은 단기적으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기여할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체제가 위기에 봉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핵과 경제개발 병진정책
▲곽: 북한이 핵과 경제개발 병진정책을 계속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
▲서: 큰 틀에서 바라봐야 한다. 김일성의 북한의 창시자와 같은 존재였고, 김정일은 김일성이 세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선군정치를 내세웠다. 이제 그 뒤를 이은 김정은은 경제발전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핵과 경제개발을 병진하는 정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장성택 숙청 사건 역시 경제개발을 앞세운 장성택에 대한 군부의 반발 때문이라고 해석하면 핵과 경제개발 병진은 쉽지않는 정책 선택이다.
▲이: 김정은 입장에서 가장 이상적인 것이 바로 핵과 경제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병진정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원치 않는다.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핵 포기를 강요받을 것이고, 핵 개발을 원한다면 경제개발이 벽에 부딪히는 모순된 상황에 봉착할 것이다. 핵개발을 계속 추진한다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대북 압박이 더 강화될 것이다.
▲곽: 그렇다면 북한의 붕괴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북한 붕괴설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것인가?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연구원이 가장 강하게 북한 붕괴설을 주장하고 있는데.
▲서: 어불성설이다. 학문적 분석이라기보다는 북한 붕괴를 바라는 선전선동에 가까운 것이다. 북한 붕괴설에는 논리적 근거가 없다. 북한 정권이 비인도적인 정권인 것은 맞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
▲이: 북한 붕괴 주장은 과거부터 계속되어 온 주장이다. 동서독 통일 당시 북한이 5년 이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흔들림이 없다. 랜드연구소 베넷 연구원의 주장은 북한 붕괴에 대비한 시나리오의 성격이지 근거 있는 것은 아니다.
■장성택 이후 한반도 정세 진단
▲곽: 장성택 숙청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가 관심이다. 또, 공고한 북중관계이 미칠 영향 또한 중요한 대목이다. 장성택이 친중파로 분류돼 중국 지도자들도 장성택 처형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북중 관계가 선린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리라 생각하는가. 최근 남북관계는 긴장이 고조돼 위험수위에 와 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우리는 준비되어 있다’는 발언으로 북한을 자극했고, 북한 역시 ‘우리는 언제든지 남한을 공격할 수있다’고 발언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서: 남북관계는 신중해야 한다. 특히, 한국 정부가 탈북자들의 견해나 반응에 민감해서는 안 된다. 좀 더 독립적으로 북한을 평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과 중국 관계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과거부터 북한의 내부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다. 김일성 당시 연안파 숙청 때에도 중국은 북한에 개입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 북한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중국의 확고한 대북 정책이다.
▲이: 현재 남북관계는 정부 대 정부 교착상태가 있지만 개성공단과 같은 실리적인 관계는 유지하는 양면성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신뢰구축 프로세스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이 정책만으로는 남북관계의 현 상황을 타계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막후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 또, 북한에 대해서는 자극적인 언사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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