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M의 늑장리콜 파장 일파만파
▶ 사고 희생자 유가족들 옛 상처 도지며 분노
앰버 마리 로즈가 타고가다 나무에 충돌한 2005년형 코발트의 사고 후 처참한 모습. 사고차량은 계기판과 오디오는 켜져 있으나 시동을 걸리지 않은 ACC 상태였고 강한 충돌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다. 와이젤이 탔던 2005년형 코발트도 ACC 상태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았고 윌리엄스의 2006년형 코발트는 상태를 점검하기 힘들 정도로 전소했다.
지난달 제너럴모터스(GM)의 리콜 선언은 160만대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의 중대사건이었지만 덕 와이젤에겐 8년이나 늦게 온 지각통보였을 뿐이다.
2006년 가을 그는 잘 웃고 잘 뛰던 18세 하키선수 나타샤의 관에 골키퍼 유니폼을 접어 넣어주며 딸을 가슴에 묻었다. “미완의 생, 하나님이 아마도 골키퍼가 필요하셨던가 보다”라고 딸의 묘비에 새겨 넣은 군인 아빠는 몇 달 후 코소보 전투에 파병되었고 딸의 후드티 몇장을 이어서 만든 담요를 끌어안고 수없이 눈물을 흘렸으나 차츰 딸의 운명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타샤와 친구 에이미 레이드메이커(15)는 2006년 10월24일 또 다른 친구 메건 필립스(17)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월마트에서 쇼핑을 마친후 위스콘신 시골 길을 달리며 집으로 돌아오던 중이었다. 차가 갑자기 시동이 꺼지면서 길가 나무에 충돌했다. 아무도 안전벨트를 매고 있지 않았다. 에이미는 4시간33분 후 사망했고 나타샤는 11시간 혼수상태 끝에 숨졌으며 메건은 중상을 입었으나 생명을 건졌다.
GM의 리콜 발표에 의하면 대상은 2005년~2007년 형 쉐볼레 코발트를 비롯해 새턴 이온, 폰티액 G5 등 대여섯 종의 소형차들이며 점화장치의 결함으로 시동이 갑자기 꺼지고 충돌 시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이 같은 결함으로 32건의 사고가 발생, 12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 와이젤 같은 유가족들의 묵은 상처를 도지게 한 것은 결함 자체 못지않게 결함을 처음부터 알았으면서도 GM이 10년 넘게 쉬쉬하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004년 GM의 한 엔지니어가 시판을 앞 둔 2005년 쉐볼레 코발트를 시험하면서 시동이 갑자기 꺼지고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문제를 발견하고 몇 가지 해결책을 건의했다. 그러나 한 가지도 채택되지 않았고 점화장치 결함을 가진 코발트는 시판에 들어갔다.
나타샤가 탔던 코발트는 길에서 시속 71마일의 속도로 튕겨져 나와 59피트 떨어진 곳으로 날아가 시속 55마일로 나무에 충돌했다. 사고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은 채 계기판과 오디오는 켜진 ACC 상태였고 그 요란한 충돌에도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비슷한 점화장치 관련 문제에 관한 불평과 민원은 이미 GM 뿐 아니라 전국하이웨이교통안전국(NHTSA)에 여러 건 접수되어 있었다. GM이 코발트 시판 전 엔지니어의 건의를 받아 결함을 해결했더라면, 시판 후 접수된 민원을 쉬쉬하지 않고 즉각 리콜 등으로 조치를 했더라면, “내 딸은 지금 살아있을지 모른다”라고 유가족들은 분노하고 있다.
새로 산 하얀 프롬 드레스를 입어보지도 못한 채 흰 눈 덮인 묘지에 묻혀있는 에이미 레이드메이커의 엄마 마지는 사고 당시 경찰과 수사관들이 자동차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었다며 분개한다. “그런데 우리 에이미가 그 차를 타기 훨씬 전부터 GM은 문제를 알고도 그런 차를 계속 팔고 있었단 말이지요. 그들에게 양심이란 게 있다고 합니까?”
그들보다 1년여 앞서 메릴랜드 주 덴츠빌에서도 달리던 2005년 형 코발트가 나무를 들이 받고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 운전자인 앰버 마리 로즈(16)는 사망했다. 파티에서 돌아오던 앰버는 음주운전을 했고 이 사고는 무모한 틴에이저의 고속 음주운전으로 결론지어졌다. 그러나 앰버의 사고차량 상태 역시 ‘ACC상태·에어백 오작동’으로 나타샤의 사고차량과 일치했다. 딸의 음주운전 책임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차량자체의 결함이 없었다면 최악의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앰버의 엄마는 묻고 또 묻고 있다.
지난해 12월4일 자폐증 아들의 학교를 방문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두 아이의 엄마 오버리 윌리엄스(32)가 2006년형 코발트를 타고 앨라배마 주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던 때는 오전 9시가 조금 지난 후였다. 술도 마시지 않았고 과속도 아니었다. 운전 중 통화도 했을 리 없다고 주변 사람들은 단언한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차가 마주오던 대형트럭으로 뛰어들었고 자동차는 화염에 쌓였으며 그녀는 현장에서 사망했다. 사고차량은 불에 타 상태를 점검하기 힘든 상태였다고 쉐리프는 말했다.
리콜 발표후 GM측에 접촉한 유가족은 아직 없다. 그러나 일부 유가족들은 변호사를 선임했으며 사고 피해지들의 집단소송이 쇄도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GM은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 구조조정을 거친 후 다른 법인이 된 새로운 GM이어서 2009년 7월 파산보호 신청 이전에 발생한 사고에 대한 법적 배상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NHTSA는 107개 항목의 질문서를 GM에 보내고 4월3일까지 회신하라고 통보했으며 연방 상원과 하원에서도 관련 청문회를 열어 자체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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