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욱 빨라지는 해수면 상승속도 - 온난화로 빙하 녹는데 지반침하까지 동시 진행
▶ 2100년엔 36인치 높아져…이미 반쯤 잠긴 곳도, “일부지역 지금 집사면 모기지 끝날 땐 침수돼”
홀란드 아일랜드에 홀로 남은 빅토리아풍의 저택.
로우어 맨해튼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조그만 흰색 구조물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배터리 파크의 보행자 산책로를 따라 오가는 숱한 관광객들도 해안경비대 건물 바로 뒤쪽에 바짝 붙어선 헛간 같은 구조물에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조금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구조물 지붕위에 빼곡하게 설치된 크고 작은 안테나가 풍기는 분위기다. 그저 옷장 정도의 크기에 불과한 이 조그만 시설물은 과학자들에게 인류 최대의‘환경 미스터리’를 풀어낼 실마리를 제공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한다. 건물 안에 놓인 장비는 뉴욕 하버의 밀물과 썰물을 측량하기 위해바다 속에 설치된 탐침(probe)과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수집된 자료는 6분마다 한 번씩 우주 궤도에 머물러 있는 탐사위성에 전달된다.
장비는 대부분 최신형이지만 배터리라 불리는 시설물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에 의해 설립됐고 일부 측량기구는 1850년대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가동되고 있다.
이토록 오랜기간 수집된 자료는 해수면 상승속도를 알아내고 앞으로의 추이를 예측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한다.
지난 수십년 동안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조사하느라 밤잠을 설친 대가로 과학자들은 이제 원하던 대답을 얻어낼 최종 연구단계에 진입했다.
이들의 손에 들어오기 시작한 연구결과는 그다지 반가운 내용이 아니다. 반갑기는커녕 엄청난 재앙을 예고하는 불길한 ‘신탁’에 가깝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자료들은 향후 수세기에 걸쳐 미국 경제의 중심지이자 인구밀집지인 동부해안이 지구촌 전체 가운데 해수면 증가의 영향를 가장 크게 받는 위험지역이 될 것임을 시사한다.
간단히 말해 동부해안지역의 지반침하와 해안 침식이 위험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과학자들은 빙하시대에 북미지역을 뒤덮은 빙판, 즉 빙산과 해수면 증가 여파의 상관관계는 물론 체서피크 베이 인근 섬들이 바닷속으로 조금씩 가라앉고 있는 침강현상과 지구에 떨어진 거대 운석의 효과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해수면 연구작업의 기본은 조수 관찰과 측량이다. 조류의 흐름은 항해에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지난 2세기 동안 이에 관한 측량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선대에 남겨진 기록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세계의 해수면이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자료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1880년부터 2009년까지 글로벌 해수면이 평균 8인치 이상 상승했다고 결론지었다.
밀물과 썰물 관찰 자료는 또 미국 동부 연안의 경우 해수면 상승과 해변의 지반침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볼 때 해수면 높이가 상대적으로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거의 120년에 이르는 기간 바닷물 높이가 8인치 가량 올라갔다 해서 대수로울 게 있느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수면이 조금만 상승해도 해변가는 심각하게 잠식을 당한다.
일단 해변이 잠식되면 폭풍우가 닥칠 때 육지로 밀려드는 물굽이가 거세지고 높아진다.
지구촌 어디든 연안 마을마다 해변침식을 막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수십년에 걸쳐 해수면이 높아진 탓에 대형 허리케인의 강습을 받게 되면 천문학적인 액수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100년마다 1피트 정도로 해수면 상승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지막지한 양의 배기개스가 대기권으로 끊임없이 방출돼 지구를 달구는 온실개스 현상이 점점 강화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빙하와 극지를 뒤덮은 빙상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게 된다. 해수면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세계 기후학자들의 공식 견해에 따르면 글로벌 해수면은 금세기말까지 3피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상승폭이 5피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과학자들은 특히 미 동부연안지역의 지반침하 현상이 해수면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증폭시킬 것으로 우려한다.
2만년 전 정점에 도달했던 빙하시대에 캐나다와 미국의 북부지역은 1마일 두께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처럼 어마어마한 두께의 얼음 무게로 인해 해당 지역의 지각이 눌린 반면 주변 지면은 위로 솟구쳤다. 풍선의 한 쪽에 압박을 가하면 다른 쪽이 불거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그러나 빙하시대가 끝나고 얼음이 녹으면서 빙상 아래에 위치하고 있던 지층은 중압감에서 벗어나 상승하고 있는 반면 주변의 지형은 다시 내려앉고 있다. 이처럼 지반이 가라앉는 지역은 메인주 남부에서 플로리다 북부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걸쳐져 있다.
동부해안에서 지반 침하가 가장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곳은 체서피크 베이 지역이다.
19세기까지만 해도 수 백 명의 주민들이 거주했던 체서피크 베이 인근의 섬 마을은 이미 통째로 사라졌다.
홀란드 아일랜드에는 1910년 기준으로 400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이 곳에는 여러 개의 잡화상과 한 개의 학교, 한 개의 동네 야구팀이 있었다. 하지만 해수면 상승과 지반침하가 동시에 진행되자 위험을 감지한 주민들은 섬을 떠났고 결국 홀란드 아일랜드는 반쯤 물에 잠긴 무인도가 되고 말았다.
지금 홀란드 아일랜드에는 바닷물이 깊숙이 밀고 들어온 좁다란 육지에 빅토리아 풍의 주택 한 채만이 덜렁 서 있다. 만조가 되면 1888년에 지어진 이 집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버지니아주 노폭과 타이드워터 지역은 3,500만년 전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지점이다.
당시 운석과 지층의 충돌로 인한 상상하기 힘든 충격으로 동부해안 일대의 모든 생물이 사라졌고 거대한 쓰나미가 블루 리지 마운틴스까지 밀려들었다. 병풍처럼 펼쳐진 블루 리지 마운틴스 산맥이 그나마 방파제 역할을 한 셈이었다.
운석 충돌로 50마일에 걸친 퇴적층이 크게 약화됐는데 바로 이 외곽 지점에 노폭이 놓여있다. 이곳이 상습침수지역이 된 것은 이 같은 연유에서다.
노폭의 폴 프레임 시장은 몇년 전 지반침하와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노폭의 일부 연안지역을 조만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해 충격파를 던진 바 있다.
뉴저지 해안지역 역시 위험지대다. 최근 룻거스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저지 쇼어의 집을 새로 구입할 경우 모기지 페이먼트가 끝나는 30년 후 이곳의 해수면이 1피트 이상 상승한다. 애써 마련한 집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뜻이다.
2100년에 이르면 글로벌 해수면은 28인치가 상승하지만 배터리의 해수면은 36인치가 올라간다. 이대로라면 동부해안지역이 물에 잠기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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