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과 21일 낯부끄러운 사진들이 연이틀 지면을 장식했다. 한인사회의 알만한 주요 한인단체 인사들이 공개석상에서 대놓고 언성을 높이면서 삿대질을 하는 모습이었다.
그 하나는 이른바 존경의 대상이라는 목사님들이 모인 ‘교회협의회’와 ‘성시화본부’ 관계자들이 한인사회에서 이웃을 돕기 위해 정성껏 모은 ‘사랑의 쌀’ 성금의 내역을 서로 자세히 공개 못하겠다며 대놓고 싸우는 모습이었고, 또 하나는 한인사회의 커뮤니티 공동 재산인 LA 한인회관 건물의 관리를 맡은 ‘한미동포재단’의 이사들이 이사장 선출을 놓고 사설경비원과 경찰까지 불러가며 사후 다툼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이처럼 꼴사나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한인회관 건물이나 한인들의 성금 같이 엄격한 도덕성과 전문성으로 지켜야 할 공공성을 띤 재산을 ‘공공의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자격미달의 인사들이 주무르고 있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한미동포재단은 1970년대 초 당시 뜻 있는 이민 1세대와 한국 정부가 힘을 모아 구입한 현 LA 한인회관의 건물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는 단체다.
당시 한인사회는 커뮤니티 재산인 한인회관 건물이 일부 인사들의 전횡으로 잘못되지 않도록 별도로 공동 관리하기 위한 한미동포재단을 설립하고 이사회를 뒀다. 시가로 1,000만달러에 달하는 공공재산인 한인회관 건물관리를 한인사회가 재단이사회에 ‘위임’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한미동포재단은 지난 2011년부터 2년여 간 김영씨가 이사장을 맡은 뒤 운영 부실에다 각종 재정의혹으로 수십만달러를 어물쩍 날리는 사태를 빚더니, 고 임승춘 이사장이 재단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뒤 또 다시 이사장직을 놓고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이사들은 겉으로는 봉사명분을 내세우지만 속으로는 결국 공공재산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이를 내 금고처럼 써보자는 사욕으로 이사직을 맡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5,000달러의 이사회비를 투자해서 연 수입 40만달러의 재정 집행권을 손에 넣고 내 돈처럼 써보자고 기를 쓰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같은 욕심에 눈이 멀다보니 한인사회의 시선은 아랑곳 않는 막무가내 주장에다가 서로 싸움만 벌이는 추태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벌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쌀’ 나눔 운동을 주관해 온 ‘교계단체’ 관계자들 간 싸움은 더욱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지난 5년여 동안 한인사회는 연말에 쌀을 모아 사랑을 나누자는 취지의 행사를 위해 십시일반 기부를 했다. 존경받는 ‘목사님’들이 나섰다기에 개인, 단체, 기업, 언론사 등이 적극 도왔다.
그러나 이번 싸움으로 그동안 ‘사랑의 쌀’을 주관해 왔던 교계 관계자들이 ‘투명성’을 외면하고 있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행사를 주관했던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측은 재정집행에 문제가 없었다는 말만 할 뿐 세부 지출내역 공개를 거부했고, 지난해 주관처인 남가주기독교교회협의회도 역시 1장짜리 간단한 재정보고서만 달랑 내놓은 채 세부내역 공개를 마다하고 있다.
특히 성금 액수가 확연히 줄어든 지난해의 경우 성금 총 7만5,200달러 중 약 3분의 2인 4만8,400달러만 쌀 구입에 쓰였을 뿐 나머지 성금은 다 운영비로 들어갔다고 하니 그 내역이 궁금한데, 목사님들은 사랑의 쌀 모금에 필요한 ‘헌금’을 모은 뒤 그 쓰임새는 기부자가 알 필요 없다는 입장이니 기가 찰뿐이다.
한미동포재단이나 사랑의 쌀이나 이번 사태로 문제점과 그 원인은 여실히 드러났다. 곪아 터진 환부는 도려내야 한다. 문제를 일으킨 무자격 인사들은 퇴출돼야 하고, 대신 진정한 공공의식과 봉사정신을 갖추고 ‘공공재산’을 책임 있고 투명하게 운영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인사들로 진용을 다시 짜는 물갈이가 필요할 것이다.
<김형재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